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단식 무력화, 국정원 주도하나?

조중동과 종편을 앞세울 정도로 ‘힘 있는 집단’일 가능성 높아

오주르디 칼럼 | 기사입력 2014/08/31 [11:04]

세월호단식 무력화, 국정원 주도하나?

조중동과 종편을 앞세울 정도로 ‘힘 있는 집단’일 가능성 높아

오주르디 칼럼 | 입력 : 2014/08/31 [11:04]



[플러스코리아타임즈 오주르디] 유민 아빠 단식이 세월호 국면의 최대 이슈로 자리 잡았다. 두 가지 사건을 거치면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딸 죽음의 진상규명을 위해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 남자의 손을 꼭 잡아주었고, 문재인 의원은 유민 아빠를 살리겠다며 그를 대신해 단식하겠다고 나섰다.  

교황과 문재인, 유민 아빠 단식에 의미 부여 

교황과 문재인 이 두 사람을 통해 국민적 관심을 받으며 정국의 한복판에 서게 된 유민 아빠. 지난 20일 그런 그가 경찰과 대치하며 청와대로 향했다. 대통령과의 면담을 신청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언제든지 찾아오라’던 박 대통령은 유민 아빠의 면담 요청을 딱 잘라 거절했고, 이에 실망한 유민 아빠는 자리에 눕고 만다. 세월호 유족들은 그를 살리겠다며 청와대 앞에서 밤샘 농성 중이다.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들은 문 의원의 단식농성을 벌레 씹은 표정으로 바라본다. 긴장감도 내비친다. “국회와 국정의 ‘세월호 파행’을 부추기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지만 문 의원은 단식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교황 방한으로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된 데에서 그치지 않고 문 의원의 단식 동참으로 인해 폭발력 있는 정치적 이슈가 된 유민 아빠의 단식. 청와대와 여당은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유족과 유족을 지지하는 야당을 ‘뛰어넘어야 할 대상’이라는 투의 표현까지 써가며 공세를 취했다.  

국정원이 김영오 뿐 아니라 주치의까지 사찰? 

유민 아빠가 스러진 지난 21일 주치의인 이보라씨(동부시립병원 내과과장)가 한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유민 아빠의 건강 상태에 대해 질문 받자 주치의는 “김씨가 서서히 죽어간다. 하지만 특별법 제정까지 단식을 계속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라고 답했다.  

이때 단식천막 부근과 주치의까지 예의주시하고 있던 국정원이 움직인다. 인터뷰를 한 그날 오후 국정원 직원이 동부병원을 방문해 김경식 원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국정원 직원은 이보라 과장이 어떤 사람인지, 개인적 성향은 어떤지, 어떻게 유민 아빠 주치의로 나선 것인지 등에 대해 질문을 했다. 신상 파악에 나선 것이다.  

김 원장은 다음날 이보라 과장을 찾아가 전날 국정원 직원 방문 사실을 얘기해 주며 “국정원이 주시하고 있는 듯하니 조심하라”고 말해주었다고 한다.



22일 유민 아빠의 고향인 전북 정읍시 이평면에도 누군가 나타나 신상 파악을 하고 간 것으로 밝혀졌다. 유민 아빠의 어머니가 마을 이장으로부터 막내 아들(김영오씨) 신상을 묻는 전화를 받았다. <뉴스타파>의 취재 결과 22일 아침 부면장이 이장을 찾아와 “김영오씨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는 게 사실로 밝혀졌다.  

<뉴스타파>는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부면장이 누군가로부터 김영오씨에 대한 기본 정보를 파악한 뒤 이장을 통해 세부 정보를 확인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국정원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조중동과 종편 동시다발적 동반 출격 

국정원의 움직임에 맞춰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 게 있다. 조중동과 종편은 22일 오후부터 ‘김영오 신상털기’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김씨는 금속노조원으로 단식을 투쟁 수단으로 삼고 있다”며 색깔론 공세를 펴는 동시에 나쁜 아빠’로 각인시키기 위한 여론 공작에 들어갔다.



기사가 아니다. 무차별 파헤치기 식 마타도어다. 10년 전 이혼한 뒤 양육비도 주지 않았으며 두 딸을 보살핀 적도 없는데도 국궁을 즐기는 등 고액 취미생활을 했다는 흑색 주장이 기사 형태로 활자화되거나 전파를 탔다.  

SNS도 빠르게 움직였다. 22일 오후부터 ‘김영오 인격 살인’이 시작된다. 단식 농성이 보상금을 많이 타기 위한 나쁜 아빠의 계략이라는 글이 빠르게 확산됐다. “그냥 단식하다 죽어라. 그게 네가 딸을 진정 사랑하는 것”이라는 욕설과 목숨 건 단식을 ‘황제단식’이라고 비아냥대는 댓글도 판을 쳤다.



<유민 아빠 SNS 계정에 올라 온 단식을 조롱하는 글과 사진>



<유민 아빠가 공개한 통장>

마녀사냥식 흑색보도와 무차별 털기 

결국 유민 아빠는 자신의 마이너스 통장과 두 딸과 나눈 카톡 문자를 공개해야만 했다. 통장을 통해 양육비 제공뿐 아니라 두 딸의 보험료, 전처와 자녀들 핸드폰 요금까지 납부해온 게 사실로 밝혀졌다. 카톡에는 이혼 때문에 함께 살지 않았지만 부녀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정황이 가득했다.  

하지만 마녀사냥식 보도는 계속됐다. 26일 TV조선은 특종이라며 ‘유민 외할머니 단독으로 만나다’라는 화면을 내보냈다. 하지만 기자와 대면하지 않으려고 문을 닫은 채 큰 목소리로 나눈 몇 마디가 고작이었다. “(단식) 하든지 말든지 나 그거 신경 안 써” 등 유민 아빠가 부정적으로 비쳐지는 대목에 방점을 찍은 흑색보도였다.



무차별 털기도 자행됐다. 외할머니가 유민·유나 두 손녀와 함께 살던 빌라의 관리비가 연체돼 있다는 사실과 빌라 이웃 주민의 말을 빌어 “김씨(유민 아빠)가 딸들을 찾아 온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취재한 기자가 이상하다. 집이 아니라 밖에서 만났을 가능성이 더 높을 거라고 추정해 볼 만한 인지력 조차 갖추지 못한 사람이란 말인가.

김영오 무력화로 문재인 단식 명분 등 퇴색시키려는 수작 

참혹하게 자식을 떠나보낸 아빠가 다시 떠올리기 싫은 딸에 대한 아픈 기억과 과거를 몽땅 언론에 공개하도록 강요하는 야만적 사회다. 유민 아빠는 자신의 딸이 수십 번 죽어야 하는 고통을 감수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을 유병언 사건으로 둔갑시키더니 이젠 ‘김영오 사건’으로 만들려 한다. ‘나쁜 구원파’가 참사를 일으켜 대통령을 근심시키더니, 이젠 ‘나쁜 아빠’가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몰아가려는 개차반 같은 수작이다.  

유민 아빠 단식이 무력화돼야 문재인 의원의 단식 명분이 퇴색된다. 대통령이 유민 아빠 면담을 거절한 지난 21일부터 ‘김영오 무력화 공작’이 본격화 됐다.  

누가 이런 공작을 주도하고 있을까. 조중동과 종편을 앞세울 정도로 ‘힘 있는 집단’일 가능성이 높다. 의혹대로 그 ‘힘있는 집단’이 국정원이라면 이는 곧 청와대의 소행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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