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2.0은 참여와 개방이라는 철학이다 최근 미국과 한국의 인터넷사업계에서는 웹2.0이라는 말이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웹2.0이란 미국의 IT전문 출판사 오라일리의 데일 도허티 부사장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다. 기존의 웹사업을 웹1.0으로 상정해놓고, ‘참여’와 ‘개방’의 인터넷정신이 제대로 구현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웹2.0으로 명칭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올해 웹2.0을 표방하는 인터넷기업들이 4억 5천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더 나아가 이제는 웹2.0이 아니면 아예 투자상담조차 어렵다는 말도 들린다. 마치 90년대 후반 닷컴 열풍 당시, 모든 기업들이 ‘닷컴’이라는 명칭으로 투자를 이끌었듯이 말이다. 국내에서도 주로 UCC(User Created Content) 기업과 개인화 블로그 기업들을 중심으로 웹2.0 담론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웹2.0이 인터넷기업들의 모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보니, 논의 자체가 장사속으로 왜곡되는 경향이 있다. 웹2.0이 ‘참여’와 ‘개방’이라는 깃발을 들고 있다면, 이는 어찌보면 사업모델보다는 인터넷의 정신과 철학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미디어다음의 UCC 광고 영상. ⓒ미디어다음 나만의 동영상이 아닌 남의 동영상 지난 9월 서울대학교 법학과 산하의 ‘법의 지배 센터’는 제주도에서 미디어와 법 관련 세미나를 주최했다. 대표적인 UCC 기업인 태그스토리(tagstory.com)의 우병현 대표는 그 자리에서 “웹2.0이란 원 저작권자의 권리를 찾아주는 것”이란 말을 하여 눈길을 끌었다. 한국의 UCC 사이트에서 유통되는 동영상 중 85%는 기존의 방송사와 영화사 등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미디어다음이 ‘나만의 동영상’이란 카피로 대대적인 UCC 홍보를 하고 있지만, 현실은 ‘남의 동영상’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방송3사의 인터넷사업부는 64개의 UCC업체에 자사의 동영상이 불법으로 유통되는 것을 차단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이런 UCC 업체들에서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태그스토리의 우병현 대표는 그토록 잘나갔던 사이트 엠군닷컴을 사실 상 포기하고, 태그스토리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 태그스토리는 그 어떤 동영상도 원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며, 유통 역시 태그 형식의 링크로만 걸도록한 것이다. 이 동영상으로 발생되는 수익 역시, 원 저작권자와 유통자와의 공평히 분배하도록 시스템화되어있다. 우병현 대표는 “조선일보, 노컷뉴스, 고뉴스 등 기존 언론사들의 기자들이 찍은 동영상을 중심으로 원 저작권자와 계약을 맺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향후 태그스토리 사이트에 올라오는 동영상 중 KBS나 MBC 같은 기존 방송사 것들이 있다면, 자동으로 해당 사이트로 넘겨주는 시스템을 개발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도 밝혔다. 원 저작권 회사들과 계약만 맺는다면, 저작권 문제를 100% 해결하게 되는 셈이다. 웹2.0의 정신에서 참여와 공유는 원 저작권자의 권리를 찾아주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게 우대표의 생각이다. 남의 것을 훔쳐서 공유한다면 그것은 절도이고, 남의 것을 이용하여 참여한다면 그것은 불법집회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네티즌의 자율성을 최대로 보장, 탈권력형 포털 위자드닷컴(wzd.com)의 표철민 대표는 자사의 사이트에 “지금까지 네이버나 다음을 시작페이지로 사용해 오셨나요? 포털을 내 마음대로 꾸밀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한 세상이 될까요? 다음 세대의 포털, 위자드닷컴에 앞서가는 여러분을 초대합니다”라는 헤드카피를 올려놓았다. 위자드닷컴에 접속하면 텅빈 공간이 눈에 띈다. 그 공간을 뉴스를 비롯한 각종 콘텐츠와 모든 검색엔진으로 네티즌이 직접 구성하는 것이다. 또한 해당 콘텐츠는 모두 원 자적권자 사이트로 링크되어있다. 이론적으로 보자면, 위자드닷컴의 운영진은 단 하나의 정보도 통제하지 않고, 단 하나의 콘텐츠도 자사의 페이지에 종속시키지 않는 것이다. 그야말로 100% 자율과 개방이라는 웹2.0 정신 그대로 사이트를 구성하였다. 싸이월드의 모회사 SK커뮤니케이션즈의 유현오 대표는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웹2.0 컨퍼런스에 한국 대표로 참여하였다. 