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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12.1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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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문화가 서로 융합된 시칠리아
스위스통신 "13~19세기 스페인 재정수탈에 대항하려 생긴 마피아"
 
프리다
▲ 40도가 넘는 온도가 예사여서 녹아 물렁무렁한 팔레르모 시의 아스팔트 거리    © 프리다
몇년 전 어느 친지와 함께 이탈리아의 동해안과 로마를 여행한 적이 있다. 여행 도중 도로에서 공사를 하고 있는 인부들을 보고 그 친지가 " 모두 대리석 같이 생긴 저 이태리 남자들 한국  오면 모두 모델감인데 뙤약볕에서 고생하고 있네. 오메 아까버라!" 고 말한 적이 있다.

시칠리아행 알리탈리아 항공 기내에서 검은 곱슬머리와 훤칠한 키의 젊은 남자승무원들의 대접을 받으며 그 친지의 말이 생각나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옆좌석에는 할아버지라고 불리기에는 좀 젊은 듯한 남자가 앉았는데 영어나 독일어를 하는 지 묻자 알아들을 수 없는 이탈리아어로 중얼거린다.
 
준비해 간 지도를 펼쳐놓고 공항에서 팔레르모시까지 어떻게 갈 수 있는지와 호텔의 위치를 물었는데 열심히 가르쳐 주려는 그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짧은 이탈리아어로 공항에서 팔레르모 시까지는 버스로 대략 30분 정도가 소요되며, 호텔은 버스에서 내린 정거장에서 바다쪽으로 5분 거리에 있음을 대충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여도 버스 정거장 이름까지 적어주며 열심히 따뜻한 친절을 베풀었다.
 
도착해서 밖으로 나오니 뜨거운 태양과 지중해의 시원한 바닷바람이 우리를 반긴다.작은 공항이라서인지 바로 입구에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팔레르모까지의 버스요금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5유로라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시칠리아에서는 12세 이하의 어린이는 버스요금이 무료이다.
 
이렇게 도착해서부터 시칠리아 남자들에게 바가지 쓰는 일이 시작되었다. 일주일동안 "모르면 값을 지불해야 한다"는 황당한 시칠리아의 진리를 톡톡히 터득하고 난 후 돌아가는 마자막 날 첫날 만난 같은 운전사의 같은 버스를 타며 아이들의 요금은 제외되었다. 연약한 여자와 아이들에게 버스요금까지 바가지를 씌우는 일은 스위스는 물론 인정많은 대한민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공항에서 팔레르모로 가는 해안도로는 지중해의 아름다운 푸른 빛과 함께 꿈 속에서 그리던 그림과 꼭 같았다. 도중에 보이는  손으로 큼직하게 쓴 "no Mafia"라는 간판은 팔레르모가 마피아의 본거지로서 오히려 더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 실지로 그 지역은 경찰과 마피아가 접전을 벌였던 곳으로 어느 유명한 검사가 마피아의 총에 맞아 죽은 곳이라 했다.
 
▲ 팔레르모 해변     © 프리다

 기원전 3세기 시칠리아는 로마 제국 최초의 속주로 편입되었고 그 뒤 중세 초기에는 반달족, 고트족, 비잔틴인들에 의해 차례로 점령당했다. 8세기부터는 아랍인의 지배를 받다가 11세기 노르만족이 와서 시칠리아 왕국을 세우고 노르만, 비잔틴, 이슬람 양식이 공존하게 되었다.
 
▲ 팔레르모에 있는 까테드랄(성당)    ©프리다

이어서, 독일의 프리드리히 2세의 통치하에서 팔레르모는 수도로 정해지면서 황금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그 후 프랑스 앙쥬가의 지배에 이어 13세기부터 19세기까지 스페인의 아라곤가의 지배를 받게되는데, 스페인 지배하에서 재정적으로 수탈당한 농민들의 반란과 봉기는 무력으로 억제되었고 이러한 강권적인 지배에 대항하기 위해 지금의 마피아 전통과 조직이 생겨났다고 한다.
 
▲ 팔레르모의 아파트들.     ©프리다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조금 휴식을 가진 뒤 호텔로비에서 추천받은 전통 시칠리아식당을 찾아갔다. 셀 수 없이 많은 와인병으로 진열된 독특한 내부 인테리어와 마도로스 비슷한 멋진 제복을 입은 종업원들의 모습이 매우 이국적으로 보이는 식당이다. 메뉴카드가 영어, 불어, 독일어 모두 있다길래 한국어를 달라고 하자 "어느 황당한 외계 언어인가?" 라는 시늉을 해보인다. 섬다운 고장답게 각종 해물요리가 입맛을 다시게 한다.
 
