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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04.20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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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차이나 생명줄 메콩강의 비극
[인도차이나반도 기행⑦] 개발과 사유화가 부를 인류의 미래
 
정미경
 밤새 내린 안개 속을 뒤척이다가 별이 지고나면 어김없이 붉은 해를 띄워 올리는 인도차이나의 희망. 비껴든 노을 속으로 말없이 돌아 흐르는 인도차이나의 낭만. 고원과 대륙을 휘돌며 하늘과 바다를 이어주던 인도차이나의 어머니 가슴. 인도차이나 반도를 촉촉하게 적셔주며 뭇 생명들을 잉태하고 품어가며 길러주던 생명의 못자리인 메콩강이 흘러갑니다.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고 민족과 민족을 보듬으며 애환을 함께한 가슴속의 기억들. 신과 자연, 인간 군상들을 떠받쳐주던 생명의 양수이지요.

때로는 웅장한 기백과 감동의 물결로 잔잔하게 흐르는 가 했더니, 때로는 설움과 분노의 거세찬 격랑으로 일렁거리기도 합니다. 나루터의 시름과 회한, 남모르는 사랑까지 싣고 지금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어요. 그러나 동남아시아 최후의 미개척지, 야생지대로 남아 있던 최대의 국제하천 메콩강이 심한 몸살을 앓는 가 했더니, 어느 사이엔가 몸져누워버리고 말았습니다.

구 소련의 붕괴로부터 시작된 사회주의 국제체제의 몰락, 그로부터 비롯된 생채기가 이제는 지나칠 수 없을 정도의 중병으로 발전해버렸습니다. 정치에서 경제로 이동하는 시대상황에 내몰려 참으로 몹쓸 병에 무방비로 노출되어버렸어요. 미제국주의와는 다른 길을 걷는 대신, 미제를 따라 잡으려는 패권주의에 독이 오른 야망의 희생물로 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음험한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보다 세련된 화평굴기(韜光養晦)로 얼굴을 바꾼 ‘팍스 시니카’의 먹이로 내몰리는 신세로 되어버렸다는 것이지요.
 
▲ 비껴든 노을 속으로 말없이 돌아흐르는 인도차이나의 생명 못자리.     © 정미경

미제국주의자들과 함께 교토의정서 같은 국제적인 협력을 보란 듯이 외면하는가 하면, 쑹화강의 벤젠유출 사고를 감추는데 급급하고, 서해오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산샤댐을 건설해왔던 그들입니다.

황사의 발원지라고 하는 것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도 가지지 않고, 오로지 산업대국의 길로 돌진하고 있는 오늘의 중국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기가 짝이 없습니다. 패권주의를 반대한다고 천명해놓고도 또 다른 패권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작금의 행태에 깊은 우려의 시선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티베트와 위그루에 대한 탄압, 그리고 남사군도를 둘러싼 베트남과의 해묵은 분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에요. 이제는 느닷없는 동북공정이라는 것을 들고 나오기까지 했잖아요. 그러한 중국의 남하정책이 인도차이나 반도의 생명줄인 메콩강을 옭죄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메콩강 유역내의 국가들과 사전협의도 없이 강 상류 지점에 초대형 댐을 건설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시발점입니다. 이미 건설한 것도 있고, 건설 중인 것도 있으며, 건설이 예정되어있는 것도 있어요. 초기단계에 불과하지만, 벌써부터 태국과 라오스 국경 지대의 어획량은 절반 이상 줄었으며, 수량이 줄어들자 남지나해의 바닷물이 메콩강 하류로 역류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고 합니다.
 
 
▲ 준설중인 메콩강 델타.     © 정미경


사태가 이러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은 인도차이나 역내 국가들을 불러모아놓고 소위 ‘쿤밍선언’이라는 것을 내놓았어요. 국가 간 고속도로망을 정비하여 무역과 투자 장벽을 해소하고 관광산업을 촉진하며 수력전기 매매 활성화를 꾀한다는 것이 그 핵심 내용입니다.

한마디로 메콩강 경제벨트 건설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지요. 상류는 수력발전의 전진기지, 중류는 대형선박의 진․출입로로 하겠다는 중국의 구상이 현실화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입니다. 상류의 초대형 댐의 건설과 더불어 이미 중류의 암초는 제거되었으며, 급류의 흐름마저 바꾸어버렸어요. 이 항로는 동남아 진출의 관문으로 될 것이 분명합니다.

생태학적 다양성을 띤 강유역의 여러 지역을 이른바, 보존회랑 지역으로 연결하도록 한다는 덧붙여진 합의내용은 생태학적 환경재앙을 분식하려는 일종의 무마책에 불과할 뿐. 방류량 통제권을 거머쥠으로써 좽이그물의 벼리를 장악하게 된 중국에 의해 자연재해는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상과 수중생물 서식지의 파괴, 산림파괴에 따른 지반 침하, 여기에 그림자처럼 달라붙는 생물다양성의 감소, 그리고 식량불안정과 공동체 파괴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어요. 그 결과 인도차이나 전역은 마치 중남미가 북미의 뒷마당으로 된 것처럼 중국에 종속될 것입니다. 인도차이나의 생명줄이 중국의 수중에 들어가기 때문이지요.
 
