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경 뽐내는 남양터널길과 요상한 일방통행

[한도훈의 울릉천국여행21] 20년전 좁게 뚫린 터널, 차·보행자 위협...

한도훈 | 기사입력 2016/03/16 [10:52]

절경 뽐내는 남양터널길과 요상한 일방통행

[한도훈의 울릉천국여행21] 20년전 좁게 뚫린 터널, 차·보행자 위협...

한도훈 | 입력 : 2016/03/16 [10:52]

통구미에서 남양, 골계로 가려면 두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웃통구미에서 산을 넘어 가는 길이다. 자동차로 통행할 수 있다. 가끔씩 산길을 보수하느라 찻길이 차단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제기능을 한다. 통구미를 통과하는 해안도로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모두 이 산길을 이용했다.

두 번째 길은 터널을 통과하는 것이다. 통구미, 남통, 남양 세 개의 터널을 지나는 이 도로는 각각 1991년, 1990년, 1986년 개통됐다. 벌써 스무 해를 훌쩍 넘겼다. 당시 교통량이 적을 것이라 생각해 터널을 아주 좁게 뚫었다. 공사금액도 적었을 테고. 기형적 터널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 통구미터널과 남통·남양터널.     © 한도훈


통구미터널은 통구미 마을 중간쯤에서 급격하게 방향을 틀어 향나무 자생지인 가재굴바위 중앙을 뚫어 길을 낸 거다. 터널이 좁아 한쪽 방향으로만 운행해야 하다 보니, 독특한 신호체계를 하고 있다.

통구미-남양 터널 독특한 신호체계

녹색, 황색, 적색 신호의 의미는 같은데 주기가 크게 다르다. 황색 신호를 아주 짧게 준다는 것이다. ‘이미 진입한 차량이 빠져 나갈 때까지’의 시간인 황색 신호를 오래 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이 신호를 보면 진입하지 말아야 하는데 무리해 진입하다보니 주어진 시간 안에 빠져나가지 못한 상황에서 반대편의 녹색불이 들어오기 때문. 충돌사고를 부를 수 있었던 것.

그래서 황색신호를 아주 짧게 하고 빨간 신호를 길게 한 것이다. 반대편에서 녹색 신호로 바뀌었을 때 이쪽 차량이 충분히 다 빠져나갈 수 있도록 신호체계를 바꾼 것이다. 그 결과 녹색 30초, 황색 3초, 적색 107초로, 황색과 적색을 합쳐 110초 동안 터널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녹색 신호 30초 안에 진입하면 무리하게 달리지 않아도 주어진 시간 안에 터널을 빠져나갈 수 있는데도 운전자들은 상대편 차들이 들어올까 걱정되는지 자꾸 과속을 한다고 한다.

▲ 남양터널.     © 한도훈


특히, 트럭들이 터널 안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리다보니 걸어서 터널을 통과하는 여행자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조급한 트럭 운전자들은 사고라도 나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그 좁은 터널 안에서 경적까지 “빵빵” 울려댄단다.

갈수록 자전거나 도보 여행자가 늘고 있는데, 이들이 좁은 터널 안에서 귀가 찢어질 듯 울리는 자동차 경적을 들으면 어떻겠는가? 좁은 갓길로 조심스레 걷던 여행객은 기겁해서 터널벽에 찰싹 붙으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표출할게 뻔하다. 울릉도 여행의 즐거움이 한순간 싹 달아나버리지 않겠는가?

거기다, 터널 안을 걷다보면 차량 바퀴가 내는 소음만 해도 귀청을 뚫을 듯 크다. 먼지까지 흠뻑 뒤집어쓰기 일쑤다. ‘고이 살아서 이 터널들을 빠져나갈 수가 있을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무섬증에 빠져들 때다. 이마에선 식은땀이 흐른다.

터널 속 차 경적, 도보여행자 무섬증

사실, 자전거나 도보로 여행하는 하는 이들은 웃통구미에서 남양으로 빠져도 된다. 하지만 통구미터널에서 남양터널까지 이어진 절벽 풍광이 환상적이다 보니 이 터널로 지나가게 된다.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게 아닌 가 싶다. 울릉버스를 탈 수도 있지만, 버스 시간을 맞추는 게 번거롭다.
 
▲ 울릉도 통구미 남양터널의 일방통행 신호등.     © 한도훈


그러니 녹색 신호 주기를 지금의 배로 늘리는 게 필요해 보인다. 그러면 차들이 거북이처럼 천천히 달릴 수 있을 것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도보 여행객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있을 테고. 섬 안에 둘레길이 여기저기 생기고 도보 여행객들이 늘어났으니, 그에 맞는 대책이 절실한 때다.

“울릉도만의 독특한 신호체계. 도보·자전거 여행객들에겐 이마에 땀나게 하는 위험한 일방통행 터널. 조심조심 터널을 통과한 기쁨, 그 이루 말 할 수 없는 통구미·남통·남향 터널 길의 절경이 그립다.”

시집 '코피의 향기'를 쓴 시인 한도훈입니다. 어린이소설로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를 우리나라 최초로 집필했습니다. 부천시민신문, 미추홀신문, 잡지 사람과 사람들을 통해 언론인으로써 사명을 다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콩나문신문에 '부천이야기'를 연재하고 있고, 울릉도, 서천, 군산, 제주도 등지의 여행기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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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의 역사·문화를 담은 여행기를 본지가 연재한다. ‘울릉천국여행’(한국 108대 비경을 찾아 떠나는)이라는 이름으로 한도훈 작가 겸 시인(54·남)이 취재·집필한다. 한 작가는 이 여행기를 펴내려고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열 차례 이상 울릉도 곳곳을 탐방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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