▲와인소스의 홍합요리.     © 프리다

그러나 우리 한국인은 퍼스트 코스, 세컨드 코스... 모두 밟아서 먹다보면 주메뉴는 배가 불러서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게 태반이다. 이것 저것 가릴 것 없이 주메뉴만 그릴한 오징어, 왕새우 한 접시, 크림스파게티 한 접시, 홍합요리 한 접시 그리고 여러 음료수를 주문해서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나중에 계산서를 보고서는 그만 입이 벌어졌다.
 
아무리 머리속 계산을 돌려도 96유로 만큼 먹은 것 같지가 않다. 지배인을 불러서 설명을 요구했는데 맨 아래를 보니 아주 작은 글씨로 봉사료 30%라고 쓰여 있다. 아뿔싸, 그걸 보지 못했네! 100유로이면 유럽에서 가장 비싸다는 스위스의 멋진 레스토랑에서 4인 가족이 풀코스로 먹을 수 있는 가격이다. 잘 먹긴 했는데 자꾸만 배가 아팠다.
 
▲ 택시 열할을 하는 마차 .    ©프리다

시칠리아는 가는 곳마다 봉사료가 다르다. 어느 식당은 인원 수대로, 또 어느 식당은
주문한 메뉴 가격의 10-15%. 모두가 지 맘대로이다. 식당, 호텔, 슈퍼, 시장, 관광지... 가는 곳마다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남자들이다. 스위스에서 사람구경을 못한 탓일까? 바람 많은 제주에는 돌도 많지만 인정 많은 아가씨들도 많다는데, 바람 많은 시칠리아는 돌이 많지만 시끄럽고 남자가 넘쳐난다. 시칠리아의 여성들은 모두 어디서 무얼하며 지내는 걸까?
 
동·서양의 향기를 함께 품은 도시 팔레르모는 시칠리아의 주도로 여행자들이 꼭 거쳐가는 지역이다. 원래 페니키아 인에 의해 지어진 이 도시는 그 후에 로마와 아랍, 노르만 등의 지배를 받으며 시칠리아의 중심으로 계속 성장하여 발달하였다.
 
▲ 이슬람의 이미지가 강한 노르만 왕궁.     ©프리다

로마인의 성터에 아랍인이 세운 왕궁을 노르만 왕조가 사용한 노르만궁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다양한 문화가 충돌하기보다는 서로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게 꽃피운 곳이다. 지금도 도시 곳곳에는 당시 이슬람사회의 영향을 받은 흔적들이 많이 남아있어, 기존 ‘이탈리아’의 이미지와는 확연하게 다른 문화를 만날 수 있다.
 
서로 다른 찬란한 문화유산들이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섬을 이루는 시칠리아. 지중해의 태양을 쫓아 시칠리아를 다녀간 수많은 문명들. 그들은 충돌과 파괴가 아닌 공존과 융합으로 시칠리아만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냈다. 빛나는 태양이 끌어안은 지중해의 아름다운 섬 시칠리아. 이탈리아가 아닌 시칠리아로 불리기 원하는 섬. 누구나 가지고 싶어했던 섬!
 
영화 ‘대부’의 마피아의 거만함과 다혈질, '시네마 천국'의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는 시칠리아의 서로 다른 매력을 가는 곳마다 발견한다.
 
▲몬레알레 두오모(수도원).    ©프리다


그러나 시칠리아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있고 마피아가 두렵고 교통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많은  여행자들이  찾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은지 동양인들을 만나기가 그리 쉽지않다. 
 
팔레 그리노 산을 배경으로 하고  앞으로는 티레니 해를 바라보고 있는 팔레르모는 시칠리아 최대의 도시로서 괴테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극찬했던 곳이다.

붉은돔 지붕과 아랍풍의 회랑, 남국의 식물로 정원을 꾸민 에레미티 교회, 노르만 왕국의 팔라티나 예배당의 비잔틴 모자이크를 보면 이국적인 정취에 흠뻑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연일 40도가 넘는 뙤약볕인데 그늘만 찾으면 시원하다. 이 또한 자연의 축복이다.
 

▲ 팔레르모 근처 해수욕장.     ©프리다

팔레르모는 주도답게 웅장하며 역동적이고 화려한 볼거리가 많다.그 중 마시모 대극장은 실제로 영화 ‘대부 3’의 무대였던 곳이기도 하다. 팔레르모는 피렌체처럼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낭만적 이미지가 가득한 곳이 아닌 이탈리아 남부 특유의 거칠고 사람 사는 냄새가 짙은 곳이다. 독특한 외관문양과 화려한 금박장식의 거대한 두오모, 멋진 내부정원을 지닌 수도원이 있는 근교 몬레알레가 있다. 
 
보통 이탈리아 북부는 남부에 비해 부유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냉정하고 부지런한 반면, 남부는 풍요롭진 못하지만 사람들이 여유롭고 순박한 성격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기사입력: 2007/08/09 [08:17]  최종편집: ⓒ 인터넷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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