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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10.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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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무산되나?
"영진위, 제발 이제 그만 좀 하자"
[칼럼] ‘사소한 내부논란’ 트집 ‘발전가능성 1위’ 축제 망칠 셈인가
 
최방식 기자

참, 잔인한 4월이다. 한발 짝도 못나간 세월호 진상규명이 그렇다. 자식을 앞세운 황망함에 조롱까지 받아야 하는 세상. 팽목항 외침이 그친 적 없건만 그새 똬리를 튼 망각. 모두는 아픔이다. 봄비가 잠든 뿌리를 깨우건만, 죽은 땅 그 곳에 그냥 그대로 묻어두잔다. 비단, 세월호 뿐 아니다. 잇속을 챙기려 희생양을 찾는 약탈, 문화예술에도 버젓이 살아있다.

십 수 년 전 일이다. 줄 세우기 교육이 낳은 사행아, ‘일진회’가 말썽이던 때로 기억한다. 당국이나 기성세대가 ‘학교 조폭’을 쓸어내라고 목소리를 높일 때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말로 되나. 처벌이 가혹하다고 범죄가 사라지던가? 그 때, 학교폭력 논란을 뒤덮은 소식이 있었으니, ‘너희가 중딩을 아느냐’는 단편영화의 출현이다.

송파 영파여중 방송동아리 8명 학생이 주인공. 지도교사의 도움을 받아 만든 영화였다. 선배로부터 일진을 물려받은 한 여학생. 그의 삐딱한 시선, 그리고 이어진 폭력과 비행. 하지만 그는 방황 끝에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고 제자리로 돌아온다. 15분짜리 드라마다.
 
▲ 8월 열릴 예정인 제17차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포스터.     © SIYFF


‘중딩’들이 만든 영화다. 관심을 더욱 끈 건 일진을 그만둔다는 뻔 한 스토리가 아니다. 자신들의 눈높이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선다는 것 때문이다. 청소년을 ‘타자’로 세워놓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르는 기성영화와는 다른 앵글과 메시지. 주눅든 청소년들이 ‘기’ 펴고 ‘역전’의 메시지를 내는 것이다.

‘너희가 중딩을 아느냐’, 청소년 기살려

그 때 만난이가 김종현 선생이다. 영화를 만든 방송동아리 지도교사였다. 영등포 어딘가에서 소주 한잔 나누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그가 며칠 전 다시 연락을 해왔다. 17년여만이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이하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그가 이뤄낸 풋풋한 청소년문화를 늘 자랑스러워하던 중이다.

그와 청소년의 땀방울이 모인 영화제는 올해로 17회 째. 세계유명 영화제에서 50편, 끌레르몽페랑국제단편영화제 등에서 고른 성장단편영화 50편, 그리고 국내 경쟁부문 50편 등 총 45개국에서 150편의 영화를 모아 상영하는 아시아최대 규모의 국제청소년영화제로 성장했다. 지난해 문광부가 발전가능성 1위(2013년 평가)로 꼽았을 정도다.

그런데 말썽이 터졌단다. 영화진흥위(이하 영진위)가 지난 1월 영화제 보조금(2억원) 배정을 철회한다고 공지한 것. 프리랜서 2명에게 임금(220만원)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해명서를 제출했지만 묵살됐고, 영진위는 보조금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 2월 20일 지원사업신청서 접수마저 거부했다.

영화제는 프리랜서 2명의 임금건을 이렇게 해명했다. 지난해 해외초청 작품을 선정하려고 국제영화제에 출장 갈 때다.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해 참여시켰단다. 하지만, 회의 불참과 잦은 과음으로 별다른 역할을 안 해, 자연스럽게 정리된 사건이라고 했다. 그런데, 프리랜서 2명이 뒤늦게 영진위 산하 공정경쟁환경조성특별위(이하 공특위)에 임금미지급을 이유로 영화제를 제소한 것이다.

영화제측은 소송을 내고 ‘사업지원배제 및 투자조합수혜제한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했다. 그 결과 법원으로부터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냈다. 그렇게 끝난 걸로 알았는데, 영진위는 ‘지원사업 배제 정지’ 결정은 ‘본안판결이 아니다’며 유명 법무법인을 동원해 소송전을 준비하고 있다.

▲ 제13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홍보대사를 맡았던 배우 이천희와 김새론.     © SIYFF


타격은 그 뿐 아니다. 3억2천여만원을 지원해오던 서울시도 ‘영진위와 논란’ 보도를 문제삼아 지난달 30일 ‘서류전형 탈락’을 통보했다. ‘언론 노출’ 규정(지원배제 근거)이 애매했는지, 올 3월 ‘임금체불’ 항목까지 추가한 뒤 내린 조처였다. ‘진실’과 상관없이 논란 자체를 문제 삼는 태도가 영진위와 오십보백보다. ‘딴 맘’ 먹으면 누구든 영화제를 뒤흔들 수 있는 셈인데, 참 ‘웃픈’ 처사다.

오비이락이라 했던가. 영진위는 올 35억원 지원금 배정 대상으로 기존 7개에 신규 2개 영화제를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를 배제시킨 사이,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가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로 이름을 변경, 지원신청을 했다. 부산에서 청소년영화제를 하는 거야 반길 일이지만, 따지고 보면 ‘돌려막기’가 아닐까 싶다.

‘임금체불’ 사유 안듣고 지원철회라니?

