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아시아, UN사막화방지 '생명토지상' 수상

17일 ‘세계 사막화방지의 날’ UNCCD 수여, 국내단체론 처음으로 받아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14/06/20 [01:03]

푸른아시아, UN사막화방지 '생명토지상' 수상

17일 ‘세계 사막화방지의 날’ UNCCD 수여, 국내단체론 처음으로 받아

최방식 기자 | 입력 : 2014/06/20 [01:03]

“조림과 빈곤해결 두 마리토끼 잡아”

기후변화 저지 및 사막화 방지 영역에서 ‘노벨상’이라 할 ‘생명토지상(賞)’ 최우수상을 한국의 민간단체인 ‘푸른아시아’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받았다. 세계 사막화방지의 날인 지난 17일 유엔사막화방지협약으로부터 수상소식을 접한 이 단체는 상금 3만5천달러를 미얀마 사막화방지 사업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푸른아시아는 기후변화로 국토의 80% 이상이 사막화한 몽골에서 지난 15년간 사막화 방지사업을 벌이는 국내 환경NGO. 호수를 살리고, 녹지를 복원하며, 주민의 빈곤을 해결한 ‘지속가능성’에 대해, 심사위는 숲을 살리는 1차적 목적을 이룰 뿐 아니라 토지복원, 지속가능 토지관리, 그리고 지역주민 생계보장을 이룬 ‘인상적 모델’이라 평했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사무총장 모니크 바부)는 지난 17일 오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세계은행 본부에서 ‘세계 사막화 방지의 날’을 맞아 제3대 '생명토지상'(Land for Life) 최우수 수상자로 한국의 (사)푸른아시아(GAN, 사무총장 오기출)와 아프가니스탄 환경 단체인 ‘아프간산악지역보존기구’(COAM, 이사장 하비바 아미리)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기후변화 노벨상’ 최우수상

UNCCD는 사막화방지 사업 76개 사례 중 1차 경쟁을 통과한 14개를 대상으로 최종 2개를 가려 올해 ‘최우수모델(상)’로 선정했다. 푸른아시아와 COAM 모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됐으며, 푸른아시아의 수상은 국내 첫 사례다.

▲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이 '세계 사막화 방지의 날'인 지난 17일 '생명토지상' 최우수상 수상자로 '푸른아시아'를 선정했다. 국내 환경NGO로는 이 상을 처음받은 푸른아시아는 지난 15년간 몽골에서 사막화방지 사업을 벌여왔다.     © 푸른아시아


심사위는 푸른아시아 선정 이유로 “지난 15년간 숲 조성으로 사막화 저지를 효율적으로 했을 뿐 아니라 토질 복원과 이후 지속가능한 토지관리, 그리고 농산물 등 재배를 통해 종합적 환경개선에 더해 주민 생계해결 등 폭넓은 영향력이 인상적이었다”고 언급했다.

UNCCD는 기자회견 자료에서 “유목에 의존하는 몽골에서 땅의 78%가 사막화되면서, 거주민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며 “GAN은 현지주민 수천명을 숲가꾸기와 지속가능 농업을 할 수 있도록 훈련시켰고, 조림에 2만5천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를 조직했으며, 참여자들의 생계까지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UNCCD는 특히 “사막화 방지사업에 참여하는 이들 중에는 자신들의 목초지가 황폐화 돼 유목을 포기하고 도시로 나갔던 환경난민이 있는데, 자신이 버렸던 사막화한 땅에 나무가 자라고 인근 호수가 살아나는 것을 보고 놀라고 있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UNCCD는 아울러 “푸른아시아가 ‘에코투어’를 조직해 참여자들에게 자신들의 일상이 어떻게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지를 절감토록 하고, 이를 막기 위한 숲가꾸기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고 공적을 설명했다. 또 이 모델을 미얀마로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명토지상’ 심사위원회는 개발, 기속가능 토지경영, 토양 분야 세계최고의 명성을 가진 학자(활동가)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요하힘 폰 브라운 독일 본대학 교수이자 국제농업기구 컨설턴트그룹전략위원장, 드니 게리티 세계산림농업 이사장(나이로비), 이창재(산림청 국장, 해외자원협력관), 매리 실리 UC데이비스 생화학 교수 겸 아프리카사막환경 전문가 등이다.

