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꿈 뻐꿈' 우는 울릉도 흑비둘기 잔혹사

[한도훈의 울릉천국여행13] 천연기념물 제237호 사동 후박나무숲에는...

한도훈 | 기사입력 2015/12/21 [10:33]

'뻐꿈 뻐꿈' 우는 울릉도 흑비둘기 잔혹사

[한도훈의 울릉천국여행13] 천연기념물 제237호 사동 후박나무숲에는...

한도훈 | 입력 : 2015/12/21 [10:33]

울릉도에 흑비둘기가 텃새로 살고 있다. 독도에도 살고 있다는 것이 확인이 되었다. 흑비둘기는 말 그대로 몸 색깔이 검은색이어서 붙여진 이름. 울릉도에선 ‘검은비둘기, 흑구(黑鳩)’, '뻐꿈새'(뻐꿈 뻐꿈 운다고 해)라고 부른다.

흑비둘기의 울음소리가 듣는 사람에 따라 그 표현이 달라진다. 어떤 이는 ‘웃우우 웃우우’, 어떤 이는 ‘모오우 모오우’라고 한다. ‘뻐꿈 뻐꿈’ 하고는 너무나 틀리다. 그리고 비둘기 특유의 울음소리인 ‘구루구루우 구루구루우’라고도 한다. 이것을 조금 세게 발음한다고 해서 ‘꾸르 꾸르륵 꾸르 꾸르륵’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배고프면 뱃속에서 울려나오는 소리하고 비슷하다. 아마도 흑비둘기가 즐겨먹는 후박나무 열매가 줄어들어서 더욱 슬프게 우나 보다.

이 흑비둘기는 천연기념물 제215호다. 멸종위기종으로 각별한 사랑이 필요한 귀중한 새다. 천연기념물인 따오기, 흑두루미, 두루미, 황새, 크낙새, 들칠면조인 느시, 저어새, 팔색조, 백조, 먹황새, 황새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따오기는 우리나라에선 멸종해버려서 중국에서 기증을 받아 번식시키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다. 한번 멸종하면 다시 복원하기가 하늘의 별을 따는 만큼이나 어려워진다. 흑비둘기도 따오기보다는 개체수가 많기는 하지만 언제 멸종될지 모른다.
 
후박나무 열매 줄자 더 슬피 우는 뻐꿈새

사동에 흑비둘기 서식지가 있다. 이 서식지인 후박나무숲이 천연기념물 제237호다. 이 후박나무숲은 마을 사람들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자주 찾는 쉼터이다. 그래서 평상 위에서 마을 사람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다. 후박나무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7,8월이면 붉은 열매를 먹기 위해 흑비둘기가 날아든다. 열매가 땅바닥에 떨어지고 가을이 되면 흑비둘기는 감쪽같이 사라져버린다.

▲ 울릉도 사동 흑비둘기 자생지.     © 한도훈


“어디로 갔을까?”

흑비둘기는 땅바닥에 내려서 열매를 쪼아먹기도 하지만 주로 나무에서 직접 따먹는다. 옛날에는 사동 후박나무 숲에 사람들이 많지 않고 조용해서 둥지도 틀고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바로 곁에 해안도로가 뚫려 버스며 택시, 승용차가 쉴새없이 들락거려 둥지를 틀지 않는다. 사람들에 눈에 띄는 것을 극도로 민감하게 생각하는 친구들이라 모습을 숨기며 살아간다.
 
사람들이 없는 어둡고 조용한 곳만 골라서 살아가는 은둔자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후박나무 열매의 유혹 때문에 사람들이 있어도 흑비둘기는 날아든다. 흑비둘기 사랑이 각별해서 꼭 부부가 함께 나타난다. 그때 뿐이다. 먼 발치에서나마 흑비둘기하고 그리운 상봉을 할 수 있는 기회는......

흑비둘기는 도동 약수터옆 후박나무에도 날아들고, 저동 후박나무숲, 성인봉 산줄기에 있는 후박나무, 후박나무가 있는 어느 곳이든 나타나 열매를 맛있게 먹는다. 마음이 안타까운 것은 날이 갈수록 흑비둘기 숫자가 적어진다는 거다. 사람들이 흑비둘기를 발견하는 횟수도 점점 줄어들어서 한번 발견하면 빅뉴스가 된다.

