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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10.2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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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의 짧은 가을과 다가오는 겨울
스위스통신 소떼가 내려오고 알프호른이 울려퍼지면 온누리...
 
프리다

▲ 햇살에 반짝이는 울긋불긋 화려한 단풍잎     ©프리다

연록색 싹이 나고 꽃이 피어 신록이 우거지더니, 이제는 한 잎 두 잎 낙엽들이 가을바람을 타고 쓸쓸히 떨어진다. 수류운공(水流雲空) 이라 했는가? 물이 흘러가고 구름이 흩어지듯이 세월도 흘러 절제없이 쏟아지던 햇볕이 물러가고 창호지에 여과된 듯 격을 갖추어 고즈넉이 비추는 가을햇살이 보배롭다.
 
가을하늘 또한 아름답고 상냥한 여인의 청아한 웃음처럼, 그립고 보고 싶은 이의 미소처럼, 고고한 스님의 뒷모습처럼 파랗게 드리워진다. 높고 청정한 하늘이 산뜻하게 열리는가 하면 어둠은 거인이 거대한 장막으로 태양을 가리 듯 삽시간에 대지위의 긴긴밤을 내린다.
 
▲ 만년설 아래 펼쳐지는 알프스의 가을     ©프리다

서늘해진 이맘때면 적적한 알프스의 밤하늘에는 유난히도 크고 많은 별들이 오색수정을 골골루 박아 놓은 듯, 은가루를 듬뿍 뿌려 놓은 듯 무성하게 반짝인다. 그러다가 갑자기 찌푸리는 하늘은 후두둑 비를 내리기도 하고, 소리없이 눈도 내리고, 그런가 하면 휘영청 둥근 달을 띄운다.
 
이런 가을 하늘은 어김없이 고향의 달밤을 그리게 한다. 둥근 달은 한없이 얼싸안고 얼굴 마주대며 삶을 이야기 하고픈 그리운 이의 얼굴이다. 어느 친구는 아이가 몇인지, 누구의 고생은 풀렸는지,누구는 아직도 노처녀라지... 추석날 고향에서는 인정어린 안부가 소문을 몰고 다닌다. 달빛아래 전등이 없어도 행복한 얼굴들, 어른들 몰래 모여서 밤샘을 하고 부석한 얼굴을 하고도 다음 날의 달빛 기다림에 들뜬 기쁨으로 마냥 설레였다.
 
▲ 소들의 귀향     ©프리다
▲ 요들송을 부르는 합창단     ©프리다
 
이 계곡 저 계곡 뚜렷하게 치솟은 알프스의 만년설은 녹을 줄 모른다 하여도 하늘 아래의 산맥들이다. 여름동안 부지런히 풀을 뜯고 젖을 공급해주던 소들이 꽃화관을 두르고 요란한 종소리를 울리며 목동들과 함께 알프스에서 마을로 내려오면 마을에서는 대대적인 환영행사가 벌어진다. 요들송 합창단들의 축가가 이어지고 길고도 긴 알프호른은 즐거운 함성으로 메아리를 친다.

▲ 알프호른 을 연주하는 사람들    ©프리다
© 프리다

알프호른은 알프스의 생태환경을 대변해 주는 자연의 소리음악이다. 옛날에는 멀리 신호를 보내는 도구로도 사용 되었다. 알프스의 낙농가들은 자신의 기력과 호흡을 폐에 잔뜩 간직해 두었다가 이 알프호른을 통해 가락을 이끌어 낸다. 그 소리가 알프스 지역에 울려 퍼지면 온 누리가 향수와 신비에 젖는다. 사람 키 보다 서너배나 큰 긴 대롱이 달린 이 악기에서 울리는 깊고 장엄한 소리... 사라져가는 메아리의 여린 가락이 더 일품이다.

소들이 비켜 준 울타리 쳐진 목장에서는 소싸움대회가 열리는가 하면 힘센 사람들의 씨름대회가 한창이다. 스위스의 씨름은 슈빙겐(Schwingen)이라 불리는 오랜 전통인데, 샅바가 달린 반바지를 입고 들어 매치기, 잡치기 등의 기술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이 경기는 규칙이나 여러가지가 한국의 민속씨름과 매우 흡사한 전통 스포츠이다.



▲    소싸움 ©프리다
▲ 소싸움.  © 프리다
▲ 민속씨름대회.     ©프리다
 
뭐가 그리도 아쉬운지 산허리에서 서성거리고 뭉그적거리며 서산을 뉘엿뉘엿 넘어가던 여름해를 뒤로하고 기나긴 밤이 이어지는 칩거의 계절인 겨울을 채비 하기 위해 알프스는 분주하다.

온 몸이 시린 알프스의 겨울은 타협을 불허하며 오직 무거운 침묵과 고요와 안식이 있을 뿐이다. 겨울은 비발디의 4 계 중 겨울 편에 흐르는 2악장 라르고의 선율같이 유리창을 두드리는  맑은 바람소리가 들리고, 난로가의 따뜻한 공상에 젖게 한다.
 
종종걸음으로 어둠에 쫓겨 사라지는 태양과 함께 일순간 거리와 골목과 저자와 들판도 소음을 거둔다. 안면신경을 건드리며 지껄이던 사람들은 드디어 입을 다물고 묵묵히 각자의 처소로 향한다. 풀 깎는 기계의 소음과 냄새도, 거리와 공원에 우글거리며 시간을 죽이는 무리도, 놀이터의 싸우는 소리도 소멸된다. 겨울밤의 정적이 침묵을 요구하는 것이다.
▲ 영글은 알프스의 밤.    ©프리다
 
어둠이 정적과 함께 성큼 내리면, 바깥으로만 향하던 피곤한 눈길이 나의 내면세계로 방향을  전환한다. 불안정하고 들뜬 마음도 차분한 안정을 얻는다. 성실하고 선하게, 슬기롭고 바르게  살아 왔는가? 비로소 눈에 보이는 것에 급급했던 왜소하고 위축된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막연한 아쉬움과 서러움에 젖는다.
 
엄동설한이여 빨리 오라, 칠흑 같은 밤이여 빨리 내려라. 갖은 죄악으로 추하고 더러워진 속세를 꽁꽁 얼게하고 검게 덮어라. 나무의 모든 수액은 뿌리로 향하고 부활의 푸른 꿈을 꾸며, 텅빈 영혼은 만연된 그리움에서 자유하고 겨울만이 주는 적막과 평화와 안식을 누릴 것이다.
▲ 서리에 얼어버린 장미꽃.     ©프리다


 


기사입력: 2007/09/28 [02:57]  최종편집: ⓒ 인터넷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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