8월 5~12일 영화제를 치르려면 지금 서둘러 자원봉사자를 뽑고, 해외 영화관계자를 초청하고, 1백여개국에서 참여하는 국제청소년영화캠프 참가자를 모집해야 한다. 하지만 영진위의 지원 중단 결정으로 제동이 걸렸다.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커가고 있다.

총 11~12억여원이 드는 행사다. 영진위와 서울시 지원금 5억2천만원이 중단되면 성북구 지원금 8천만원과 얼마가 될지 모를 후원금으로 치러야 한다. 정말 ‘큰 일’이 터졌다. 김 집행위원장은 “왜 그러는지 정말 모르겠다”며 “프리랜서 문제는 우리가 법에 따라 처리할 문제이며, 그래서 사유를 밝혔는데도 막무가내니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불순한 의도를 걱정하는 소리도 있다. 영진위가 부산으로 옮겨가며 부산쪽 지원을 늘리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 특정 인사를 속아내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낭설이기를 바란다. 이데올로기든 뭐든 그야말로 찍힌 적도 없고 말썽을 부린 적도 없으니까.

김 위원장의 각오는 확고했다. 영진위와 서울시의 지원이 중단된다면, 담벼락이나 주차장에서라도 영화제를 열겠단다. 다만, 해외 영화인과 청소년을 초청해놨기에, 그들의 참여가 어려워지면 국제적 망신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을 뿐이다. 최악을 대비, ‘응원 팔찌’(1만원) 판매와 후원금 모금 캠페인을 준비 중이다.

영진위의 재고를 당부한다. 문광부가 꼽은 ‘발전가능성 1위’ 영화제 아닌가. 17년 전통의 아시아 최초 최대 청소년영화제, 이런 자랑거리가 또 어디 있겠나. 세계 최고의 청소년영화제로 꼽히는 54년 전통의 질른영화제(체코)나 45년된 지포니영화제(이탈리아) 대표들이 와서 보고 “너희가 세계 3대 청소년영화제”라고 극찬을 했다잖은가. 현 정권이나 정부에 어떤 ‘억하심’도 없는 재단이다. 이런 축제를 팽개치고 어떤 ‘창조경제’를 만들겠다는 것인가. 서울시도 부화뇌동을 그만두길 바란다.
 
▲ 제13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폐막식에 참여한 게스트와 관객들.     © SIYFF

영진위가 문제 삼던 프리랜서 임금 220만원은 영화제측이 공탁을 걸어놓고 당사자와 시비를 가리겠다니, 그 결과를 보면 될 일이다. 그들이 말썽을 피운 거라면, 그냥 모른 척 하면 될 일. 영화제측이 잘 못한 게 있다면,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지면 될 테고.

글을 쓰는 저녁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린다. 귀에 익진 않았지만 가사가 재밌어 물어보니 십수 년 전 ‘지니’(015B 장호일 신성우 등)라는 그룹이 부른 노래란다. 딱, ‘너희가 중딩을 아느냐’ 속 ‘날라리’ 은경의 고백 같다. 참회의 노래로 들린다.

“난 너희들의 욕심이 벗어놓은 어두운 램프 속에 갇혀왔다. 난 너희들의 탐욕이 부를 때만 비로소 세상을 구경했다. 무조건적인 침묵과... 복종과... 인내를 강요당했다. 난 더 이상 너희들의 탐욕에 복종하는 인형이 될 수 없다. 느끼지 못했던 사랑과 느끼지 못했던 우정과 느낄 수 없었던 모순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날라리’ 은경의 고백 들리지 않는가?

아픈 4월, 봄비가 생명을 깨운다. 모든 생명은 깨어나며 아프다고 한다. 문화예술도 이제 긴 잠에서 깨어날 때다. 근거 없는 ‘갑질’ 이쯤해서 그만두는 게 어떨까. 이 정부가 ‘최고’라고 극찬했던 문화자산을 부수는 건 큰 낭비 아닌가. ‘약탈’ 비난은 또 어찌 감수하려고 그러는가. 봄꽃이 화사하다. 산승이 이걸 보고 출가를 후회했다는 시도 있잖은가. 부디, 깨어날지어다. 영진위, 이 봄에.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기사입력: 2015/04/20 [01:02]  최종편집: ⓒ 인터넷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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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iams 15/08/21 [15:33] 수정 삭제  
  난 너희들의 욕심이 벗어놓은 어두운 램프 속에 갇혀왔다. 난 너희들의 탐욕이 부를 때만 비로소 세상을 구경했다. 무조건적인 침묵과... 복종과... 인내를 강요당했다. 밖에서 약자로 규정한 영화제의 내부를 보면 세상은 중첩되고 반복되는 거울 사이의 무한반복인가봅니다. 따뜻한 시선을 가지신 기자님께서 힘과 힘 보다는 사람과 사람을 한번 더 들여다보시면 전혀 새로운 모습이 보이시리라 생각합니다.
wiliams 15/08/21 [16:33] 수정 삭제  
  커다란 갑질 상자가 있습니다. 뚜껑을 엽니다. 또다른 갑질 상자가 나옵니다. 그 속의 또 다른 상자. 갑질 상자 속의 갑질 상자. 그 무한 반복. 순수한 문화로써의 영화제는 존속되어야 합니다. 비겁 상자 속의 비겁 상자. 그 무한 반복. 거짓 상자 속의 거짓 상자. 인분교수 사건이 새삼스럽지 않은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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