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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07.1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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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독재가 자르고 파헤친 청계산 가다
[서울둘레길14-1] 북남종주, 원터골~매봉~망경대~이수봉~국사봉
 
최방식 기자
청계산을 북에서 남으로 종주했습니다. 한남정맥 청계·관악 지맥을 가로질러 사통팔달 소통의 길을 걸었죠. 선현들은 ‘너 자신을 알라’고 했는데. 가르침을 좀 얻어 보려고 나섰지만 그저 깜깜하더이다. 세상을 알기는 고사하고, 제가 어디 서 있는지도 모르고 있으니까요. 개발독재의 생채기는 아직도 덜 아물었고요.

서울둘레길 여행을 시작하고 청계산 두 번째 오는 길. 영하 13도의 맹추위 속에 걸음을 뗐습니다. 셋이 모였는데, 또 한 명이 온다고 해 기다렸죠. 카페에 참여하겠다고 댓글을 달아놨던 터라서. 시간은 지났는데 연락은 없고, 안 되겠다 싶어 그냥 출발했습니다. 동장군 기세에 눌린 모양이라 생각하면서요.

원터골에서 버스를 내립니다. 한양에서 신갈·안성·천안으로 가는 길목의 험준한 고갯길. 옛날 역원이 거기 있어 붙여진 마을 이름. 청계산에는 원터마을이 하나 더 있는데, 국사봉 남쪽 능선에 있죠. 제물포에서 광주를 거쳐 여주로 가는 길목에 역원이 있어 붙은 이름입니다.

▲ 매봉으로 오르는 능선. 딴 세상입니다. 청계산의 북동자락인 이곳은 연말연초에 내린 눈이 녹지 않아 하얀 세상입니다. 고산 상고대에서 보이는 눈꽃 세상. 도심과는 딴 별천지입니다.     © 최방식


원터골이나 옛골에서 청계산에 오르려면 반드시 굴다리를 지나는 데, 그 위가 바로 경부고속도로. 1970년 박정희가 ‘서울~부산 1일 생활권’을 만든다며 군 공병대까지 투입해 착공 2년 여 만에 완공한 고속국도 1호. ‘하면 된다’, ‘빨리 빨리’, ‘성공하면 최고’ 처세문화의 근간이 된 개발독재의 표상이죠.

사통팔달 청계산을 가로질러...

‘역시 박정희’ 신드롬을 만들어낸 작품이고, 3백억원이 조금 넘는 적은 돈을 들여 이룩한 찬란한 신화. 그 자랑이 대단했죠. 하지만, 1990년 말까지 보수비가 건설비의 4배나 들어 ‘빨리빨리’, ‘까라면 까’의 군인독재 허상이 들통 나고 말았습니다. 개발독재의 생채기는 아직도 아물지 않았고요. 반대편 서울대공원도 박정희가 ‘신무기개발 군사기지’로 준비했다가 부적합 판정에 대체 조성한 것이니까요.

MB의 뉴타운도 딱 그 수준. “낙후된 우리동네, 뉴타운으로 개발하자”는 구호로 ‘강남처럼 잘 살 수 있다’는 환상을 부른 정책. 실리는 MB가 다 챙기고, 개발이익 환상이 깨지며 주민들은 쪽박을 찬 꼴입니다. 지금도 개발취소가 이어지고 있죠. 박정희의 ‘한강의 기적’도 ‘경부고속도로’도 64년 12월 서독을 방문하고 ‘라인강의 기적’과 ‘아우토반’을 보고 베낀 것이니 흉내만 내는 건 늘 말썽입니다.

북한산둘레길 여행 때 보았던 진관내동 한양주택 이야기엔 혀를 내두를 정도죠. 72년 박정희 정권 때 만들어진 마을. 7·4공동성명 이후 북한 협상단이 오가는 곳이라며 그린벨트에 군사보호구역인 이곳에 50평짜리 획일적 단독주택 단지를 만들고 장기융자로 주민을 이주시켰으니 남한의 ‘선전마을’이었던 셈. 그 자리에 은평뉴타운을 세운다며 융자금조차 아직 덜 갚은 이들에게 다시 나가라니. 참...

한 번은 개발독재자 박정희에게, 또 한 번은 ‘따라쟁이’ MB에게 거주의 자유를 빼앗기고 ‘관제 삶’을 강제당한 이들의 속내는 어떨까요. 96년 서울시가 ‘관내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할 정도였던 한양주택을 헐어버린 자들. 아름다움은 외관이 아닌 내면에 있음을 알 리 없는 개발독재는 이처럼 폭력적입니다.

