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와 십상시, 그 속에 갇힌 대통령"

[이기명 칼럼] "포기 말라, 해가 졌다고 태양이 사라진 건 아니다"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4/12/17 [01:58]

"정윤회와 십상시, 그 속에 갇힌 대통령"

[이기명 칼럼] "포기 말라, 해가 졌다고 태양이 사라진 건 아니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4/12/17 [01:58]
날이 밝으면 뭔가 좀 달라지지 않을까. 사람이 사는 이유 중에는 변화에 대한 기대와 욕구가 있다. 고생해도 내일은 좀 나아지겠지. 자신은 고생해도 자식들은 지금보다 나은 세상에서 살겠지. 그것을 희망이라 하고 그것이 없으면 세상을 사는 의미와 재미가 없을 것이다.
 
무슨 재미로 사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까. 눈을 뜨면 신문도 보고 뉴스도 듣고 어디에서 희망이 날개짓을 하는지 살펴본다. 유감스럽게도 희망을 말하는 사람들은 별로 보기 어렵다. 힘들어 죽겠다는 말이 그냥 해 보는 빈말이 아니라는 것이 그들의 말 속에 녹아 있다.
 
요즘 국민들의 걱정 중에 나라 걱정이 많다. 정치걱정 하지 않는 국민들이 가장 행복한 국민이라는 말이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치걱정을 많이 한다. 요즘 특히 그렇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바보 같은 질문이다. 정치의 난맥상은 도무지 혼란스러워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제갈공명이나 장자방도 이해하기가 힘들 것 같다. 검찰에서 조사받은 경찰관이 자살했다. 억울하단다.
                                                                                              (팩트TV 자료사진)
 
긴 얘기할 것 없다. 모든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 다음은 국민에게 있다. 청와대 책임은 국민과 한 약속을 거의 다 파기했기 때문이며 국민의 책임은 선택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아니라고 항의할 것 없다. 결과가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십상시’니 ‘삼인방 문고리’니 ‘7인회’니 하는 소리는 개에게 조차 부끄러워 입에 담기도 싫다. 10년 넘게 대통령 곁을 떠나 있었다는 한 남자가 도깨비처럼 한국 정치를 뒤흔든다. 그가 거느렸다는 ‘삼인방’이 한국 정치를 쥐락펴락 이다. 또 한 쪽에서는 대통령의 동생이라는 사람이 이들과 맞서 있다. 자기들끼리 맞짱을 뜨던 뭐를 하든 상관이 없지만 이것이 바로 청와대 중심에서 벌어진다는 것과 이것이 대한민국 정치를 병들 게 한다는 심각성이다. 권력끼리의 싸움으로 망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
 
물건이 없는데 어디에 먼지가 앉느냐
 
정권의 심장인 청와대 내에서도 가장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공직기강비서실에서 조사하고 만든 공식 문건이 ‘찌라시’라고 명명되는 경천동지할 일이 벌어졌다. 작명자가 누군가. 놀라지 마라. 대통령이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찌라시’든 ‘찌라시’의 형님이든 청와대의 공식 문건이 유출됐다는 사실이다.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기가 막힐 일은 계속해서 일어난다. 청와대의 공직기강 비서실에 의해 이른바 십상시 3인방의 국정농단이 밝혀졌음에도 이것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어물쩍 묻어버렸다.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귀신이 곡을 할 노릇이다. 공직기강비서실이 허위사실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된다.
 
본래무일물하처야진애(本來無一物何處惹塵埃)란 말이 있다. 아무것도 없는데 어디에 먼지가 앉느냐는 말인데 달마의 제자인 흥인대사의 말씀이다. 애인도 없는데 무슨 실연이냐는 말과 같다.
 
세상이 다 아는 3인방 문고리 권력의 농단이다. 일일이 다 열거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무슨 일이든 순서가 있다. 이 보고서는 비서실장에게도 전달됐는데 어떻게 처리됐는가. 덮었다. 누가 묻어 버렸는가. 그걸 모른다면 바보일 수밖에 없는데 국민이 바보인가. 국민은 다 안다. 국민은 하늘이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보면 다 보인다.
 
