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같이 여행을 떠나고 싶다

詩로 말한다 계절의 끝을 알리는 추위에 슬프고 쓸쓸할 때...

임효림 | 기사입력 2007/11/23 [11:08]

누군가와 같이 여행을 떠나고 싶다

詩로 말한다 계절의 끝을 알리는 추위에 슬프고 쓸쓸할 때...

임효림 | 입력 : 2007/11/23 [11:08]
▲ 한강 하구 연안습지에서...     © 정미경

 
가족  /서정춘

 어미새 쇠슬 쇠슬 어린 새 달고 뜨네
볏논에 떨어진 저녁 밥 얻어먹고
서녘 하늘 둥지 속을 기러기떼 가네
가다 말까 울다 말까 이따금씩 울고
울다가 잠이 와 멀다고 또 우네
어미새 아비새 어린새  달고 가네

 [詩해설] 계절을 끝을 알리는 추위가 찾아 왔다. 마당에 낙엽이 이리저리 뒹굴고 있다. 모든 것이 슬프고 쓸쓸하다. 어디 누구 같이 가자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처음 가보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아니 엽구리가 시리고 가족이 그리운 탓인지도 모른다. 쓸쓸한 심사를 호소할 사람이 없다. 전에는 가끔 누나에게 전화를 해서 투정도 하고 짜증도 내고하면, "도를 어지간히 닦은 스님이 뭔 일로 투정을 다부리네" 하면서 다 받아 주셨다. 그런 누님도 평생 지병인 천식으로 이승을 하직한지 벌써 여러 해가 되었다. 그런 누나를 생각나게 하고 역시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시다.
 
한번은 서정춘 선생에게 이 시를 두고 선생님의 시 중에서는 가락이 제일 좋은 시라고 한 일이 있다. 곡을 부치지 않아도 저절로 노래가 되는 그런 시다.

인터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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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림 스님은 실천불교전국승가회 공동의장이며 (재)만해사상실천선양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스님은 시인으로서 <흔들리는 나무>, <꽃향기에 취하여>, 산문집 <그 산에 스님이 있었네>,<그 곳에 스님이 있었네>, 생활 불교 이야기 <사십구재란 무엇인가>, 번역서 만해 한용운의 채근담 <풀뿌리 이야기> 등을 펴냈다. 본지 대표이사 발행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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