▲ 동으로 경부고속도로가 자른 능선. 북으로 이어지는 우면산. 서로 손에 잡힐 듯한 관악산과 뒤로 문순산까지 이어지는 한남정맥. 남으로는 아스라한 광교산으로 이어지는 청계산.     © 최방식


MB가 뉴타운으로 집권한 것도 박정희 정권의 67년 6대 대선 흉내와 유사합니다. 박정희는 ‘고속도로 건설을 정치에 이용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4월 29일 유세 때 발표해버렸죠. “좁은 국토에 무슨 넓은 길이냐”, “쌀도 모자라는 데 우량농지 훼손이라니” 등 야권의 반발을 샀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죠.

군부대·개발독재에 신음하는 땅

굴다리를 지나 등산로에 들어서니 사람 정말 많습니다. 여느 등산로와 좀 다른 건 평상복 차림이 눈에 많이 띈다는 것이죠. 등산준비를 안하고도 단체로 야유회나 나들이 오는 이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매봉까지 길을 잘 닦아놔 평상복 차림으로 오르기 좋아서 그렇다네요.

매봉이 저만치 보이는 곳. 정말 딴 세상이 펼쳐집니다. 북동자락은 연말연초에 내린 눈이 녹지 않아 하얀 세상입니다. 고산 상고대에서 나타나는 눈꽃 세상. 도심과는 딴 별천지입니다. 멀리 양재역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능선을 오르는데, 길이 막힙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을 어찌들 알고 오는지.

매봉 정상에 서니 동서남북 청계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동으로 경부고속도로가 자르고 간 능선. 북으로 양재로 그리고 한 발 뛰어 이어지는 우면산. 서로 손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잡힐 듯한 관악산과 그 뒤 문수산으로 이어지는 한남정맥. 남으로는 아스라한 광교산.

산맥의 이어짐을 봤습니다. 물길과 바람길을 확인했죠. 이웃과 이웃을 잇는 사람길을 찾았습니다. 서울의 산과 강, 그리고 마을을 잇는 둘레길을 찾아 나선 여행자들. 마침내 소통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그 길에서 바로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인륜을 아는 것일 테지요?

150여 년 전 대동여지도(大東與地圖)를 완성한 고산자(古山子) 김정호를 생각했습니다. 남북으로 120리씩 22첩, 동서로 80리씩 19판으로 총 227개의 네모난 지도를 그렸고, 한곳에 모으면 한반도의 전체가 되는 분첩식(折疊式) 지도. 봉우리와 능선을 따라 산줄기를 이어 백두개간을 완성했죠. 8도 도읍과 리현, 성·보·역참·봉수·능, 도로와 거리를 표기해놨죠.

그리고 3년 뒤 지도에 표기한 팔도·군현 지역별 지리적 특성을 해설하고 기록한 대동지지(大東地志). 산천·국방·도로·강역·역사지리 등의 주제별 지리학을 덧붙여 총 32권 15책으로 정리해놓은 지리학서적. 인물·성씨·시문은 빼고 군사적 내용을 강조한 측면이 있지만요.

▲ 박정희 정권이 ‘신무기개발 군사기지’로 준비했다가 미군측의 부적합 판정에 대체 조성한 서울대공원. 그 앞에 관악산이 보인다. 반대편 원터골이나 옛골에서 오르려면 굴다리를 지나는 데, 그 위는 ‘개발독재’의 신화 경부고속도로.     © 최방식


고산자가 대동여지도 목판에 새겨놨다는 글귀 기억납니다. “산은 본디 하나의 뿌리로부터 수없이 갈라져 나가는 것이고(山主分而脈本同其間), 물은 본디 다른 근원으로부터 하나로 합쳐진다(水主合而原各異其間),” 정기를 내뿜는 아버지의 산, 모든 것을 포용하는 어머니의 강과 바다를 일컬음이죠.

산을 넘고 물을 건너는 길. 고개와 나루를 지나 산으로 강으로 그리고 바다로 이어지는 소통의 길. 길을 안다는 것은 그러니까, 세상 어디든 찾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죠. 바로 깨달음입니다. 하지만, 제 집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자들이 어떻게 세상만사를 알리까? 나침반·지도, 심지어 내비게이션을 가졌어도 깨달음은 고사하고 방위조차 모르는 것을.