▲ 환경을 희생시키는 대규모의 개발이 예정되어있는 인도차이나의  생명줄, 메콩강.     © 정미경


여기에 숙주의 기생충처럼 달라붙는 또 다른 사냥꾼이 있습니다. 아시아 전체를 전쟁의 광풍으로 내몰았다가 허접 쓰레기처럼 패망한 섬나라. 한반도의 전쟁에서 기사회생을 하고 인도차이나 전쟁에서 떼돈을 번 희대의 해적, 일본이 바로 그들입니다. 돈이 된다면 그 어떤 곳도 마다 않고 달려가는 저들이기에 인도차이나를 결코 놓칠 리가 없지요.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인도차이나 반도를 향한 저들의 경제적 침탈은 지난 시기에 대한 향수어린 그것의 연장입니다. 아시아개발은행이라는 간판을 앞세워 공적원조라는 명목으로 진행하는 저들의 우회 전략은 본색을 감춘 침탈일 뿐, 결코 반성으로부터 나온 호혜적인 지원이 아니에요. 미려하고 섬세한 베트남의 아슴한 서정과 머물듯이 번져가며 모든 것을 녹여내는 캄보디아의 미소를 얕잡아보는 저들의 계산속에는 오로지 천연자원과 상품시장이 있을 뿐입니다.

오랜 식민지 경험과 다양한 정치구조로 부터 누적된 인적자원의 불균형, 지식빈곤과 전문성 부족 그리고 경제적 빈곤을 비집고 들어가는 저들에게 인도차이나는 그저 먹이로서만 존재합니다. 도로와 철도, 에너지와 통신 등 인프라 전반에 걸친 대규모의 프로젝트에 손을 뻗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에요. 수력발전과 선박운항, 홍수방지 및 수송망 정비를 통해 역내통합을 이루어 무한한 투자유망시장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입니다. 경제원조와 기술지원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지요.

두만강유역개발, 일본의 서부인 니가타와 북녘땅 나진선봉 그리고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을 잇는 가장 역동적인 이른바 ‘동북아시아 트라이앵글 프로젝트’를 미제국주의자들의 사주를 받아 중국과 함께 무산시킨 저들이기에 그렇습니다. 나아가 구미열강의 대사회주의 봉쇄선에 합류했던 저들이 이제는 미제국주의자들의 새로운 각본 즉 대중국봉쇄전략의 일환으로 이곳을 각축전의 전진기지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환경을 희생시키는 대규모의 개발이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세계의 정치가 영토분쟁에서 자원분쟁으로 바뀌고 앞으로는 환경 분쟁으로 치달을 것이 분명한 이상 이곳은 인류의 미래를 결정짓는 분수령 중의 하나로 떠오를 것이 틀림없습니다. 일본은 뒷전에 앉아있고 중국은 인도차이나 환경 분쟁의 주범으로 낙인찍힐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환경 분쟁의 전초전인 물 전쟁은 이미 일상화 되었습니다. 국지전의 양상을 띤 전쟁에서 물 분쟁은 중요한 전쟁의 구실로 되고 있어요. 요르단과 이스라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전쟁은 그 바탕에 물 분쟁이 깔려있습니다.

▲ 앞으로는 환경 분쟁으로 치달을 것이 분명한 이곳, 메콩강.     © 정미경


유프라테스강을 둘러싼 이라크와 시리라간, 이라크와 터키간의 충돌 또한 대표적인 물 분쟁이지요. 나일강을 중심으로 서로 대립하는 에디오피아와 이집트간의 분쟁 또한 물 분쟁입니다. 잠베이강을 둘러 싼 나미비아, 앙골라 보츠와나 짐바브웨 말라위 탄자니아 모잠비크 잠비아 등의 분쟁 또한 물 분쟁입니다. 갠지즈강을 두고 벌이는 방글라데시와 인도의 해묵은 전쟁은 종교와 결부되어 진행되기도 합니다.

여기에 브라마푸르트라 강을 사이에 둔 중국과 인도의 분쟁도 있어요. 이렇게 물 분쟁은 국경을 사이에 둔 영토전쟁의 성격과 자원전쟁의 성격을 집중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동시에, 국가는 결코 환경문제와 생태복원을 위한 단위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국가는 세대를 뛰어넘을 수 있는 전망을 결코 가질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정부 간에 체결된 국제기구가 그것을 대신할 수도 없습니다. 보전과 협력, 평화와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생물권보전지역을 위한 월경협력이 새로운 환경생태운동의 단위로 등장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평화공원’과 ‘우정의 지대’ 같은 사업은 대결과 전쟁을 대신하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비정부 국제기구만이 할 수 있는 작은 시작의 출발선입니다. 권력은 ‘평화의댐’ 이라는 것을 조작해 긴장을 격화시키지만 비무장지대 평화공원화 계획은 대립을 완화하고 협력을 촉진하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여기에 새로운 환경생태운동의 미래가 있습니다. 한반도 서해협력지대의 창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장차 격화될 인도차이나의 환경 분쟁은 전쟁과 평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탁자위에 올려놓을 것이 분명합니다. 사유는 전쟁을 불러오지만 공유는 협력을 북돋아줍니다. 국가와 비정부기구간의 대결과 협력, 그 새로운 무대로 등장하고 있는 인도차이나의 메콩강 유역개발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있을 수도 있습니다. 

정말이지 견고한 석축물을 허물어뜨리는 용수나무처럼 용트림을 하고 있는 메콩강이 개발과 전쟁세력들을 구축하였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런 날을 일일천추로 학수고대하렵니다.

인도차이나의 생명줄인 메콩강이 국가주의자들에 의해 난도질당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한강과 낙동강이 개발주의자들에 의해 파헤쳐질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환경생태의 관점에 서면 국가는 개발업자들의 대변자라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국경 또한 저들의 이익선에 불과하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메콩강은 인도차이나를 흐를 뿐,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기사입력: 2008/02/17 [18:59]  최종편집: ⓒ 인터넷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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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님은 생태숲 해설가입니다. 환경단체인 풀빛문화연대의 기획위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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