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됐지만, 정부가 입국거부 '덕혜옹주'

[시네뷰] 일제강점기 일본에 끌려가 꼭두각시 노릇, 내달 3일 개봉

이경헌 기자 | 기사입력 2016/07/31 [11:16]

해방됐지만, 정부가 입국거부 '덕혜옹주'

[시네뷰] 일제강점기 일본에 끌려가 꼭두각시 노릇, 내달 3일 개봉

이경헌 기자 | 입력 : 2016/07/31 [11:16]
영화 <덕혜옹주>는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보태서 만든 엄밀히 팩션(fact+fiction) 영화라 할 수 있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皇女)인 이덕혜 옹주(翁主)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로, 한일합방이라는 암울한 역사로 인해 어린 나이에 강제로 일본에 유학 가 수 십 년 동안 고국에 돌아올 수 없었던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잘 그렸다.

1912년생인 이덕혜는 세수간 나인 출신의 후궁에게 태어난 고종황제의 딸로, 늦은 나이에 얻은 딸이라는 이유로 고종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하지만 14살이 되던 1925년 내선일체(內鮮一體)를 내세운 일본의 강압으로 ‘유학’ 형식을 빌려 강제로 일본으로 추방된다.

오빠인 영친왕 부부와 함께 지내며 일본의 강요에 이끌려 이곳저곳 다니며 꼭두각시 노릇을 하던 그녀는, 비록 자신이 처한 상황이 나쁨에도 불구하고 조선인들을 포용하는 국모의 모습을 보이며 조선인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하지만 해방 후 자신들의 정통성이 약한 탓에 다시 대한제국이 재건(再建) 될 것을 우려한 이승만 정부의 입국 불허로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정신병원에 감금된다.

이에 신문기자인 김장한(박해일 분)의 도움으로 1962년 드디어 37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다.

실제 역사적으로 한 신문기자의 도움으로 귀국한 것은 맞지만, 김장한이 어릴 때 덕혜 옹주와 가연(佳緣)을 맺은 사이라거나 청년이 되어 일본 육사를 차석으로 졸업하고 덕혜 옹주의 호위병이 되었다는 점은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에서 ‘눈물 포인트’가 몇 곳 있는데 첫 번째는 강제로 일본으로 떠날 때 궁녀들이 일제히 통곡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사진)이 하나이고, 두 번째는 강제징용 돼 고난 받는 조선인들 앞에서 일본이 써 준 원고를 읽다가 갑자기 한국어로 그들을 위로하는 장면 그리고 세 번째는 이 사건으로 인해 몸종인 라미란을 강제로 조선으로 돌려보내는 장면에서 ‘마마’ 곁을 떠날 수 없다는 라미란과 두들겨 맞는 라미란을 보면서 얼른 조선으로 가라고 ‘명령’하는 모습 끝으로 수 십 년 만에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장면이다.

27일 열린 기자시사회에 참석한 손예진은 첫 촬영한 장면이 바로 강제징용 된 조선인들 앞에서 연설을 하는 장면이었는데, 극 중반부에 등장하는 장면인 탓에 앞서의 상황들이 모여서 감정 연기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생략된 채 촬영돼 상당히 힘들었다고 밝혔다.

또 하나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바로 출연자들의 면모에 있다. 아주 어릴 때의 덕혜 역은 최근 종영한 이서진, 유이 주연의 드라마 <결혼계약>에서 유이 딸로 나온 신린아가 맡아 일제 식민지가 되어 암울한 시대지만 마냥 신나는 철부지 역을 잘 소화했고, 청소년 때의 덕혜 역은 현재 드라마 <싸우자 귀신아>에 출연 중인 김소현이 그리고 성인이 된 덕혜 역은 때론 귀엽고, 때론 섹시한 ‘천의 얼굴’을 가진 손예진이 맡았다.

이와 더불어 이완용과 함께 나라를 팔아먹은 역적 한덕수 역은 악역전문 배우 윤제문이, 일본에서 덕혜 옹주를 상해로 피신시키는 일에 있어서 중책을 맡은 복동 역은 ‘양꼬치엔 칭따오’ 정상훈이, 덕혜 옹주의 몸종 복순 역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정봉이 엄마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라미란이 맡아 열연을 펼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덕혜 옹주가 귀국하던 해 나이가 51세인데, 영화 속에서 70대는 되어 보이는 분장을 했다는 점이다.

시사회를 보며 손예진이 우는 바람에 기자간담회가 지체되기도 한 영화 <덕혜옹주>는 다음 달 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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