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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01.2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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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핀 아차산, 눈부신 자유를 얻었소
[서울둘레길여행⑪-1] 아차산~용마산~긴고랑
 
최방식 기자

큰 눈이 내렸습니다. 아차산~용마산 길을 은빛나라로 뒤덮었습니다. 둘레길 여행을 시작하고 이처럼 하얀 세상을 걷기는 처음입니다. 순백의 세상에 족적을 남기며. 태초의 생명과 이어짐, 그리고 소멸과 약동. 어둠을 뚫고 밝고 하얀 나라로 가는 여정의 환희. 유한하고 모자란 존재, 그 옹졸함 끝에서 눈부신 자유를 얻었습니다.

절기 대설에, 정말 대설입니다. 보리농사 풍년을 예고하는 모양입니다. 냉해를 입지 않도록 눈이 ‘이불’이 돼 준다니까요. 세파에 찌든 도시민에겐 고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지만, 하얗게 반짝이는 새 세상의 경이 앞엔 감탄이 앞섭니다. 가혹한 추위를 이기고 마침내 영롱한 새 생명을 잉태할 테니까요.

중국 땅 ‘화베이’(화북)에서 시작된 절기이니 한반도에 꼭 들어맞지는 않는 모양. 입춘이어도 한겨울이고, 입동이라도 가을이 완연하기 일쑤이니 ‘이상기온’이라고 떠들썩할 밖에요. 북극 한랭기후가 전례 없이 남하했다고요? 열대기후가 북상했다며 이상 무더위가 엊그젠데. 기후 정체성이 흐려진 모양입니다. 제 탐욕에 그리 되는 줄도 모르고 하늘만 탓할 테지요.

▲ 한 마음으로 정진하라는 가르침을 주는 일주문. 그 앞에 여행자들이 한 줄로 모여섰습니다. 한 길로 뚜벅뚜벅 걸음을 떼려고...     © 이규호

온통 시커먼 것들을 뒤덮은 하얀 나라. 가지각색의 나무에 찬란하게 은백으로 피어난 눈꽃세상. 지혜의 너른 품을 내어주는 대지. 그 위에 하얗게 우둑 솟은 수미산. 여행자들에겐 어머니의 품입니다. 아픔을 보듬고 풍파를 막으며 고통을 달래고 수치를 가려주는. 백두의 신성으로 만년의 평화로 다가오는...

'검은 세상' 뒤덮은 ‘하얀 나라’

걱정이 앞서면 맘은 늘 병들죠. 번민에 날밤을 새워도 근심은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포기하고 내려놓지 않으면. 여럿이면 함께 가고, 혼자 걸어도 그만일 것을. 이거, 걱정도 팔자라고 해야 하나요. 눈 때문에 여행자들이 안 오면 어쩌나? 눈길에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56년만의 기록적 한파라는데...

아차산역에 동행자 여덟이 모였습니다. 눈발이 그치나 싶어 ‘휴~’ 안도하는데 다시 굵어지기를 거듭하던 8일 이른 정오. 12월 초 느닷없는 폭설에 여행자들이 조금은 긴장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턱없는 걱정입니다. 아니, 순백의 압도에 그저 어두워 보였을 뿐, 저마다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눈꽃세상에서.

▲ 영화사가 흰 눈으로 덮혔습니다. 적멸의 세상. 오욕을 벗고 해탈의 하얀나라로 들어갑니다.     © 이규호


 

영화사로 들어서기까지 아이젠 파는 가게를 모두 들여다봤지만 고가 제품 외 구비한 게 없습니다. 보통 5천원짜리가 싸고 좋은데, 그 걸 파는 데가 하나도 없다니. 때 아닌 폭설이라 그런 것이겠지요. 절을 한 바퀴 둘러보고 생태공원으로 들어서는데, 그 집은 폭설특수를 예비했습니다.

