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일, 아니 천일 지나도 안잊어요"

[해외소식] 필라델피아 세월호 오백일 추모 집담회 ‘기억하자’ 다짐

인터넷저널 | 기사입력 2015/09/01 [11:30]

"오백일, 아니 천일 지나도 안잊어요"

[해외소식] 필라델피아 세월호 오백일 추모 집담회 ‘기억하자’ 다짐

인터넷저널 | 입력 : 2015/09/01 [11:30]

“왜 우리는 오백일이 지났는데도 이 자리에 와 있는가?"
“일주년 추모집회 때보다 사람이 많이 와서 참 기쁘다.”
“공감하는 사람이 이만큼 모였다는 것, 희망적이다.”
“세월호 문제는 머리의 문제가 아니고 가슴의 문제다.”
“세월호 진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이 해나가야 된다.”
“내 자식에게는 더 나은 조국을 물려주고 싶다.”

필라델피아 오백일 추모 집담회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월호가 바닷속에 침몰한지 오백일이 지나는데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 독립의 성지 필라델피아에서도 세월호의 진실과 인양을 요구하고 절대로 잊지 않겠다는 다짐들이 넘쳤다.

11898782_899084836831214_2524178296232820330_n

필라델피아 세사모 주최로 열린 세월호 참사 5백일 추모 집담회

필라델피아 세사모(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29일(토) 저녁 7시 앰블러에 위치한 메노나이트 교회에서 세월호 침몰 오백일을 맞아 마련한 이날 추모 집담회에는 약 5십여 명의 동포들이 모여 활발한 의견을 나누었다.

김태형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집담회에 참석한 동포들은 세월호 오백일을 맞아 ▲세월호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의 사실관계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필라델피아 세사모와 시민운동의 활동 방향에 대한 의견들을 나누었다.

특히 이날 추모 집담회에는 지난 1주년 추도식 등에 비해 새로운 얼굴의 동포들이 다수 참여하는 등 다른 때보다 뜨거운 열기를 보여 세월이 가면 잊혀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 측들의 바램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자유롭게 참석자 전원이 발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집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이승만 기념사업회와 건국절 기념 등 최근 동포사회에 집중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우경화 바람을 바탕으로 동포사회에서 세사모 등 세월호 진실 밝히기 활동을 하는 동포들을 종북 빨갱이로 모는 등의 현상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며 이에 대한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곳 동포사회에서도 “돈을 얼마를 받았다”는 등 세월호 가족들에 대한 사실과 다른 모함들이 행해지고 있다고 전하며 진실을 알릴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한 방안을 강구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세월호에 대한 기사를 일절 다루지 않는 한인언론들에 대한 성토가 이어진 뒤 세월호 소식지, 이메일 등 다양한 방법의 홍보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세월호 취재 기사를 싣지 않겠다는 발행인과 다툰 뒤 신문사를 그만두었다는 전직 기자는 “동포사회의 90%(아마도 여론 주도층을 의미한 듯)는 세월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고 있다”며 언론 환경에 대해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참석한 대부분의 엄마들은 “내 아이들과 그리고 그 후의 아이들에게는 이런 조국이 아니라 좀 더 나은 조국을 물려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은 뒤 “이를 위해서는 세월호의 진실이 꼭 밝혀져야 하며 세월호의 진실이 없이는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운 조국으로 나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부부간에 온 참석자는 “세월호가 남의 일일까?”라고 물은 뒤 “이렇게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것으로 힘을 얻는다”며 “내가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물어야 하며 우리가 도움을 집중해서 힘을 모으자”고 제안했다.

이날엔 노년층들도 눈에 띠었는데 아내와 함께 참석한 박기춘씨는 “세월호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으며 오늘을 이해하려면 어제를 알아야 하고 원인을 알아야 치료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해방된 적이 없이 일본에서 미국으로 바뀐 식민지의 연속”이라고 진단한 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이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90세의 최고령인 손정례 할머니는 “정말 세월호에 대해 진실을 말하는 신문을 찾아볼 수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한 뒤 “아무리 생각해봐도 박근혜 정권의 교체 없이는 세월호의 진실을 파헤칠 수 없을 것 같다”며 정권교체를 역설하기도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자연스럽게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기탄없는 의견을 나누었다.

남부 뉴저지 한인회의 고문변호사를 지냈던 정형량 변호사는 “앞으로 여러분들이 협박을 받는다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꼭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한 뒤 “중요한 것은 기억하는 것이다. 그래야 반복되지 않는다. 자기의 위치에서 자기가 가진 것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자”고 제안했다.

필라델피아를 배경으로 활동하고 있는 춤 안무가인 김정웅씨는 “과연 내가 세월호 안에 있었다면 나는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순종했을까?라는 자문을 한다”며 “왜 오백일이 지났는데도 말도 안 되는 저걸 그냥 두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모두에게 질문을 던졌다.

김씨는 “사람들이 불이 타고 잇는데 왜 불을 가슴에 안고만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뒤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으며 세월호를 주제로 한 춤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즉석에서 일분 가량 춤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11937425_899084756831222_1974795887335449599_n

즉석에서 세월호 추모 춤을 공연한 안무가 김정웅씨

참석자들은 시낭송회, 그림 전시회, 춤 공연 등을 모아 세월호 추모 문화제를 여는 등 세월호의 진실을 알리고 조속한 인양을 촉구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필라 세사모 측은 앞으로 일인 시위를 기획하고 있으며 특히 교황의 필라델피아 방문을 맞아 전 세계의 이목이 필라델피아로 집중되는 것을 기회로 “이곳 필라델피아에도 세월호의 진실을 촉구하는 우리들이 있습니다!”라는 대형 플랭카드 전시 등 세월호 홍보전을 펼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이날 집담회에는 뉴욕 뉴저지 세사모의 박매헌씨 부부가 참석하여 힘을 더해주기도 하는 등 시종일관 따뜻하고 결의와 다짐들이 충만한 가운데 진행됐다.

한편 세월호 5백일을 맞은 해외동포 사회는 독일 베를린, 호주 시드니 미국의 필라델피아, 엘에이, 시카고 등에서 침묵시위, 간담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추모를 이어갔다.

/이하로 기자(기사 원문 - https://thenewspro.org/?p=14071)

 
  • 도배방지 이미지

세월호 5백일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