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싣고 떠나는 '도동우범' 망향가

[한도훈의 울릉천국여행5] 팔경 중 으뜸, 비오는 날 출항하는 범선

한도훈 | 기사입력 2015/09/09 [10:48]

그리움 싣고 떠나는 '도동우범' 망향가

[한도훈의 울릉천국여행5] 팔경 중 으뜸, 비오는 날 출항하는 범선

한도훈 | 입력 : 2015/09/09 [10:48]
울릉도에는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가리키는 팔경이 있다. 울릉도의 신비스럽고 빼어난 경치 중에서도 으뜸으로 뛰어난 여덟 가지 경치라고 한다.

이 팔경은 사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한 것은 아니다. 중국의 소상팔경가(瀟湘八景歌)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시가가 유행을 타면서 조선에선 정철의 관동팔경(關東八景)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 팔경의 유행이 이어지고 이어져 1936년도에 가수 선우일선이 ‘조선팔경가’를 불러 크게 히트 했다. 이를 본떠 울릉도를 우산도라고 생각한 울릉군 태생인 이용필씨가 ‘조선팔경가’의 음률에 맞춰 ‘우산팔경’을 개사했다.
 
▲ 배에서 바라본 도동항.     © 한도훈

▲ 망향봉에서 바라본 도동항의 옛모습.     © 한도훈

이용필이 '우산팔경' 개사한 '울릉팔경'

이때부터 울릉팔경이 탄생했다. 그 전에는 울릉팔경이라는 것이 없었다. 단지 울릉도에 3년에 한 번씩 ‘사람들이 살고 있나’라고 감찰하러 온 울릉 검찰사들이 빼어난 울릉풍경에 감탄하는 보고서가 있다. 이 보고서엔 팔경이 들어 있지 않다.

울릉팔경에서 도동항이 으뜸으로 소개되고 있다. 한자로 도동우범(道洞雨帆)이다. 비오는 날에 도동항을 떠나는 돛단배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는 거다.

여름날 비가 주룩 주록 내리는데 돛을 올리며 떠나야 하는 돛단배. 비바람이 불자 돛이 팽팽하게 당겨지지만 사공의 근심어린 표정이 녹아있는 돛단배. 도동항 절벽을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돛단배. 비가 내리는 중에도 망향봉에 모인 개척민들의 착잡한 마음을 실어 떠나보내는 돛단배.

울릉팔경 노래 속에서도 개척민들의 피눈물 나는 그리움을 담아내어 ‘에헤 도동에 뜨는 배는 비 속에 목 메이고’라고 묘사하고 있다. 울릉 팔경이지만 그리움이 망부석이 되는 가슴 아픈 아름다움이다. 도동항에서 출항하는 돛단배는 멀리 고향 가까이 가는 배이니까 그런 거다.

도동항 근처에서 오징어잡이를 하는 모두 배는 노를 젓는 목선이었다. 이 목선으로는 울릉도 개척민들의 고향인 전라도에 절대로 갈 수가 없었다. 바람을 이용하는 돛단배로만 고향에 갈 수 있었다. 그래서 돛단배가 도동항에 뜨면 마음이 설레고 그리움에 목이 메였다.
 
▲ 모래사장이 있는 도동항 옛 사진.     © 한도훈

▲ 도동항 부두의 옛모습.     © 한도훈

망향봉 개척민 향수를 부르던 '도동우범'

지금은 크나큰 여객선이 도동항을 순식간에 빠져나가 도동우범(道洞雨帆)의 아름다움을 꿈에서조차 볼 수가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도동항에서 저동항까지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돛배를 운영해보는 것은 어떨런지... 

“도동우범(道洞雨帆)이여! 지금은 여객선과 오징어배만이 들락거리며 물보라를 일으키는 도동항이여! 한때 돛을 단 범선이 유유히 포구를 빠져나가는 그 멋진 풍경을 언제나 감상할 수 있을꼬!”

시집 '코피의 향기'를 쓴 시인 한도훈입니다. 어린이소설로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를 우리나라 최초로 집필했습니다. 부천시민신문, 미추홀신문, 잡지 사람과 사람들을 통해 언론인으로써 사명을 다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콩나문신문에 '부천이야기'를 연재하고 있고, 울릉도, 서천, 군산, 제주도 등지의 여행기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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