체육공원으로 단장된 곳 곁에 작은 정자. 커피 한 잔 하자기에 둘러앉았습니다. 길을 나서긴 전 따뜻한 커피 한 잔 하려고요. 누군가 망개떡을 내놓습니다. 가야왕이 백제와 적대관계를 풀려고 딸을 시집보내며 이바지로 보냈다는 그 떡. 백제와 신라, 그리고 고구려가 서로 차지하려고 각축전을 벌인 그 땅 위에서 망개떡을 들다니...

정자 앞 자그마한 동상이 있습니다. 평강공주와 온달장군. 고구려 평원왕이 신라에 빼앗겼던 땅을 되찾겠다며 온달장군을 파견했는데, 그만 온달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곳. 장례를 치르는데, 관이 들리지가 않아 평강공주가 내려와 ‘그만 갑시다’고 해 움직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 여행자 한명이 이러네요. “아, 인제 알겠다. 어릴 때 들은 이야기...”
 

▲ 영화사 뒤편 감나무골. 감을 수확하지 않고 그대로 뒀네요. 부처님을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까치에게 양보하는 것이죠. 자비이자 육보시인 셈이죠.     © 이규호

기록적 한파? 걱정도 팔자

여행자들은 백제가 수도 방어용으로 축조한 것으로 전해지는 아차산성을 끼고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고구려 장수왕과 전투에서 백제 개로왕이 사망한 곳. 조금 더 가니 구리시 우미내마을에서 중곡동으로 넘나드는 낙타고개. 평상복 차림의 한 아낙이 고개를 넘어옵니다. 아마 중곡동에 볼일 있어 구리에서 오는 모양입니다. 운동도 할 겸해서.

고갯길은 둘레길의 분수령입니다. 거치는 길목이니까요. 엄마 따라 외가에 가던 길도 부처벽이 고개였습니다. 초파일 불공드리러 가던 길은 싸릿재. 어느 시인이 어릴 적 넘나들던 길은 질마재. 인월장을 보러 함양에서 등짐지고 넘던 길은 등구재. 어떤 이가 고통뿐인 삶을 마감하려고 올랐다가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라는 노랫말을 들고 그냥 내려온 고개는 한계령이었습니다.

고개와 재, 그리고 치(峙)와 령(嶺)을 넘으면 나타나는 곳은 새 세상입니다. 거기 그토록 보고픈 외할아버지가 있고, 불국토가 있었죠. 휘황찬란한 도시와 시장이 있고, 먹을거리와 돈이 있으니까요. 상처 아문 삶이 자리하고 있고. 장막 너머 소통하는 유일한 길이었습니다.

 

▲ 아차산에 오르니 저 멀리 해가 떠오르는 세상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애초 이 곳 이름은 아단성. 해가 뜨는 언덕이랍니다.     © 이규호


이어지는 능선길. 1천여미터를 굽이굽이 돌아드니 대성암. 아차산에서 영화사와 함께 의상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유서 깊은 사찰(암자)입니다. 이 땅의 불교를 부흥시킨 의상. 원효와 함께 당(唐) 유학길에 나섰다가 혼자 유학을 마치고 화엄종을 전파한 선사. 암자 바위굴 앞에 서니 마치 그 숨결이 전해오는 듯 하네요.

깨달음이 있어 유학을 포기하고 불국토 건설에 전념한 원효와 유학을 마치고 중국의 화엄종을 삼천리금수강산에 전파한 의상. 엘리트와 민중 불교를 상징하는 대선사. 문득 깨달음으로 부처가 되려는 선종과 오랜 수련과 깨달음을 거쳐야만 극락에 이르는 교종. 돈점(頓漸)논쟁의 주인공들입니다. 

낙타고개 넘어 아낙 서울길

불교이야기 좀 더 해볼까요? 5대조 홍인선사의 법통잇기 고사는 들어봤겠지요. 절에 들어온 지 8개월밖에 안된 혜능(慧能)과 최고 수제자 신수(神授)의 경쟁. 혜능의 깨달음을 알아본 홍인은 게송(偈頌)경연으로 법통 이을 제자를 결정하겠다고 했죠.