산은 갈라지고, 물은 합쳐지고

제가 어디 사는지, 이웃엔 누가 기거하는지, 소통의 길은 어디로 나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여행을 시작했지만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수다 떨고 호기심에 식탐 채우는 게 고작이죠. 그러니 좀 다른 여행이 필요합니다. 선인들이, 세상 많은 이들이 생사고락을 함께한 역사의 길. ‘순례’라 해야겠습니다. 너무 편하지도 즐겁지도 않게. 그 위에서 생을 마칠 때까지.

망경대로 다가서니. 정상에 자리한 군부대에 막혀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집니다. 태조 이성계의 역성혁명을 용서할 수 없던 고려말 학자 조견. 그가 스러진 고려왕조를 그리워하며 올라 개경을 늘 바라봤다는 망경대(望京臺)로 오르려고 서쪽 우회로를 택했습니다. 험한 바위에 눈이 쌓여 길이 아찔합니다. 앞서 가던 여행자도 오금이 저렸는지 다시 돌아 내려오네요. 여행자들 모두 그리했습니다.

보다 안전한 북동쪽으로 망경대를 우회하는데, 산모퉁이를 막 돌아서니 햇볕 가득 드는 아늑하고 따뜻한 쉼터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상하리만치 바람 한 점 들지 않는 곳. 여행자들은 자리를 깔고 앉았습니다. 점심때를 넘겼으니 허기질 때가 됐거든요.

역시 ‘뽀시시’(아이디 이름)님 맛좋은 멸치주먹밥을 싸왔습니다. 기자는 맛없는 블랙커피를 가져온 게 고작. 김명희씨도 유기농 과자 등 맛좋은 걸 내놓습니다. 그렇게 점심에 커피 한잔을 즐기는데, 명희씨가 느닷없이 뽀시시님더러 노래 한 절을 권합니다. 기자에게도 권했지만 용기가 없어 휴대폰을 꺼내들었습니다.
 
▲ 태조 이성계의 역성혁명을 거부했던 고려말 학자 조견. 그가 스러진 왕조를 그리워하며 늘 개경을 바라봤다는 망경대(望京臺). 군부대가 있어 여행자들은 좌우로 갈라진 우회로를 걸어야 합니다.     © 최방식


휴대폰에 저장해놓은 노래 하나를 틀었죠. 60년 ‘브러더스 포’가 유행시켰고 국내에는 양희은이 번안해 불렀던 ‘일곱송이 수선화’. “저는 큰 집도 땅도 없어요/ 심지어 손에 쥔 돈도 한 푼 없어요/ 그러나 저 수많은 언덕 너머로 밝아오는 아침을 보여 드리지요/ 그리고 달콤한 입맞춤과 일곱송이 수선화도/ 당신에게 예쁜 선물을 할 만한 처지도 못 된답니다/ 그러나 달빛을 엮어 목걸이와 가락지를 만들어 드리겠어요...”

식후 잠깐의 음악 감상을 마치고 여행자들은 다시 짐을 꾸립니다. 막 일어나려는 데, 명희씨 재밌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어릴 적에는 창피해 남 앞에서 노래도 못하고 춤도 못 췄는데, 나이를 좀 먹으니 그냥 하게 되더라고요. ‘뭐 어떠랴’ 싶기도 하고. 창피할 게 뭐 있겠어요. 이제 이 나이에...”

언덕을 넘고넘어 밝아오는 아침

불혹이고 지천명이라고 했던가요. 마흔이면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쉰이면 하늘의 뜻을 안다는. 하지만, 아직 철이 덜 든 기자에게는 어림없는 이야기입니다. 욕심이 아직도 끝없이 넘쳐나는 데 불혹은 무슨... 지천명, 언감생심이지요.

두 번에 걸친 청계산 둘레길 여행을 했는데도 깨달은 게 없더이다. 그저 동서남북 방위와 산맥의 이어짐, 그리고 여행길 안 정도. 것도, 명희씨 귀띔에 깨달은 걸 위안 삼을 뿐이지요. “이제야, 청계산이 어떻게 생긴 지를 알겠습니다. 숲 생태여행을 몇 번 왔는데, 나무와 풀만 보고 다녔고 전체를 본 적이 없거든요.” <다음 글에서 계속>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기사입력: 2013/02/15 [13:38]  최종편집: ⓒ 인터넷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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