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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12.1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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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인들이여! 점(占) 편견을 버려라”
김계유의 주역읽기①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선다...”
 
김계유
주역 전문가인 김계유 선생께서 본지에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만학의 제왕'이라는 주역. 하지만 우리에겐 그저 점 치는 책으로만 알려져있을 뿐이죠. 본지는 김계유 선생의 주역 연재를 통해 그 심오한 철학 속으로 독자여러분을 안내하겠습니다. /편집자
 
주역에 대한 공부는 먼저 편견과 마주해야 한다. 주역은 일반적으로 세간에 떠도는 사주, 관상, 무격 등과 같은 범주로 취급된다. 그래서 점치는 기능을 수반하는 역경의 이미지 또한 대체로 부정적이다.

‘아! 주역, 점치는 책.’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그 의도는 너무나 뻔하다. ‘점은 천박하다’, ‘점에 의존하는 자세는 적어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니까.

점의 어떤 면이 사람들에게 이런 생각을 갖게 만들까? 풀리지 않는 자기 자신의 문제가 있으면 누구나 한번쯤 관심을 가져 보았을 법한데도 예외가 없다. 그리고 사실은 그게 나도 마찬가지다.
 
“아! 주역, 점치는 책”
 
주역을 가르치면서도 주역을 점치는 책으로 한정해서 의미규정을 하려고 들면 왠지 거부감이 없지 않다. 주역은 인간의 도리에 대한 가르침 혹은 천지자연의 이치를 보여주는 심오한 학문으로서 만학의 제왕이라는 이미지를 무엇보다도 강조하고 싶어 한다.
 
도대체 왜 그럴까? 그것은 나 자신만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학문은 고상하고 점에 의지한 민초들의 삶은 천박하다는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일수도 있으니까?
 
이 땅의 지성인들이 누리는 기득권을 생각해보라. 세상을 이끌어가는 여론 주도층으로서의 온갖 특권과 이점을 한 몸에 안고 살아간다. 정치와 경제, 종교와 문화 및 예술 등의 온갖 방면에서 그들은 이시대의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존재들이다.
 
그들의 행실과 그들의 속물근성에 침을 뱉는 이들도 사실은 그 자신이 그렇고 그런 자리에 가지 못해 그들을 경멸하고 조소하는 자기 위안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할 때가 더 많다.
 
그리고 그 점에 있어서 점에 의지하는 사람들의 심리도 예외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남들보다 더 많은 특권을 누릴 수 있게 되지? 어떻게 하면 남들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거야? 어떻게 해야 남들이 나를 부러워하고 남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가 있어?
 
그러므로 세속적인 지성과 세속적인 점의 차이를 구별할 수 없다. 다만 세속적인 지성은 합법화된 자기 논리로 자기 삶의 구린 부분을 방어하고 지킬 줄 아는 영악함이 있지만 세속적인 점에서는 그것이 어렵다.
 
“학문은 고상, 점 천박?”
 
애초에 자기 논리와 자기 방어의 기술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고 또 생각하고 있지도 못하다. 이것이 바로 세속적인 지성에 비해 세속적인 점이 대접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러므로 세속적인 점에 대한 관심에는 건전한 자기비판의 여지도 본질적인 의미의 자기지성에 대한 의존도 찾아보기 어려운 경향이 지배적이다.
 
돈을 추구하는 삶, 명예를 추구하는 욕구 그것들을 조금도 어색하게 여겨보지 않는다는 데 바로 점이 천박하다고 여겨지는 이유가 있다.
 
그러나 나는 묻고 싶어진다. 합리적인 자기주장과 그럴듯한 논리로 세속적인 지성이 자기 자신의 삶을 무장하고 살아간다고 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다수 지성인들의 삶이 과연 제대로 된 삶일까? 혹시 우리가 천박하다고 생각하는 세속적인 점보다도 더 못하지는 않을까?
 
이쯤에서 결론을 정리하자. 선가구감에 보면 땅에서 넘어진 자는 땅을 짚고 일어난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서산이 말하는 땅의 개념은 우리의 마음이다. 우리의 마음에 어떤 부끄러움이 생겨났다면 그 부끄러움을 유발하는 동기는 우리의 발밑에 있다는 지적이다.
 
“부끄러움은 네 발밑에...”
 
점 자체가 부정적이거나 부끄러운 것은 결코 아니다. 그 동기가 부정적이고 부끄러울 뿐이다. 그러므로 사회 풍조 전반을 반영하는 점에 대한 부끄러움은 너무나 당연하다. 또 그 부끄러움의 의미를 이 땅의 지성인들은 날 세운 마음으로 깊이 되새길 줄 알아야 한다.
 
/김계유(주역 전문가)



필자 소개
 
인물사진을 요청했더니 '난초처럼 세상을 살고 싶은 사람'이라며 이렇게 난초 하나 사용하라고 합니다.
거창에 살면서 주역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본지가 소개글을 보내달라고 했더니 아래와 같이 보내왔습니다.
 
이름이란 하나의 허명인 것을
사회는 왜 이것을 우리에게 강요할까?
이력이란 하나의 그림자인 것을
사회는 왜 이것을 우리에게 주문할까?
초상이란 하나의 찌꺼기인 것을
우리는 왜 거기에서 알맹이를 찾을까?
가짜가 진짜 같고 진짜가 가짜 같은 세상
진짜도 가짜이고 가짜도 진짜인 세상
진짜와 가짜의 함정을 우리가 알 날은 언제일까?
산모퉁이에서 피어나는 한 조각의 구름이여
물안개 가득한 아침 연못의 풍경이여
가짜에 붙들린 나는 오늘도 진짜를 살고 싶다.


  

기사입력: 2007/11/09 [11:54]  최종편집: ⓒ 인터넷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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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던 07/11/11 [23:50] 수정 삭제  
  주역이라, 흥미로운 글쓰기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김계유 선생 소개 글 재미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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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란 하나의 허명인 것을 사회는 왜 이것을 우리에게 강요할까? 이력이란 하나의 그림자인 것을 사회는 왜 이것을 우리에게 주문할까? 초상이란 하나의 찌꺼기인 것을 우리는 왜 거기에서 알맹이를 찾을까? 가짜가 진짜 같고 진짜가 가짜 같은 세상 진짜도 가짜이고 가짜도 진짜인 세상 진짜와 가짜의 함정을 우리가 알 날은 언제일까? 산모퉁이에서 피어나는 한 조각의 구름이여 물안개 가득한 아침 연못의 풍경이여 가짜에 붙들린 나는 오늘도 진짜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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