지난 11월 28일,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사건이 처음 보도된 이후 2주 동안 무려 1만 5천여 건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급기야 조중동도 등을 돌렸다. 이제 십상시의 난을 평정하지 않고는 정상적인 정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국민의 인식이다. 아니 청와대의 인식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제 청와대 내부에서 이를 처리할 능력은 상실한 상태라고 봐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찌라시’라고 규정했고 ‘찌라시’ 유출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해답을 내놨다. 국민은 이것을 ‘가이드라인’이라고 한다. 국민에게 각인된 검찰의 과거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바로 이런 사실들이 정권에게 위기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덮으면 사라지는 일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덮어도 안 되는 것이 있다. 냄새라도 남아 들통이 난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치워버려야만 사라진다.
 
“사람이라면 ‘시끄럽게 해서 죄송하다’는 이야기는 해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현 정권이 박정희 정권에 대한 향수, 그중에서도 유신독재 권력으로 회귀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 하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한 소리다.
 
“박근혜 대통령은 비서실장과 문제의 비서관들을 해임해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보장해야 한다” 문재인 의원의 말이다.
 
"朴대통령 보니 YS는 참 훌륭한 대통령이다" “살아 있는 정권인지 숨만 붙어 있는 정권인지 알 수가 없다.” 이상돈 교수의 끔찍한 비판이다.
 
"朴대통령, 독재자 아버지 대본 이어받아" <워싱턴포스트>의 평가다.
 
"이렇게 무소신·무기력·무책임한 정권이 앞으로도 3년 넘게 이 나라를 끌고 가야 한다는 사실이 걱정스럽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까지 탄식을 하기에 이르렀다.
 
출국을 금지당한 박지만은 정윤회와 대질이라도 할 것이라고 했고 그는 미행당한 후 정윤희가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부인할 때 가증스러웠다고 했다. 사건이 재미있게 전개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이 나라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박대통령의 가장 지근거리에 있는 박지만과 정윤회의 싸움으로 국민은 정이 뚝뚝 떨어진다. 어쩌다가 나라가 이 꼴이 됐는가.
 
밤이 지나면 새벽은 반드시 온다
 
박근혜 정권은 아직도 3년이 남았다. 보름만 지나면 새해가 오고 그러면 박근혜 정권의 3년 차가 시작된다. ‘아니 벌써 3년 차야?’ 하는 사람과 ‘아직도 그렇게 많이 남았나’라는 부류가 있다. 문제는 싹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정치전문가들은 박대통령이 절대로 정윤희나 3인방과 김기춘을 버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아니 못한다고 한다.
 
흔히들 박대통령의 불통을 비판하지만, 원인은 바로 불신이다. 그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으면 아무도 믿지 못한다. 아니 믿지 않는다. 그 이유야 세상이 다 알 것이다. 문제는 그가 믿을 사람이 세상에 많지 않고 그러니 도리 없이 자신이 처 놓은 울타리 안에서 살게 마련이다. 그들이 바로 십상시고 3인방이고 문고리 권력이라고 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쓴소리, 단 소리 다 들어야 한다. 단 소리 속에 독이 있고 쓴소리 속에 약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늘 단 소리만 듣다 보면 세상에는 단 소리만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무덤으로 들어간 ‘각하’소리를 세 번이나 듣고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해진다.
 
대통령이 정치를 잘해서 국민이 행복해지는 것을 누가 마다고 하랴. 대통령이 잘만 하면 아무리 야당이 별 소리를 다 해도 국민들은 들은 척도 안 한다. 그러나 요즘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루가 다르게 추락한다. 이것이 야당의 잘못인가. 국민의 잘못인가.
 
야당과 언론은 박대통령이 정윤회와 3인방의 문고리 권력 농단에 대해 이미 답을 주었다고 평가하고 국민들도 동의한다. 이제 언제쯤 결론을 내느냐다. 그렇다고 끝이 나는가. 절대로 끝은 나지 않고 터진 둑처럼 여기저기 물이 새고 결국은 둑이 무너질 것이다.
 
문건 유출 혐의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던 경찰 간부가 자살했다. 유서에는 검찰이 퍼즐 짜 맞추기를 한다면서 억울하다고 했다. 덮을 생각 말아야 한다.
 
이제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청와대를 대청소해야 한다. 절체절명의 각오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국민이 불안해서 견디지 못한다. 하루를 살아도 마음 좀 편하게 살자.
 
해가 진다고 태양이 죽은 것은 아니다. 태양은 내일도 다시 뜬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http://facttv.kr/facttv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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