그 원인은 사람들에게 있다. 울릉도에 그 많던 후박나무를 베어버려 너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흑비둘기는 후박나무 열매를 아주 좋아하는데 먹이가 줄어드니까 생존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흑비둘기가 후박나무 열매를 먹고 여기저기 똥으로 배출해 후박나무가 무성해졌다. 그런데 흑비둘기 줄어들자 후박나무도 점점 줄어드는 거다.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심지 않으면 몇 그루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흑비둘기는 일년에 딱 한번 알도 한 개밖에 낳지를 않아 번식이 아주 더딜 수밖에 없다.

후박나무 숲 황폐화되며 줄어드는 흑비둘기
 
▲ 후백나무에 앉은 흑비둘기.     © 한도훈


1960연대만 해도 울릉도에는 아름드리 후박나무가 많았다. 4백년에서 5백년 수령이 흔했다. 그걸 동네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도끼로 쓰러뜨렸다. 한 그루 후박나무를 베어 넘어뜨리려면 한 이십일 정도 죽어라고 도끼질을 해야 했다. “쿵!”하고 넘어지면 그 껍질은 벗겨서 한약재로 팔고 나머지는 밥 짓는 땔감으로 썼다.
 
후박나무 뿌리까지 캐어내면 약 사십평 정도의 밭이 생겼다. 그러니까 울릉도 사람들은 죽기 살기로 후박나무를 베어넘겼다. 한마디로 밭도 생기고, 약재도 팔고, 땔감도 생긴 꿩 먹고 알까지 먹었다. 그때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힘겹고 가난한 시대였으니까 이해할만 하다.

하지만 곱씹어 생각하면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거다. 거기다가 당시 엽총을 갖고 있던 사냥꾼들이 흑비둘기 사냥에 열을 올렸다. 흑비둘기 고기가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 육지에서 흑비둘기 사냥을 하기 위해 원정을 오기도 했다. 이 흑비둘기 사냥이 1970년대까지 이어졌다. 사냥꾼들이 울릉도 곳곳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흑비둘기를 구워먹던 만행이라니...

그렇게 울릉도에서 흑비둘기 숫자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후박나무 갯수도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모두 사람들의 잘못 때문이다. 서너 명의 사람이 감싸안을 만큼 큰 후박나무 천지라면 그야말로 세계적인 생태여행지가 되었을 터이다.

흑비둘기는 일제시대 때까지만 해도 일본에만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다 1936년도에 일본인 소임시홍(小林時弘)인 고바야시가 사동 후박나무숲에서 암컷 한 마리를 잡았다. 그 사실을 일본인 삼위삼(森爲三) 모리 교수가 학계에 보고해서 울릉도 사동이 흑비둘기 산지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삼위삼 모리 교수는 광릉의 크낙새, 제주도의 팔색조, 먹황새, 황새 등을 발견한 업적을 갖고 있다. 그리고 진도의 진돗개도 단일 혈통을 갖고 있다고 증명했다.
 
▲ 후박나무숲.     © 한도훈

 
육지 사냥꾼까지 원정와 흑비둘기 구워먹는...

사동 후박나무는 모두 다섯 그루인데 우람한 몸매를 자랑한다. 후박(厚朴)은 사전에 ‘인정이 두텁고 거짓이 없다’로 되어 있다. 상록활엽수여서 사시사철 푸르름을 자랑한다. 한 겨울에도 잎은 떨어지지 않고 그 늠름한 자태를 뽐낸다.

“사동 후박나무숲이여! 사계절 푸른 마음으로 흑비둘기를 기다리며 서 있는 그 기특함, 마을 사람들에게 푸른 그늘을 만들어주면서도 한마디 불평도 하지 않는 그 기특함, 그 마음 앞으로 천년은 더 갈지니...”

시집 '코피의 향기'를 쓴 시인 한도훈입니다. 어린이소설로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를 우리나라 최초로 집필했습니다. 부천시민신문, 미추홀신문, 잡지 사람과 사람들을 통해 언론인으로써 사명을 다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콩나문신문에 '부천이야기'를 연재하고 있고, 울릉도, 서천, 군산, 제주도 등지의 여행기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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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의 역사·문화를 담은 여행기를 본지가 연재한다. ‘울릉천국여행’(한국 108대 비경을 찾아 떠나는)이라는 이름으로 한도훈 작가 겸 시인(54·남)이 취재·집필한다. 한 작가는 이 여행기를 펴내려고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열 차례 이상 울릉도 곳곳을 탐방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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