이때 싸이월드의 접속자와 여기 올라오는 동영상 등의 콘텐츠 양에 미국 측 참석자들은 모두 놀랐다고 한다. 최대의 UCC 사이트 유투브닷컴이라 할지라도 이미 한국의 포털형 블로그에는 적수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유현오 대표의 설명은 저작권 침해와 정보통제 등 진짜 웹2.0 정신에는 한참 못 미치고 있다. 현재도 싸이월드는 불법 저작권물, 불법 명예훼손 등의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매 사이트인 네이트닷컴은 모든 정보를 통제하는 웹1.0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전 세계의 포털 중 가장 적극적으로 웹2.0 방식을 구현한 구글의 뉴스 페이지에는 “정치적인 편향성 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뉴스 편집은 알고리즘 로봇으로 한다”고 공지해놓고 있다.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는 권력이다. 한국의 포털들이 뉴스편집권을 쥐고 언론권력을 누리려 하는 한, 웹2.0 흐름에 역주행하는 셈이다. 그 점에서 미흡하지만, 조금이나마 네티즌의 뉴스편집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네이버의 개편안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웹2.0형 사이트는 자율이라는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반드시 탈권력화해야 한다. 위자드닷컴 등의 차세대 포털 사이트의 두각이 주목되는 이유이다. 인터넷에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웹2.0 기업이라 하면 대개 그간 오프라인 컴퓨터에서 하던 작업을 웹에서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를 말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구글오피스와 구글데스크톱이다. 현재 한국에서도 주로 회계프로그램 등을 웹에서 제공하는 사이트들이 있다. 웹에서 모든 문서 작업을 마치고, 웹에서 바로바로 전송하므로, 쓸데없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글문서를 웹에서 편집하고자 한다고 치자. 당장 쓸 수 있는 폰트를 검증해보라. 아마도 굴림과 돋움말고는 사용할 폰트를 찾지 못할 것이다. 오프라인 한글프로그램에서는 주로 명조체를 쓴다. 그럼 웹에서 명조체를 구현할 수 있어야지만, 웹 문서편집기를 개발할 수 있다. 구글오피스의 한국판을 출시하려면, 일단 폰트부터 개발해야한다는 것이다. (주)우리글닷컴의 박민대표는 이 점을 착안했다. 박민대표는 명조체, 바탕체, 우리돋움, 우리고딕 등 4가지 웹폰트를 개발했다. 인터넷신문, 블로그, 까페 할 것 없이 모두 굴림만 쓰는 천편일률적인 인터넷 환경에서, 다양한 폰트를 공급할 수 있다면, 네티즌의 자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또한 모든 오프라인 소프트웨어를 웹에 올릴 수 있다. 박민대표는 “굴림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일본문자식으로 만든 글자체로 한글과 맞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폰트를 웹에서 쓸 수 있는 자율성이 바로 웹2.0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공존 공생의 새로운 인터넷 경제학이 웹2.0 근본적으로 웹2.0은 공존공생을 추구한다. 누구나 인터넷이라는 공론장에 참여하여, 누구나 권력에 종속당하지 않고 인터넷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웹2.0의 최종 목표이다. 또한 하나의 거대 기업이 시장 전체를 독식하지 않고, 특화된 기술과 콘텐츠를 보유한 기업 수십 만 개가 서로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웹2.0이다. 만약 인터넷경제가 이런 식으로 개편되면 계산할 수 없을 정도의 새로운 부가가치가 생산될 것이다. 바로 인터넷경제 활성화이다. 그 점에서 한국의 공룡 포털 체제는 웹2.0 흐름의 거대한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논의되는 웹2.0은 대부분 장사술이나 거짓이다. 실제로 포털의 권력 탓인지,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이 문제는 놓치고 있다. 한국의 웹2.0 전도사라 칭할 수 있는 사이버컴퓨터문화원의 김중태 원장의 “한국의 웹2.0 논의에는 사업만 있고 철학이 없다”라는 말은 가장 정확한 진단이다. 웹2.0의 철학과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가 어떻게 한국의 인터넷환경을 개선하고, 인터넷경제를 개편할 것인지, 보다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그렇게 논의된 대안에 대해서는 아마 미국 역시 뒤따라와야할 것이다. 그 만큼 한국의 인터넷기술과 네티즌들의 참여의식은 앞서 있다. /변희재 기자(빅뉴스) <저작권자 ⓒ 인터넷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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