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민의 고된삶 지켜온 명의 도동약수

[한도훈의 울릉천국여행7] 왜군에 승리한 장수의 갑옷이 녹아 효험큰...

한도훈 | 기사입력 2015/10/05 [11:30]

개척민의 고된삶 지켜온 명의 도동약수

[한도훈의 울릉천국여행7] 왜군에 승리한 장수의 갑옷이 녹아 효험큰...

한도훈 | 입력 : 2015/10/05 [11:30]

망향봉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도동약수공원엔 참 볼 것이 많다. 도동에 사는 사람들에겐 아침 산책으로도 그만이다. 도동약수(道洞藥水)터는 사계절 위장병을 고치겠다고 전국에서 온 사람들로 붐빈다. ‘약물탕’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유명한 설악산 오색약수, 인제 필례약수, 인제 방동약수, 홍천 삼봉약수, 평창 방아다리약수, 평창 신약수, 양양 미천골 불바라기약수, 양양 갈천약수, 정선 화암약수, 춘천 추곡약수, 봉화 오전약수, 청송 달기약수, 청송 신촌약수, 청원 초정약수, 청주 명암약수 중 도동약수는 으뜸 대열에 낀다. 

양양 미천골 불바라기 약수 같은 경우에는 무려 왕복 10㎞나 되는 꼬불꼬불 산길을 걸어가야 폭포수가 떨어지는 벼랑에 위치해 있다. 그 먼길을 옛날 사람들은 병 하나 고치자고 찾아간 거다. 그런 것에 비하면 도동시가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약수가 콸콸 솟아나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른다. 

"위장병 고치려는 이들 붐비는 약수터"

약수(藥水)는 약처럼 아픈 병을 고쳐주는 효능을 가진 물이라는 뜻이다. 산골짜기에서 솟아나는 물들을 대부분 약수라고 하지만 진짜 약수는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유명해졌다. 예부터 약수를 마시면 병이 낫고 장수할 수 있다는 우리네 민족 신앙에 의거한 소중한 생명수이다. 

▲ 도동약수터.     © 한도훈

몸이 아파도 별다른 약을 처방 받을 수 없었던 서민들은 약수에 의지해 생명을 구했다. 울릉도에 살던 개척민들은 가난하고 힘겹게 삶을 지탱해왔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 병이 나도 제대로 된 약을 처방 받을 수 없었다. 그때 도동 약수는 그야말로 병든 생명을 구해주는 구세주였다.

도동에 살던 분들 뿐만 아니라 사동, 통구미, 남양, 학포, 태하, 현포, 천부, 섬목 등지에서 살던 분들이 몸이 아프면 조그만 나무배로 노를 저어 도동으로 오거나 산 넘고 물 건너서 왔다. 그렇게 어렵고 힘들게 와서는 도동 약수 한 바가지를 마시면 속이 시원해지고 모든 병이 나은 것처럼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고, 실제 병이 고쳐지기도 했다. 

이런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도동약수터에 가려면 도동약수공원에서 안쪽으로 죽 올라가면 갈래길이 나온다. 도동약수터로 가는 길은 계단으로 바로 오르지만 독도박물관으로 가려면 우측으로 꺾어진다. 바로 곁에 망향봉 독도전망대에 오르는 케이블카 탑승을 위한 승강장이 마련되어 있다.

계단을 오르면 넓은 공원이 나오고 여기에 청마 유치환 시인의 울릉도라는 시비하고, 울릉도·독도의 영웅 안용복 장군의 충혼비가 세워져 있다. 이들 사이로 난 계단을 오르면 여러 개의 운동기구들이 놓여져 있는 아래 구석에 주변이 빨갛게 물들어진 약수터가 보인다.

청마 '울릉도' 시비 곁 계단 오르면...

조금 우스꽝스럽게 생긴 두꺼비의 입에선 쉴새없이 약수가 쏟아져 내린다. 물양이 아주 풍부하다. 머리가 어지러운 빈혈이나 소화불량, 류머티즘에 탁월한 효과 있다고 믿어진다. 이 도동 약수로 밥을 지으면 푸르스름한 빛을 띠고, 커피를 끓이면 진한 암흑색이 되어 버린다. 도동 약수를 담아 놓고 하루쯤 지나면 녹물이 섞인 것처럼 변한다. 철분이 물속에 녹아 있어서 그런 거다. 

도동 약수 성분을 분석해보니까 칼슘이 80.0㎎으로 제일 많이 들어 있고, 그 다음엔 염소가 53.3㎎이다. 그 다음에는 마그네슘이 3.6㎎이 들어 있고, 철은 0.15㎎이나 들어 있다. 사이다처럼 톡 쏘는 느낌을 주는 것은 탄산이 2.88㎎이나 들어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류가 0.05㎎ 정도 들어있다. 

▲ 도동에 있는 유치환의 '울릉도' 시비.     © 한도훈

도동 약수를 바가지에 담아 한 모금 마시면 사이다처럼 톡 쏘면서 씁쓰레한 맛이 난다. 그게 바로 탄산하고 철분이 들어 있어서 그런 거다. 아이들은 사이다는 잘 먹으면서도 도동 약수는 한 모금 마시다가 그만 얼굴이 찌뿌려진다.

이 도동 약수에도 전설이 있다. 도동 약수에서 쇠냄새가 난다. 그 이유는 옛날에 울릉도 도동에서 왜군과 싸우던 장군이 있었다. 용감히 싸우다가 전사한 뒤에 그 장군이 입고 싸우던 갑옷을 도동약수터 근처에 파묻었다. 장군의 갑옷은 쇠로 만들어 있었기 때문에 세월이 흐르면서 갑옷이 삭아 약수에 녹아 흐르게 되었다. 

울릉도를 온몸으로 지킨 장군의 갑옷에서 만들어진 약수이기에 그만큼 효험이 크다고 입소문이 났다. 그래서 위장병으로 고생하던 많은 사람들이 도동 약수를 마시고는 씻은 듯이 나았다고 한다. 심지어 나병이 든 환자도 몇 달간 도동 약수를 마시고 약수로 목욕을 한 뒤에 보란듯이 다 나았단다. 젊음의 물, 건강의 물, 생명의 물인 셈이다.

칼슘 등 미네랄 풍부한 '생명의 물'

“도동 약물탕 약수여! 한때 수많은 생명을 보살펴 주던 명의(名醫)나 다름없다. 지금도 약수로 밥을 짓고 약수를 먹고 건강하게 살아가게 해줘 마음이 기쁘다. 더구나 울릉도를 왜국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운 안용복 장군 같은 용감한 장수의 갑옷에 서린 그 우국충정(憂國衷情). 우리네 실핏줄 하나하나에 칼날처럼 새기게 해주는 멋진 친구!”
시집 '코피의 향기'를 쓴 시인 한도훈입니다. 어린이소설로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를 우리나라 최초로 집필했습니다. 부천시민신문, 미추홀신문, 잡지 사람과 사람들을 통해 언론인으로써 사명을 다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콩나문신문에 '부천이야기'를 연재하고 있고, 울릉도, 서천, 군산, 제주도 등지의 여행기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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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의 역사·문화를 담은 여행기를 본지가 연재한다. ‘울릉천국여행’(한국 108대 비경을 찾아 떠나는)이라는 이름으로 한도훈 작가 겸 시인(54·남)이 취재·집필한다. 한 작가는 이 여행기를 펴내려고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열 차례 이상 울릉도 곳곳을 탐방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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