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은 무슨? 제대로 읽지도 않았겠지"

쇠고기 협상문 오역에 누리꾼, '단순 오역 아닌 음모' 제기

임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08/05/14 [10:45]

"오역은 무슨? 제대로 읽지도 않았겠지"

쇠고기 협상문 오역에 누리꾼, '단순 오역 아닌 음모' 제기

임동현 기자 | 입력 : 2008/05/14 [10:45]
이명박 정부가 망신살이 단단히 뻗쳤다. 광우병 쇠고기 졸속 협상에 이어 협상 내용을 오역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래저래 망신을 당하고 있다. 당연히 누리꾼들의 비난 댓글을 피할 수 없었다.
 
정부는 협상 당시 '30개월 미만의 소는 도축검사에서 불합격하더라도 동물성 사료로 쓸 수 있다'는 미국 식약청의 영문 보도자료를 잘못 번역해 '30개월 미만의 소라도 도축검사에서 불합격하면 동물성 사료로 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농림수산식품부 측은 10일에는 미국의 보도자료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가 11일에는 번역의 잘못을 인정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누리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일국의 협상단이라는 사람들이 중학교 수준의 영어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면서 국민의 생명이 걸린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하는데에만 혈안이 됐다며 협상단의 무식함을 비웃었다.
 
그러나 가장 많았던 내용은 단순한 오역이 아닌 '정부의 음모'가 개입된 것이라는 글이다. 협상단이 영어를 정말 못해서 번역을 잘못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입김 때문에 슬그머니 내용을 바꾸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정부가 궁지에 몰리자 '오역'을 내세우며 슬그머니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거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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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한동안 잠잠했던 '영어몰입교육' 비난이 다시 쏟아졌다. '왜 몰입교육을 하려했는지 알겠다', '청와대부터 몰입교육해라' 등의 내용으로 영어몰입교육을 강조했던 청와대를 비난하고 나섰다. '영어몰입교육 도입을 위한 이명박 정부의 꼼수'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짜맞추기라는 건 애들도 다 알아"
 
정부가 번역을 고치면서까지 쇠고기 협상을 하려는 음모가 드러났다는 누리꾼들의 글이다. "외교, 협상 전문가들이 무슨 오역을 하나? 정말 오역했다면 당사자들은 문책당해야지. 근데 문책 대상자가 없다면 누구 지시가 있었단 이야기인데..."(등고선), "오역은 무슨... 읽지도 않았을걸. 부시한테 비위맞추고, 무조건 ok하라는 지시 떨어졌을테고...비굴외교라는 게 확실히 드러났네."(신)
 
"짜맞추기라는 건 이젠 애들도 다 안다. 결론을 먼저 내놓고 과정을 맞추려니까 속임수가 나오지. 일단 부시에게 선물주고 국민을 속이려했더니... 이런, 국민이 바보가 아니네... 그러니까 이젠 실수로 몰아붙이는거지... 뻔한 스토리..."(m14), "안봤으면 모를까, 어떻게 그런 오역이... 이들은 미국인보다 더 영어 잘하는 이들이다. 그냥 백지수표 위임한거다."(시저)
 
"이걸 우리보고 믿으라고? BBK 하나 속아줬더니 이젠 국민을 핫바지로 보네? 쓰레기 먹으라면 먹고, 운하파라면 삽질하고, 돈없는 놈은 앓다 죽어라하면, 없는 놈이 죄지요라고 인정할 줄 알았냐?"(aj), "국민건강까지 팔아 장사해서 돈벌겠다는데... 뭐 이 정도는 충분히 하고도 남음이 있지 않겠어요."(봄비)
 
"기본영어에 나오는 기초접속사를 모른다고?"
 
협상단의 '무식함'을 지적한 누리꾼들의 글이다. "아이고, 이 idiot들아, 싸그리 go to hell해라. 그따위 실수 같지도 않은 실수하는 것들이 '몰입교육' 운운했으니... 이런 정부가 국민들의 생사와 나라의 운명을 쥐락펴락한다는 것이 통탄스럽다."(vocedipace), "오륀지 오륀지 같은 저급 회화만하니 저런 기초적인 단어 해석이 안됐구먼... 발음만 신경썼지... 내용은 파악 전혀 못했네..."(마니)
 
"아니, 빨간기본영어 125페이지 네째줄에 나오는 기초접속사를 정부가 모른다고? 그래놓고 오륀쥐?"(스위프트), "세계에 비웃음거리로구만. 지금까지 외교협상에서 오역으로 협상이 잘못된 경우가 있나? 이걸 믿고 FTA하자는데 동의 할 수 있나?"(battlefield), "이거 당국자보터 영어몰입교육을 시켜야겠구먼... 0교시 교육으로..."(붕어)
 
'영어몰입교육'을 시도했던 이명박 정부는 이번 일로 된서리를 맞았다. "실용영어 떠들더니 청중을 웃기는 실용영어? 조선일보가 해석해줘야 하는 실용영어? 아이고, 영어로 국민 때려잡을 생각말고 협상 전문인력이나 키워라."(레이브리그), "프렌들리 운운하며 영어 잘하는 체 하더니 미국에 대한 사랑이었군. 영어 된다면서 괴담이네, 비과학적이네 운운... 쪽팔려..."(bion-d), "이러다 나중에는 '광우병 위험'을 '광우병 안전'이라고 잘못 해석했다고 거짓말하는 거 아냐?"(Joker)
 
"서바이벌 영어란 이런 것이다"
 
이번 사태로 '영어몰입교육'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누리꾼들의 글도 올라왔다. "이건 mb의 음모다. 일부러 영어번역을 잘못해서 국민들에게 영어교육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알려주려는 음모다. 국민여러분, 영어에 몰입합시다. 앞으로 영어 못하면 머리에 구멍 뜷립니다."(토토), "2MB께서 영어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4천만 국민을 사지로 몰아넣으시며 가로되 이것이 바로 서바이벌 영어라 하시더라."(Evolve)
 
"이제 앞으로 이런 일 없애자고 몰입교육으로 가겠구나... 미친소 파동에 영어몰입교육을 은근슬쩍 연계하는 일타쌍피를 원했던 거야..."(낭만과객), "위에 계시는 분도 저러니 울나라는 영어를 한글보다 잘해야한다... 그래야 통역 필요없이 실수 안하고 대화하지..."(뚱007)
 
누리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지만 이 분노를 정부는 아직도 잘 모르고 있는 듯하다. 신용을 회복하기는커녕 오히려 계속 문제가 드러나며 더 믿음을 잃어가는 이명박 정권은 적어도 인터넷상에서는 동정도 받지 못한 채 '레임덕'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에게 심어준 것 중 하나는 역시 '몰입'이었나보다. "인수위때부터 몰입 몰입하더니 이 정부는 대체 무엇에 몰입한거야? 퍼주기에 몰입했나? BBK무마 조건으로 쇠고기 수입문 연 거 아녀? 협상으로 얻은 게 하나도 없으니까 별생각이 다 드는구먼."(캔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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