미국이 빼앗아야 할 것은? '다음 침공은 어디'

[시네뷰] '시코'의 마이클 무어 감독 신작 26일 기자들에게 공개

이경헌 기자 | 기사입력 2016/08/27 [08:51]

미국이 빼앗아야 할 것은? '다음 침공은 어디'

[시네뷰] '시코'의 마이클 무어 감독 신작 26일 기자들에게 공개

이경헌 기자 | 입력 : 2016/08/27 [08:51]
건강보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식코>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신작 <다음 침공은 어디?>가 온라인 스크리닝 방식으로 26일 오전 기자들에게 공개됐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국방부에 모인 장성들 앞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이긴 전쟁은 한 건도 없다며, 자신이 직접 각국을 돌며 총칼 없이 석유 외에 다른 것들을 빼앗아 오겠다고 말한다.

그런 그가 첫 침공지로 정한 나라는 이탈리아. 그는 그곳에서 유급휴가만 8주에 점심시간이 무려 2시간인 현실에 놀란다. 이탈리아의 이런 직원들에 대한 복지는 직원이 스트레스가 없어야 능률이 오른다는 경영주들의 믿음에서 기인한 것임을 알게 된다.

이는 법정 유급휴가가 0일인 미국과 대조를 이뤄, 그는 이런 정책을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가져가기로 한다.

다음으로 도착한 프랑스에서 그는 학교급식에 시당국이 관여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급식도 수업의 연장이라고 생각해 지방정부가 식단을 함께 짜는 것을 보게 된다.

프랑스의 학교급식에는 미국과 달리 햄버거나 콜라는 절대 안 주고, 총 4코스의 요리가 나오는데 이는 빈촌지역 학교의 급식도 마찬가지이다.

미국보다 조금 더 많은 세금을 내고 훨씬 더 많은 혜택을 보는데, 등록금이나 병원비 등 다른 지출을 합하면 오히려 미국인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며 마이클 무어 감독은 프랑스에서 학교급식에 대한 정책을 미국으로 가지고 가기로 한다.

다음으로 핀란드에 도착한 마이클 무어 감독은 숙제를 없애 아이들이 즐겁게 지내도록 해 세계 최고의 교육을 하는 나라로 탈바꿈한 핀란드의 사례를 살펴본다.

이들이 숙제를 구시대적이라며 없앤 이유는, 아이들이 방과 후에 숙제 말고도 아이들이 할 일이 많기 때문이고, 이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초등학교 저학년은 뇌가 쉬어야 한다는 이유로 주 20시간만 수업을 할 뿐 아니라, 모든 학생들은 객관식 문제가 거의 없을 정도로 획일적인 시험을 보지 않는다.

또 핀란드에서 좋은 학교는 따로 없는데 그 이유는 모든 학교가 동등하기 때문으로, 그렇다보니 사립학교가 거의 없고, 부잣집 아이들도 공립학교에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니 커서도 갑질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핀란드에서 교육정책을 빼앗아 가기로 한 그는 곧바로 슬로베니아로 향하는데, 대학 등록금이 없는 20개국 중 하나로 대학생들이 빚(학자금 대출)이 없을 뿐 아니라, 빚에 대한 개념조차 없다는 점에 놀란다.

특히 이들이 유학생들에게까지 무료인 이유는 교육을 공공재로 보기 때문이라는 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등록금 부담으로 미국에서 슬로베니아로 유학 온 여학생은 무상교육임에도 불구하고, 미국보다 100배는 교육의 질이 좋다고 말한다.

이후 독일로 향한 그는 주 36시간 일하고 40시간치 임금을 받는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연필 공장조차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창문이 있고,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기 때문에 부업을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또 의사의 처방전을 받으면 정부에서 마사지를 제공하는데, 이는 더 큰 비용지출을 막기 위한 예방차원이라는 점 역시 미국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마이클 무어 감독에게는 놀랄만한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회사의 의사결정체에 참여하기 때문에 회사가 노조를 무시할 수 없는데, 경영진도 노동자에게 발언권을 줄수록 회사가 발전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은 미국식 사고로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울러, 독일의 학교에서는 이전 세대가 한 일을 가감 없이 아이들에게 가르치는데, 과거 나치정권의 과오에 대해서도 솔직히 가르치는 모습을 통해 많은 깨달음을 선사한다.
포르투칼로 건너 간 그는 지난 15년간 마약으로 체포된 사람 수 0명인데, 그 이유가 마약을 범죄로 보고 체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더 놀라운 사실을 마약복용자를 체포하지 않다보니 오히려 마약복용자 수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무상의료를 통해 마약복용자를 치료해 주고 있다는 포루투칼의 정책을 그는 미국으로 가져가기로 마음 먹는다.

또 노르웨이는 제소자에게 보복이 아니라 모두 어울려 사는 걸 가르치기 때문에 마을처럼 생긴 교도소에서 각자 자유롭게 일하며,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심지어 처벌이 자유를 빼앗는 것에 주안점을 두기 때문에 따사로운 햇살 아래 가만히 앉아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교도소장의 말을 듣고 그는 깜짝 놀란다.

마을 형태의 모범수 교도소가 아닌 일반 교도소조차 복도에 미술작품이 걸려 있고, 재소자들이 자유시간에 공부도 하고 그림도 그리며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놀란 그는 각자 자기 방 열쇠를 가지고 있고, 스튜디오와 도서관도 있다는 점에서 부러워 한다.

또 교도관들은 말로 하면 된다며, 총기 휴대도 하지 않는데 노르웨이는 어떤 중범죄자도 최대 21년형이 최고로, 범죄율이 가장 낮은 나라라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럽 침공을 마치고 투니지아(튀니지)로 건너간 그는 여성들이 자기통제권을 갖고 가족계획을 하며, 이로 인해 양성평등이 실현됐고, 남녀모두 자기통제권이 강화돼 결국 독재정권이 무너지게 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결국 2014년 개정된 헌법에 여성의 권리보장 조항이 신설됐고, 이로 인해 이슬람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에게 히잡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은 우리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끝으로 아이슬란드로 건너간 마이클 무어 감독은 1975년 여성 총파업으로 전국이 마비됐고 이로부터 5년 후, 7살 딸을 둔 싱글맘이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점에 깜짝 놀란다.

지난 15~20년 동안 양성평등이 이뤄졌으며, 기업이사회의 경우에 적어도 남녀 각각 40% 이상 참여를 보장하고 있는 아이슬란드는 2008년 금융위기로 주요은행 3곳이 문을 닫았는데, 여성 CEO가 이끄는 금융사들은 망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여성들은 우리라는 관점에서 전체를 위한 경영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

모든 침공을 마친 그는 무너진 베를린 장벽 앞에서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베를린 장벽도 무너졌는데 못 할 일이 어디 있느냐며, 사실 생각해 보면 여성인권도 재소자에 대한 인권이나 무상교육 등도 모두 미국이 원조라며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찾았으면 좋겠다는 결론으로 이 영화를 마무리한다.

마이클 무어의 다큐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는 다음 달 8일 개봉한다.

 

원본 기사 보기:마이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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