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 결정 후 진보 진영 암담

보수 단체 환호성에 만세삼창, 헌재주변 진보단체 굳은표정

안석호 기자 | 기사입력 2014/12/20 [01:43]

통진당 해산 결정 후 진보 진영 암담

보수 단체 환호성에 만세삼창, 헌재주변 진보단체 굳은표정

안석호 기자 | 입력 : 2014/12/20 [01:43]
▲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심판 선고기일인 19일 오전 이정희 통진당 대표 등 당원들이 서울 종로구 계동 거리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시사코리아=안석호 기자] "이상으로 모든 선고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리자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 모인 통진당원들과 진보 단체 관계자들은 굳은 표정으로 침묵했다.

반면 보수 단체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만세삼창을 하는 등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 모인 통진당원 등 700여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600여명)은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일부 당원은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채 움직이지 않았다. 현수막을 들고 있던 남성 당원은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우현욱 통진당 전 동대문구 위원장 예비후보는 "우리는 정당해산 인용 결정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며 "오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죽었다. 정당해산 결정은 민주주의에 대한 사망 선고이며 정치적 테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87년 6월 항쟁의 산물로 만들어진 헌법재판소가 일말의 양심을 가지길 바랐지만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며 "그 어떤 권력의 탄압으로도 민주주의를 지키고나 하는 열망은 깎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민주주의는 죽었다, 독재 권력 규탄한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한 당원은 "이게 말이나 되는 거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토로했다.

선고 40여분 뒤 집회 현장에 도착한 이정희 대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양손을 마주 잡은 채 정면만 주시했다. 맨 앞자리에 앉은 김재연 의원 등도 착잡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이 대표는 착잡한 표정으로 발언대에 서서 "오늘 우리는 이 판결에서 졌다. 저는 이 싸움을 민주주의의 승리로 이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을 해산시켰지만 우리가 진보정치를 만들자고 품었던 꿈까지 해산시킬 수는 없다"며 "누구도 포기하지 않고 진보정치의 길을 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진보연대와 참여연대, 민가협 양심수위원회 등 진보단체 관계자들의 발언이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안국역 사거리에서 집회를 이어온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10여개 보수단체 관계자 400여명(경찰 추산)은 해산 결정 소식을 듣자마자 일제히 만세를 외쳤다.

서로를 얼싸안기도 하고 기쁨의 춤을 추는 남성도 있었다. 이들은 인공기와 통진당 깃발을 칼과 가위로 찢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한쪽에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옷차림을 한 남성이 "통진당 해산이라는 선물이 도착했다"고 크게 외쳤다. 이 남성은 빨간색 선물 상자를 머리에 뒤집어썼다.

어버이연합 소속 한 남성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가장 가치 있는 날, 국민들과 역사를 새로 쓰는 날"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또 다른 사람은 "민주당도 해체하고 국회도 해산해 새로 조직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몇몇은 아예 도로 위에 드러누워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이들은 통진당 해산을 축하하려고 폭죽을 준비했는데 경찰이 이를 빼앗아가 항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지켜본 사람들의 입장도 극명히 갈렸다.

통진당원 이모(43)씨는 방청을 마치고 눈가가 빨개진 채 헌법재판소 밖으로 나왔다. 이씨는 "판결 요지는 통진당이 북한의 혁명 노선을 따라왔다는 건데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권력을 가진 자들이 진보를 위하지 않고 권력을 공고히 하려고 한다. 헌법재판소도 권력 시스템의 정점에 있는 것"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닦았다.

반면 서북청년단 소속 정함철(41)씨는 "해산이 안 됐으면 대한민국의 운명은 끝나는 거였다"며 "재판관 1명이 반대했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그나마 이번 결정에서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경력 16개 중대 1280여명을 배치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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