▲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전략적 요충지로 주요 전투가 벌어졌던 아차산성. 백제의 개로왕이, 고구려의 온달장군이 전투 중 숨진 곳에 섰습니다.     © 이규호


 

오랜 수련을 거친 신수는 ‘몸은 보리수/ 마음은 밝은 거울대/ 부지런히 털고 닦아/ 티끌이 끼지 않게 하라’고 짓고, 혜능은 ‘보리라는 나무는 본디 없고/ 거울 또한 대가 아니며/ 본래 한 물건도 없거늘/ 어느 곳에 티끌이 끼랴’했으니. 깨달음을 향한 강한 의지의 신수.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혜능. 결과는 뻔했겠죠.

전하는 이야기이니 그리 알뿐. 호사가는 혜능의 제자들이 법통을 이으려고 자신들의 스승을 미화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선종이 전하는 깨달음이라는 게 무엇이냐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으로 이해해야죠. 오랜 수련과 공부만이 깨달음의 지름길인 것만은 아니라는 깨우침이죠.

혜능 선사의 남선종을 들여와 지눌국사가 국내에서 창건한 조계종. 야단법석(야단법석)이라는 불교 집회에서 가끔 화두로 삼는 돈오돈수(頓悟頓修, 즉시 깨달아 수련없이 구극에 도달), 돈오점수(頓悟漸修, 깨닫고 수련을 거쳐야 구극에 도달). 청정과 무소유의 성철과 법정.
 
돈오돈수를 하려고 성철을 따르다 뒤늦게 ‘교육’을 강조하며 ‘돈오점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도법 스님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그저 깨달음만 내세우고 막행막식(莫行莫食)을 하는 일부 몰지각한 승려들을 꾸짖고 교육을 중시하며 템플스테이를 만들어 내기도 했죠.


▲ 구리 우미내마을 한 귀퉁이에 조성해놓은 고구려대장간마을이 눈에 덮혀있습니다. 영화 ‘태왕사신기’ 촬영지로 인기를 끄는 곳이죠.     © 이규호

암자 뒤로 이어진 가파른 암벽을 타고 오르니 아차산 능선길로 이어지는 너른 바위. 간신히 눈 덮인 바위 위에 오르니 탁 트인 세상. 남한산성-검단-정암산-백병산을 거쳐 속리산으로 이어지는 한남정맥. 북한산·도봉산·소요산·사패산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 그리고 손에 잡힐 듯 우뚝 솟은 운악산. 그 사이로 굽이쳐 흐르는 아리수와 중랑천. 서울·경기 사방팔방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어느 곳에 티끌이 끼겠소”

뒤 이어진 제4보루. 아차산 정상입니다. 높이야 기껏 284미터에 불과하지만 한반도 중앙에 자리한 한양(서울). 그 전략적 거점에 서니 그 때서야 누군가 속삭였습니다. “아, 여기 올라서 보니 알겠네요. 왜 아차산자락이 고대 삼국의 전략적 거점이었는지를.”

삼국사기에는 이 산을 아단성(阿旦城)이라고 했는데, 태조 이성계가 자신의 휘(諱)가 단(旦)이라는 이유로 차(且)로 바꿔 아차산이라 불렀고, 한문표기가 변형돼 아차산(峨嵯山)이라고 한다니. 애초 이름이 ‘해 뜨는 언덕’(阿旦)이었다니, 어떤 곳이었는지는 짐작됩니다. 서울에서 일출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니까요. <다음 글에 이어짐>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기사입력: 2012/12/20 [14:33]  최종편집: ⓒ 인터넷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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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군청은 도로가 좁고 너무 복잡합니
오늘 은사님 생각이 문득 들어 검색을
서민교수 예전 글 보면 모두 이런식으로
반어법으로 비꼬신것 같네요 신비주의부
돌려까기
근데 이건 비꼬는 글 아닌가요?..?;;
치료가 필요해보이는 칼럼이군요.....
성남시장님은 성남시에 대한 시민의 의
태극기를 저런대 도용해서 한다는자체가
김오달입니다. 페이스북으로 메시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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