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을 사겠다는 당신들의 제의를 고려는 해 보겠습니다. 그러나 제의를 받아들일 경우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이 땅의 생명체를 형제처럼 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미개인이니 달리 생각할 길이 없습니다. 초원에서 썩어가는 수많은 물소를 본 일이 있습니다. 모두 달리는 기차에서 당신네 백인들이 총으로 쏘고는 그대로 내버려 둔 것들이었지요. 연기를 뿜어내는 철마가 우리가 생존을 위해서 죽이는 물소보다 어째서 더 중요한지를 모르는 것도 우리가 미개인이기 때문인가요? 생명체들이 없는 세상에서 인간이란 무엇일까요? 동물을 포함해 모든 생명체들이 사라져 버린다면 인간은 영혼이 외로워 죽게 될 것입니다. 동물에게 일어난 일은 인간들에게도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당신들은 영혼이 맑은 아이들에게 그들이 딛고 선 땅이 우리 조상의 뼈라는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들이 땅을 존경할 수 있도록 그 땅이 우리 종족의 삶들로 충만해 있다고 말해 주세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가 가르친 것을 당신네 아이들에게도 가르치세요. 땅은 우리 어머니라고. 땅 위에 닥친 일은 그 땅의 아이들에게도 닥칠 것입니다. 그들이 땅에다 침을 밷으면 그것은 곧 자신에게 침을 밷은 것과 같습니다. 땅이 인간에게 속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땅에 속하는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인간은 생명의 거미줄을 짜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 거미줄의 한 가닥에 불과합니다. 그가 그 거미줄에 행한 일은 곧 자기에게 행한 일과 다른 것이 전혀 아닙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땅을 팔더라도 우리가 사랑했듯이 이 땅을 사랑해 달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돌본 것처럼 이 땅을 돌봐 달라는 것이에요. 당신들이 이 땅을 차지하게 될 때 이 땅의 기억을 지금처럼 마음속에 간직해 달라는 것이지요. 온 힘을 다해서, 온 마음을 다해서 당신들의 아이를 위해 이 땅을 지키고 사랑해 달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우리 모두를 사랑하듯이, 한 가지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하느님은 하나라는 것을. 이 땅은 그에게 소중한 것입니다. 당신들 백인들조차도 이 공통된 운명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한 형제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위 글은 원주민인 인디언 부족장 시에틀(Seatle)이 1854년 당시 미합중국 대통령 피어슨(F. Pears)에게 보낸 편지 글의 일부다. 자연으로서 오랜 생활터전인 토지를 상품으로 취급하고 매입의 형식을 빌려 강탈하려는 자들을 향한 호소력 있는 절규이다. 경제가 사회를 지배함으로써 초래할 재앙으로서 비극을 이보다 더 생생하게 묘사할 수는 없다. 사회적경제는 ‘돈’으로서 맘몬사상을 극복하고 사회적 특히 경제적 약자들에게 따듯한 시선을 보내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회적경제가 사회에서 낙오된 자들의 패자부활전은 결코 아니다. 왜곡된 자본의 한 곁에 물러난 자들의 신뢰와 협동·공생의 정신으로 자신들의 경제적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다. 이미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사회적경제를 기축으로 정부·시장과는 별개인 제3의 섹터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활동반경도 계속 넓혀가고 있다. 한국사회는 일제 36년 지배를 거쳐 해방, 6.25전쟁, 60-70년대 보리 고개, 70-80년대 압축성장,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숨 가쁘게 내달려왔다. 성장의 과실 속에 부익부 빈익빈, 부의 소수집중편재와 세습상속 등 부정적인 요소들이 상존하고 있다. 