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오랜 친구들을 내쫓으려 하는가?

[시민칼럼] 4년 이상 체류 이주노동자 내쫓고 새로 수십만 명 받아

김태훈 | 기사입력 2006/12/13 [23:29]

왜 오랜 친구들을 내쫓으려 하는가?

[시민칼럼] 4년 이상 체류 이주노동자 내쫓고 새로 수십만 명 받아

김태훈 | 입력 : 2006/12/13 [23:29]
 
▲정부의 단속과 산재로 죽은 104명의 이주노동자 합동 추모제 모습.
내겐 이주노동자 친구가 많다. 2003년 그들이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강금실의) 강제 추방 정책에 항의하며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농성할 때였다. 마침 내게 차가 있어서 경찰과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의 단속을 피해 아픈 사람들을 병원에 데려다 달라는 부탁을 몇 번 받았고, 그러면서 그들과 친해졌다. 그때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지만, 정부는 끝까지 양보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농성은 1년을 넘게 이어졌다. 이주노동자들은 울면서 농성을 마무리해야 했다.
 
그 뒤로 2년여, 이주노동자들은 스스로 노동조합을 만들어 끈질기게 저항하고 있지만, 노무현 정부의 강제 추방 정책과 위험천만한 인간사냥(단속)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누르 푸아드가 단속반에 쫓기다 추락해 사망했고, 최근에는 인천에서 일하던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가 단속반 직원들에게 팔이 꺾여 어깨가 탈골되는 중상을 입었다. 내 친구들도 일부는 붙잡혀 추방됐고, 일부는 용케 버티며 싸우고 있다.
 
▲지난 4월 단속반에 쫓기다 추락해 사망한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누르 푸아드 추모식 모습.     ©
노무현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잠식해 실업률이 높아졌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2003년 12월 한국노동연구원의 <저숙련 외국인력 노동시장 분석>은 “외국인 도입이 국내 일자리를 파괴한다는 내국인 일자리 파괴 가설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고 썼다.
 
이는 사실 당연하다.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유입되는 3D업종들은 여전히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고(그들이 없었다면 중소 공장들은 꼼짝없이 멈춰서고 말았을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의 생산․소비 진작 효과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들어온 1980년대 후반에 실업률이 역대 최저였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 준다.
 
이 점은 지금도 여전히 사실이다. 노무현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은 매우 모순적이다. 정부는 4년 이상 체류한 이주노동자들을 내쫓고 2년간 새로이 수십만 명을 받아들였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경제에 부담이라면 대체 왜 다시 받아들였을까? 노무현 정부는 경제 위기가 낳은 고통의 책임을 힘없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덮어씌우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 또 장기 체류한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어도 잘하고 경험도 많아 기업주들이 맘대로 다루기 어렵기 때문에 이들만 골라 내쫓으려는 듯하다.
 
몇 년을 체류했든, 이주노동자들은 모두 자신이 원하는 만큼 한국에 있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 왜 오랜 친구들을 내쫓아야 하는가?
 
▲2004년 말 이주노동자들의 명동성당 천막농성 해단식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주노동자들.     ©
은평구에는 이주노동자들이 많지 않다. 수색동에 일부 살고 있다고 하는데, 나는 집이 녹번동이라 거의 본 적이 없다. 가끔 일요일 3호선 지하철 안에서 시내 나들이를 가는 듯한 들뜬 모습의 이주노동자들을 보는데, 아마도 고양시 사람들인 듯하다. 그들을 보면 일부러 눈을 마주치고 싱긋 미소를 보내기도 한다. ‘정부가 뭐라 말하든, 우리는 당신들을 미워하지 않으니 두려워하지 말라’는 뜻으로 말이다.
 
12월 17일, ‘세계 이주민의 날’을 맞아 기념 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3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이다. 오랜만에 친구들 모두 잘 있는지 가 보려고 한다.
▲ 12월 17일 오후 3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세계이주민의 날 기념행사가 열린다.



원본 기사 보기:http://www.epnews.net/sub_read.html?uid=2246(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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