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역사 '잃어버린 10년'과 맞바꿔

[네티즌칼럼] 문화도 역사도 모르는 파괴적 위정자들 앞에...

서문원 기자 | 기사입력 2008/02/17 [10:24]

600년 역사 '잃어버린 10년'과 맞바꿔

[네티즌칼럼] 문화도 역사도 모르는 파괴적 위정자들 앞에...

서문원 기자 | 입력 : 2008/02/17 [10:24]
숭례문 화재가 우리 가슴에 두 개의 칼을 꽂았다. 화마로 600년 역사를 태워버린 아픔이 하나요, 600년 혼이 담긴 잔해들이 폐기물 처리되고 있는 것이 또 다른 하나다.
 
뉴스를 보니 "숭례문 화재 잔해가 쓰레기 폐기장에 모두 버려졌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정말 하얗게 질릴 수 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은 드레스덴과 베를린 폭격으로 사라진 건물 잔해들을 일일히 모아 번호를 매기며 따로 보관했다. 그리고 지난 반세기동안 고건축물 복원을 위해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동원했고, 마침내 그 역사유물을 다시 살려놨다.
 
반면 한국은 전쟁도 아닌 방화로 국보 1호 숭례문이 불타자 재빠르게 높은 차단막을 설치고 그 안에서 역사유물 잔해들을 마구 퍼담아 폐기물처리장에 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짓을 저지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시민들은 서울 4 대문의 상징인 인의예지(智) 중 '의'와 '예'가 사라져 불길하다고 두려워하고 있고 조상들에게 큰 죄를 지어 면목이 없다고 고개를 숙이는 마당이다.
 
일본강점기 때 일본인들은 도로확장을 위해 서대문(돈의문門)을 밀어버렸다. '의(義)'의 상징이었다. 그리곤 숱한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禮)의 상징인 숭례문(崇禮門)을 대책없이 개방해 결국 전소되고 말았다.
 
더구나 돈의문과 숭례문은 그 방향이 서쪽과 남쪽이다. 옛 이야기를 하자면 중국과 일본이 문에서 통제를 받지 않고도 그냥 수도 서울에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과 다름 없다며 혀를 차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2006년 3월 숭례문 개방을 주도한 이명박씨는 당연히 '대국민사과'를 했어야 하는데도 한술 더 떠 "국민성금으로 숭례문을 복원하자"고 발표했다. 숭례문을 개방한 책임은 무른채하며 국민에게 문화재복구 책임을 돌린격이다.
 
이어령씨는 13일 저녁 TV인터뷰에서 "그 동안 우리 국민들이 문화재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기 때문에 숭례문은 이미 없어진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방화책임을 국민의 무관심으로 돌린 것이었다.
 
하지만 실소밖에 안나오는 궤변이다. 책임져야할 인간들이 적반하장이다. '네 탓' 타령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모든 책임을 국민탓으로 돌리다니? 먹고살기에도 바쁜데 숭례문 개방공사 때 세금 바쳤잖나. 태워먹은 건 누군데, 복원을 국민더러 책임지라는 건가?
 
국민들은 숭례문이 불탄 그 자리에 모여들어 조화를 바치고 조상 앞에 엎드려 사죄를 구하고 있다. 한데, 위정자들은 온갖 부정부패도 모자라 제 잘못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있으니 얄밉고 통탄스럽다.
 
정말 어처구니 없다. 우리는 다름아닌 재앙을 맞이하고 있다. 역사적인 600년, 이제봤더니 잃어버린 10년과 맞바꾼 셈이다. 조상도 핏줄, 역사도 문화도 몰라보고 돈과 파괴만 배운 자들을 보고 있으니 말이다. 국가와 국민의 안위가 걱정 안된다면 그게 이상하지않나?

인터넷저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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