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에 흥분한 시대착오 '호통개그'

조선, ‘인권유린·아동학대’ 운운 노 대통령의 관람 비난

임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07/10/01 [17:34]

'아리랑'에 흥분한 시대착오 '호통개그'

조선, ‘인권유린·아동학대’ 운운 노 대통령의 관람 비난

임동현 기자 | 입력 : 2007/10/01 [17:34]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이 방북 때 <아리랑> 공연을 관람키로 한 것에 대해 보수언론이 시대착오적 ‘호통 개그’를 방불케 생트집을 잡아 관심을 끌었다.

조선일보는 공연 연습 중의 상황을 '인권유린'으로 규정하고 자신들의 논지에 반하는 이는 누구든 '광인'으로 모는 매카시적 마녀사냥 보도태도를 여실히 보여줬다.

조선은 9월 20일 사설에서 "북한의 아리랑 집단 체조엔 유치원, 초등학생부터 근로자들까지 10만명이 6개월간 동원돼 매스게임 기계가 될 때까지 훈련을 받아야 한다"며 "북한 아동학대의 현장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사설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인용하며 연습 동안 학생들이 자리를 뜰 수 없어 앉은 채로 소변을 보기 때문에 공연장은 지린내가 풍기며 구타와 체벌이 다반사로 벌어져 인권이 유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  조선일보 10월 1일자 만평. <아리랑> 공연에 동원된 이들을 태엽장치를 한 기계로 묘사하고 있다   ©인터넷저널

“사실은 프로 혁명가?”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우리나라 학생들이 연극이나 운동회 준비로 장시간 연습하는 게 학대냐?"고 말한 것에 대해 조선일보는 "본업이 성직자였는데 장관이 되더니 북한 동포의 인권에는 눈을 감아버렸다"며 “사실은 프로 혁명가고 성직은 그 수단에 지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느낌을 갖게 했다"고 평했다.

조선일보는 9월 27일에도 '이 정권의 북한 아리랑 집단체조 궤변 제2탄'이란 제목으로 속편(?)을 썼다. 청와대 백종천 안보실장이 27일 대통령이 공연을 관람키로 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북한이 관람을 요청했을 때 이미 어떤 반대가 있더라도 구경하겠다고 작정했다는 게 맞는 말"이라고 강도높게 시작했다.

2탄은 "우리도 북측 인사에게 포항제철이나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공장을 데려가는 데 그게 다 자본주의 체제 선전 아니냐?"라고 말한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을 공격했다. <아리랑>을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에 맞먹는다고 말한 여권 의원은 광인(狂人)취급을 받았다.

이런 조선의 깎아내리기는 9월 28일과 10월 1일 만평에서 <아리랑>을 우려먹은 것에도 잘 나타난다. 28일자 만평에서는 <아리랑> 창 공연을 보면서 노 대통령이 이재정 장관에게 "저게 맞제?"라고 묻는 내용이 나왔고, 1일자에는 이재정 장관이 "서정적이고 장엄하답니다"라고 공연을 설명하자 태엽장치가 달린 로봇들이 걸어나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 9월 28일자 조선일보 만평     © 인터넷저널

“올브라이트 땐 침묵”
 
<아리랑>은 지난 2000년 당시 미국의 올브라이트 장관도 관람했던 공연이다. 당시에도 문제의 장면이 있었지만 그에 대한 비난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지난 2004년 신라호텔에서 자위대 창립 50주년 기념 리셉션이 있었을 때 한나라당 의원들이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참가한 것에 대해 조선일보가 함구한 것을 예로 들며 조선일보의 이중성을 비판하기도 했다.

두 번째 사설 말미에서 조선일보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매년 세금으로만 1조원 이상을 북한에 대주고 수해 때마다 도와주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대결적인가, 아니면 21세기 개명천지에서 파쇼적 매스게임을 보라고 요구하는 북측이 냉전적인가?"

아마 이 질문의 답은 현 시점에서는 이렇게 내려야할 듯 하다. "억지로 대결 구도를 만들고 싸움을 붙이려는 조선일보 당신이 대결적이고 냉전적이요. 비판을 하려면 제대로 하시오."
 

  • 도배방지 이미지

조선일보, 아리랑 관람에 호통게그 관련기사목록
인터넷언론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