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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09.2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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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를 죽여야 한다면 빨리 끝내는 게 나을 것"
[연재소설] 홍매지숙명(紅梅之宿命) 피다, 14장 임의침묵(14-3)
 
이슬비

제14장 임의 침묵(3)

 

<지난 글에 이어서>    
유흔, 보현.”
 
윤희를 죽여, 2후계가 되어야 자신이 금족령에서 풀려날 수 있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꼭 자신의 손으로 윤희를 죽여야 한다면…… 빨리 끝내는 것이 나을 것이었다.
 
고도의 상인들이 가라고루성에 도착하는 것이 언제지?”


사흘 후 정도입니다만…….”
 
서란은 두 눈을 꼭 감았다. 무서웠다.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고, 더 솔직히 말하면,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어서 무서웠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무서웠고,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죽여야 하는 이 한씨가가 무서웠고, 더 나아가 그를 종용하는 부상국 전체가, 아니, 천하가 무서웠다.
 
사흘 후라……. 그때, 산머루를 가지고 오는 상인도 있겠지?”
 
그러나 꼭 그래야만 한다면, 꼭 사람을 죽여야만 한다면, 꼭 사람을 죽여야만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어쨌거나 서란은 열 살 어린아이였고, 그저 살고 싶어 하는 한 사람에 불과했다.
 
윤희가 산머루를 좋아하니까 말이야.”
 
서란은 고개를 푹 숙이고 손가락으로 무릎을 만지작거렸다. 유흔이 그런 서란의 손을 붙잡아,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댔다.
 
무서워하지 마, 화야.”


유흔?”


내가 있잖아. 화야, 내가 있잖아.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마.”


…….”


나 여기 있어, 화야. 나 여기 있어.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마.”
 
서란은 유흔의 손등 위로, 자신의 나머지 한 손을 겹쳤다.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이어가는 서란의 목소리는 한없이 무겁기만 했다.
 
산머루를 자리공과 바꿔, 보현. 할 수 있지?”


, 아가씨. 할 수 있어요.”


은밀히 해야 해. 들키지 않게. 알았지?”
 
말을 마치며 서란은 쓰러질 듯이 유흔의 품에 안겼다. 유흔은 그런 서란을 품 안 가득 끌어안고 등을 토닥였다. 서란의 여린 몸은 하염없이 떨리고 있었다.

<다음 글에 계속>


알바노동자, 여성, 정신장애인, 성소수자. 노동자와 다중소수자라는 정체성 속에서 길어올린 이야기. 해방세상이 와도 탄압받을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기사입력: 2018/01/02 [09:18]  최종편집: ⓒ 인터넷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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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개
알바노동자, 여성, 정신장애인, 성소수자 등 다중소수자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작가 이슬비. 그가 체험한 폭력과 상처, 그리고 억눌렸던 삶을 녹여 쓴 서사극 '홍매지숙명(紅梅之宿命) : 피다'. 가상의 중세 섬나라 부 상국을 무대로 펼쳐지는 오컬트무협판타지 그 소설 속으로...
서란은 이제 유흔이 들기에 벅찰만큼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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