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개편을 앞둔 방송사들이 ‘정치 외압’ 논란으로 시끌시끌하다. 올 초만 해도 미디어법[대한민국 미디어 관련법 개정 논란 [관련법 개정 논란, 미디어 법, 방송법...] 통과를 두고 정부 여당과 첨예하게 대립해 오던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제 진행자와 프로그램의 정치적 색채를 고려한 개편상을 차리기 급급한 행태다.
지난 해 윤도현, 정관용 씨 등 이른바 진보성향으로 분류된 진행자들을 대거 하차시켰던 KBS는 올해에도 ‘스타골든벨’ 진행자인 방송인 김제동을 석연찮은 이유로 하차시켜 논란을 빚고 있다. 공교롭게도 김제동은 윤도현이 몸 담고 있는 다음기획 소속 연예인이다. 윤도현이 속해 있는 그룹 YB는 지난 2002년 효순, 미선 양을 추모하기 위한 촛불집회,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등에서 꾸준히 공연을 펼쳐오며 사회적인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김제동 역시 지난 6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진행을 맡으며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방송가에서는 김제동의 하차를 두고 외압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김제동의 출연료가 유재석, 강호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지난 4년 동안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던 점으로 미루어 녹화 4일 전 하차를 통보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는 것이 방송가의 중론이다.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100분 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 역시 하차설이 제기되고 있다. 손 교수는 12일 노컷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프리랜서가 회사(MBC)의 방침에 따라야 하지 않겠나”라며 하차를 통보받았음을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하지만 고액출연료 문제는 정당한 하차원인이 될 수 없다는 게 MBC 내부의 시각이다. 손교수는 지난 2002년부터 ‘100분토론’을 진행해 오며 이 프로그램의 ‘얼굴’로 자리잡았다. MBC 역시 ‘손석희’ 브랜드를 내세워 두 프로그램을 홍보해 왔기에 그에 따른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게 방송가의 시각이다. 손교수는 지난 2006년 MBC를 퇴사했을 때도 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기회를 준다면 ‘100분토론’과 라디오 ‘시선집중’은 계속 진행하고 싶다. 내가 떠나더라도 난 결국 MBC 사람이지 않겠나?”라며 두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손교수의 거취 문제는 지난 4월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김미화 씨 하차 논란이 불거지면서 한차례 제기된 바 있다. 당시 MBC 라디오 PD들은 “김미화 씨가 절차와 방법을 무시한 채 사측의 의지대로 교체될 경우 올 가을 개편에서 ‘시선집중’의 손석희 교수가 교체 물망에 오를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두 프로그램은 모두 정부 여당에 바른 말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손 꼽히며 끊임없이 진행자 교체의 외압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MBC 라디오국에서 두 프로그램의 공헌이익률은 1, 2위를 다투고 있다. 때문에 결국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저조하고 광고 수주율이 낮은 TV 시사교양 프로그램 100분 토론부터 하차시킨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MBC 노조는 12일 성명을 발표하고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는 명백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신뢰도 1위, 영향력 1위인 언론인을 제작비 절감을 이유로 교체하는 것은 MBC 스스로 경쟁력을 저버리는 상식 이하의 결정이다”고 비난했다. 시사인은 MBC 안에서는 경영진이 방송문화진흥회에 ‘성의’를 보이는 차원에서 교체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고, 오래 전부터 <100분 토론> 진행자 자리를 노리던 보도국 간부들이 교체 쪽으로 분위기를 몰았다는 설도 흘러나온다고 전했다. 손 교수는 “아직 할 말이 없다”며 회사가 공식 방침을 발표한 후 자기 견해를 밝히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계속 맡을 것으로 보인다. 원본 기사 보기:신대한뉴스 <저작권자 ⓒ 인터넷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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