그런 우리사회에서 사회적경제는 최근에야 관심을 받고 있다. 사회적 경제는 21세기에 등장했지만 그 뿌리는 훨씬 이전으로 거술러 올라간다. 사회적경제 이론적 바탕은 칼 폴라니의 경제인류학에 그 뿌리를 둔다. 유태계 헝가리인 칼 폴라니는 생전에 ‘거대한 전환’(1944년 발행) 등 일부 논문을 통해 문화인류학으로부터 분리하여 경제인류학이라는 학문영역을 개척한다. 그의 사상을 압축한 책자는 ‘거대한 전환’이다. 그는 이 책 저술을 위해 고대 사람들의 살림살이를 문헌과 현장연구 등 실증적으로 검증한다. 경제사적인 접근을 통하여 그의 사상을 집대성하였다. 그는 합리적이고 계산적인 형식경제보다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 형성되는 실체적 경제를 중요시하였다. 그는 자연으로서 토지, 노동, 그리고 화폐가 시장거래를 통해 상품화되는 것을 철저히 경계하였다. 토지, 노동, 화폐의 상품화는 인류를 재앙으로 몰아간다고 경고하였다. 그는 캐인즈류의 자유경제주의자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부정하고 있는 일부 막스론자 양쪽으로부터 철저히 배척을 당했다. 그의 이론은 그가 생존동안에는 크게 빛을 발하지 못하였다. 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이라는 일명 모기지 사태에 의해 전 세계적 금융위기를 겪고 나서 재차 집중조명을 받게 되었다. 그는 국가사회주의 계획경제의 폐단과 시장만능주의에 의한 기존 사회해체의 위험성을 동시에 예견하였다. 경제가 사회를 매몰(embedded)하는 것을 사탄의 맷돌(Satan's mill)로 표현하여 인간 삶의 황폐를 일찍이 고발하였다. 기존의 의미와 가치 있는 살림살이들이 단순히 상품화로서 시장거래를 통하여 마치 사탄의 맷돌처럼 그 실체들이 사라져 버린 것을 성경의 구절을 인용하여 비유하였다. 화폐를 매개로 한 시장거래로서 교환만이 지배되는 경제매몰 현상을 극히 경계하였다. 교환 이외에도 호혜, 재분배, 자급자족의 유형을 구체적인 사람들의 생활에서 복원하고 이들 유형들이 동시에 서로 보완하여 작동하는 자연스러운 사람들의 살림살이로서 사회가 경제를 복속시키는 바림직한 것으로 여기었다. 그는 시장에 의한 자기 조정적 맹신의 위험성을 지적하였다. 동시에 허구적 상품으로서 노동, 토지, 화폐의 시장적 거래가 초래할 파국을 일관되게 주창하였다. 사회적경제가 본격 자리매김하고 있는 21세기에 그 허구적 상품의 위험성을 피해나가기 위해 자본에 의한 사회통제보다는 사람간의 신뢰에 의한 참여와 협동·민주성을 사회의 작동원리로 삼고자 하였다. 인간 노동을 상품화하면서 비정규직 양산에 따른 불완전한 고용 등 사회 안전장치 해체, 토지 등 자연자원에 대한 수탈적인 상품화로서 생태위기, 실물경제가 아닌 화폐의 상품중권화로서 지구적 경제위기들을 현재 목격하고 있다. 특히 2007년도 미국발 금융위기는 자본주의 사회 존재자체에 대한 불안감을 일시에 확산시켰다. 사회적경제는 국가와 시장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이윤보다는 일자리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해결해가는 걸 모태로 한다. 협동조합, 공제회, 지역재단, 자조집단으로서 결사체 등 일부 전통적 조직들을 중심으로 비영리(NPO), 비정부기구를 주요 매개체로 구현하고 있다. 때로는 사회적 책임(CSR)을 중시하는 기업조직체에도 사회적 합의에 따라 그 역할을 분담시킨다. 사회적 경제는 위기에 처한 복지국가의 새로운 모델로 나타나기도 하고 국가나 시장에 의해 충족될 수 없는 공공분야에 중요한 중개기관 역할을 자임하기도 한다. 사회적경제는 문화적 요소를 중요시한다. 오늘날의 전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여기는 자본력에 의한 인위적인 시장질서는 결코 아니다. 각각의 오랜 문화적 유대로서 먹고 사는 살림살이는 시장의 교환이 아닌 호혜·재분배 또는 아우타르키 방식으로서 자급자족 개념을 가정경제와 사회단위 등에 복합적으로 작동시킨다. 경제에 의해 매몰된 사회에서, 사회적경제는 거꾸로 경제를 사회로 복속시키는 윈리로 그 모순을 극복하고 있다. /이무성(광주대 교수, 제3섹터 연구소협동조합(준)위원장, (전)한국은행/IBM) <저작권자 ⓒ 인터넷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현)대안대학 녹색대학교 교수(사회읽기), 경제평론/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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