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로 한국 영화 '되돌아보기'

영상축제 '파고들다' 7일부터 15일까지 용산CGV에서

서문원 기자 | 기사입력 2006/12/11 [12:52]

'서울독립영화제'로 한국 영화 '되돌아보기'

영상축제 '파고들다' 7일부터 15일까지 용산CGV에서

서문원 기자 | 입력 : 2006/12/11 [12:52]
▲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 '우리 쫑내자' .  ©서울독립영화제 제공
Respect(라틴어 respectus)는 '존중'의 의미도 있지만 원뜻을 찾아보면 '뒤를 돌아보다'라고 해석되어있다. 영화계에도 그런 자리가 마련됐다. 바로 독립영화 축제인 '서울독립영화제'가 바로 그 곳.

그동안 기성 영화들을 접하며 영화인들과 관객들은 천만관객동원, 화려한 컴퓨터그래픽, 한류스타 출연등과 같은 흥행요소를 통해 앞만 보고 달려왔을뿐 뒤를 돌아보며 그간의 스타와 제작사들이 거액을 광고해온 스타마케팅에 편식되고 중독되어왔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결국 각 포털사이트와 TV광고를 통해 우리눈은 고정되어왔으며, 다양한 시선을 제공하는 중소 영화제에는 별관심조차 못한채 영화계는 흘러왔다. 그러나 지금은 연초 한미FTA협상 선결조건으로 진행된 스크린 쿼터제 폐지는 그간 쌓여온 문화계의 위기를 수많은 대중들에게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예산이 부족해도 참신한 기획과 알차고 다양한 영상 등으로 제작된 독립영화들과 신예 영화인들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기가 된 것이다. 그동안 스타마케팅으로 중독된 우리들의 시선을 깰 때가 됐다.

© 인터넷저널
그 중 4월마다 개최되는 "서울 여성영화제" 그리고 매년 8월만 되면 만날 수 있는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를 비롯해 실험적이고 현대감각에 맞는 영화들을 상연하는 "서울 넷.필름 페스티벌", 그리고 최근 12월에 개최된 "서울독립영화제"는 기존 영화들에 고정된 관객들의 시선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지난 7일 압구정CGV에서 개막작품 "우리 쫑내자!"로 시작된 "서울독립영화제 2006"는 올 해로 31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8월에 개최됐던 "서울국제청소년 영화제"에서는 영화제 캐치프레이즈가 "영화, 마법에 빠지다"였다면 지난 1975년 "한국 청소년영화제"를 시작으로 금관단편 영화제, 한국독립단편영화제로 이어오는 서울독립영화제의 캐치프레이즈는 "파고들다"로 명명됐다.

"파고들다"는 대중속으로 '파고들다'라는 의미도 있지만 서울독립영화제의 개요와 일치되는 부분으로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미래지향적 영화제"라는 주제에서 "새로운 독립영화인과 기성영화들의 대안이될 독립영화들을 발굴하고 한국영화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로 설명할 수 있다.

서울독립영화제에 출품된 영화들은 영화를 전공하거나 시작하려는 영화인들에게는 등용문인 셈이며 출품된 작품들의 다양하고 신선한 영상미학 세계는 기성 영화들속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들이 많다.  왜냐하면 인위적이고 화학조미료같은 컴퓨터 그래픽보다는 자연적인 주변환경을 이용한 풍부한 영상을 제공하는 영화들이 이번 영화제에 중.단편은 물론 장편으로도 대거 출품되었기 때문이다.

한 예로 개막작으로 선정된 황철민 감독의 "우리 쫑내자!"는 세 사람의 남녀주인공이 자살여행에서 빚어진 이야기를 주제로 지난 여름 제작기간 10일동안 새만금과 대추리에서 촬영됐다. 이 영화의 시놉시스와 시나리오는 사전에 제작된 것이 아니다. 기획만 황철민 감독이 한 것이며, 다른 모든 것은 촬영과정에서 배우들과 스탭들이 모여 상의한 끝에 나왔다.

이 영화가 상영된 뒤 진행된 감독과의 대화에서 황 감독은 "문화인들을 중심으로 평택 대추리(미군기지 이전예정지)를 자주 방문하면서 이들 지역중심으로 영화제작을 준비해왔으나 한지역만으로는 영상이 안돼 새만금까지 돌며 촬영해왔다"고 말하고는, "그동안 언론과 여론의 일방적 보도속에 가려진채 주변 생태계 환경마저 인위적으로 파괴되고있는 대추리와 새만금을 대중들에게 다시금 보여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영화를 통해 정치적 해석부터 내놓을 필요는 없을 듯 싶다. 그곳 사람들의 삶을 자살여행을 떠난 세 주인공들의 시선을 통해 그려보고자 노력했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시선은 영화를 보는내내 정치적이라기보다는 콘크리트 문화에 젖어든 인간들의 그림자를 쫓아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찬가지로 다른 영화들도 참신한 기획과 시선의 다양성을 제공하고 있는데, 경순 감독의 "쇼킹패밀리", 특이한 소재로 제작된 남기웅 감독의 "삼거리 무스탕 소년의 최후", 그리고 구본환 감독의 "백두산 호랑이를 찾아서"와 양해운 감독의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등의 장편과 이주노동자의 삶을 조명한 이진우 감독의 중편작 "바람이 분다"와 최영준 감독의 "메리 크리스마스"가 있다.

이밖에도 수많은 중단편과 장편들이 15일까지 용산CGV에서 상연되는데, 기존에 고착화된 영화 패러다임을 하나 둘 벗겨내는 능력을 지닌 이들 독립 영화들의 힘은 결코 무심코 지나칠 수는 없다. 결국 이것이 현재진행형으로 이뤄져 탄탄한 한국 영화계의 미래를 이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서울독립영화제의 캐치프레이즈 "파고들다"는 그동안 편식되거나 우리의 정신세계를 인위적으로 함몰시켜놨던 뿌리를 하나둘씩 파고들어 관객들과 영화인들 모두의 고착화된 시선을 다시금 자연상태로 되돌려놓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인터넷저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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