심사위 “폭넓은 영향력 인상적”

푸른아시아는 2000년부터 15년간 몽골 5개 지역 450ha 땅에 사막화 방지를 위한 조림지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단순한 숲가꾸기·나무심기가 아닌, 주민들이 필요성을 느끼고 스스로 참여하며 이를 통해 생계(숲의 일부를 고수익성 유실수로 조성)까지 꾸리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완성해왔다.

▲ 유엔사막화방지협약이 주는 '생명토지상' 최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된 푸른아시아 인터넷 홈페이지 화면.     © 푸른아시아

 
푸른아시아가 이토록 꾸준히 모델개발에 집중한 이유는 생색내기나 이벤트․홍보성 활동으로는 기후변화를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 UNCCD에 따르면, 세계 110개 나라에서 사막화(건조)가 진행되며, 매년 한국(남한)의 1.2배나 되는 세계경작지(방목지)의 1%씩이 황폐화 되고 있다. 2050년 90억명(추정) 식량을 공급할 경작지는 지금보다 2배는 돼야 하는데, 현추세로 가면 되레 40%가 줄 테니 이미 대재앙을 예고한다.

푸른아시아는 그래서 서두르지 않는다. 상황이 급박하고 절망적인 만큼 허둥지둥 대봐야 도움되지 않을 걸로 판단하기에 그렇다. 작지만 희망의 불씨를 살릴 방안을 찾는데 주력한 것. 그렇게 15년 구슬땀으로 몽골모델을 완성해왔고, 이제 희망을 보기 시작했다.

푸른아시아 모델 공인도 자체 홍보만으로 된 게 아니다. 몽골 환경녹색개발부와 유엔개발계획(UNDP) 몽골지부가 추천한 것. 숲살리기의 근간인 호수살리기(지표수 수분보존) 노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자 몽골정부가 나선 것. 지표수가 늘면 숲살리기는 어렵지 않으니, 악순환에서 선순환으로 전환하는 계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작년 ‘생명토지상’을 받은 인도모델은 서울의 3.5배나 되는 20만ha 땅에 조림을 한 사업이었다. 푸른아시아 모델은 기껏해야 450ha이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하지만,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어디에도 적용할 수 있어 가능성 만큼은 결코 작지 않다.

또 푸른아시아 모델은 사막화를 개발도상국만의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가해국과 식량문제까지 연관해, 근원을 파악하고 문제해결 방안을 찾은 모델로 꼽힌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소통하며 인식을 바꿔가는 확산 가능성을 가졌기 때문. 현지인들이 생계를 해결하고 생태복원에 나설 수 있다는 데 UNCCD는 주목했다.

“작은 모델, 지구 살린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은 “사막화로 토지생산성이 떨어져 거주자는 빈곤의 덫에 갇히고, 사막은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악순환을 막는 게 핵심”이라고 언급하고, “15년 구슬땀 흘려 찾은 모델, 그 성공가능 유전자를 유엔과 국제사회가 인정해 우리 노력에 확신과 용기를 줬다”고 반겼다. 부상으로 받는 3만5천달러는 미얀마 사막화방지사업에 사용하겠다고 덧붙였다.
 
▲ 유엔사막화방지협약이 '세계 사막화방지의 날'을 기념해 수여하는 '생명토지상' 최우수상 수상자로 푸른아시아와 함께 공동선정된 아프가니스탄 환경단체 COAM의 인터넷홈페이지 화면.     © 푸른아시아


한편, 토지생명상 공동 최우수상을 받은 아프가니스탄 COAM은 2010년 중부 고원지대인 밤얀(Bamyan)지역에 ‘환경과 자연자원 보존 및 주민의 지속가능한 삶’을 취지로 설립된 비영리(비정부) 환경단체.

COAM 모델은 ‘클린 쿡 스토브’라 불린다. 숲 파괴를 줄이고 열효율을 획기적으로 늘린 화로보급 사업. 인구 5~6%만 전기를 사용하는 빈곤국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통적 요리법이 말린 나무나 건초 등을 태우는 것이다 보니, 산림과 방목지 훼손이 심각하기 때문.

이에 COAM이 시작한 게 친환경 스토브 보급사업. 천연연료(바이오매스)를 조금만 써도 물 데우기, 난방, 요리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열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스토브를 연구개발해 보급한 것.

이 사업으로 COAM은 숲과 건초지 황폐화를 50%이상 저감하는 것으로 인정받았다. 또 가정 내 연기로 인한 여성과 아동 호흡기질환, 그리고 대기오염도 크게 줄였다고 UNCCD는 밝혔다. 이 모델은 밤얀구 두 개 군 300여 마을 3천가구가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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