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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7.11.2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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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놓치고 ‘이슈’ 좇는 한국시민운동
[동남아일기22-태국] 빈민운동단체 ‘인간정주연합’서 보낸 8주
 
윤경효
오전 10시, 사방이 트인 사무실 1층 마루에 앉아 인터넷을 하고 있는데, 사무실 앞마당에 빼곡히 들어선 나무들 사이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발등을 간질인다. 어느새 태국 계절로 초겨울에 들어서 한 낮만 빼고는 선선한 날씨다. 말이 겨울이지 한국의 초가을 날씨와 비슷한 것 같다. 그래도 태국친구들에게는 춥게 느껴지는 것인지, 옷가게에는 겨울점퍼가 벌써 내걸려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보기만 해도 더운데…. 헐~

지난 27일, 치앙마이에서 방콕으로 다시 돌아와 빈민단체인 인간정주연합(HSF, Human Settlement Foundation) 사무실로 거처를 옮겼다. 인도네시아의 UPC(Urban Poor Consortium, 도시빈민연대)에서처럼 이들과 함께 지내며 8주 동안 그들의 활동을 지켜보기로 했다. 단체에 영어를 하는 사람이 없어, UPC에 있었을 때처럼 바로 바로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그나마 제프가 종종 찾아와 나중에라도 설명을 해주니, 다행이다 싶다.
 
“태국 초겨울, 난 덥기만 한데”
 
HSF는 빈민조직화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로, COPA라는 다른 빈민조직화 운동단체와 함께 ‘전국빈민조직연대(FRSN: Four Regions Slum Network)’를 지원하고 있다. FRSN은 원래 빈민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인데, HSF는 더 나아가 최근 노숙자들을 조직화하여 공동체로 만드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 HSF 사무실 입구(왼쪽), 2층의 전통가옥형태의 사무실 건물(가운데), 도서실인 별채(오른쪽). 도서실로 사용하고 있는 별채 방을 나에게 내주었는데, 예전에는 고 스윗 왓누의 집무실이었다고. 널찍한 독채에, 창문, 선풍기도 있고, 공동화장실에는 샤워기까지 있어, 인도네시아에 있었을 때와 비교하면, 호텔 수준이다. 다만, 너무 오랜만에 딱딱한 바닥에서 자는데 적응하느라 몸이 좀 고생하는 것,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모기들과 전쟁이 다시 시작된 것만 빼고. 헐~     © 윤경효

 
28일 수요일과 오늘, 누이(Nuy), 덩(Dung)을 좇아 담당구역인 모칫(Mochit)지역과 방콕 노이(Bangkok Noi)지역의 노숙자센터를 방문하고, 그들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

누이가 최근 지원하고 있는 모칫역 인근의 임시 노숙자센터는 아주 열악해 보였다. 13명의 뜻을 함께하는 노숙자들이 모여 집을 짓고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반면, 방콕 노이는 최근 정부와의 협상에 성공해 정부 부지에 제대로 된 노숙자센터 건물을 지었는데, 33명의 노숙자 및 가족들이 함께 지내고 있었다.

이들은 다른 노숙자들을 더 모아 더 나은 삶을 함께 모색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데, 현재 그들의 첫째 목표는 우선 안정된 노숙자 센터를 도시 곳곳에 건립해 사회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다시 힘을 추슬러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태국에는 방콕에 오로지 3개의 센터만 있을 뿐이다.
 
노숙자를 찾아 공동생활 권유
 
한번 시작하면 4~5시간 동안 온 일대를 돌아다니며 노숙자들을 찾아 이야기를 하는데, 노숙자신세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함께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한다고 열심히 이야기 해 보지만, 이미 여러 차례 사회로부터 배제당한 사람들은 더 이상 희망을 갖는 것을 주저하거나, 냉소적으로 생각해 프로젝트 참여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 모칫(Mochit) 임시노숙자센터(왼쪽). 모칫역 근처 버스 집차장 뒤편에 위치한 이곳에는 13명의 집 없는 사람들이 모여 지내고 있는데, 아직 돌도 안 지난 아이가 딸린 부부도 있다. 한 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거리에서 지내는 것 보다 백배는 낫다며 활짝 웃는 그녀의 소망은, 안정된 거처를 마련하는 것. 모칫 노숙자모임 리더들과 누이가 함께 인근 지역을 돌며 노숙자들에게 노숙자센터 건립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사진 가운데, 오른쪽).     © 윤경효

 
모칫에서는 6명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하고 그 중 4명의 참여의사를 받아냈지만, 방콕 노이에서는 1명의 노인, 1가족, 1부부와 이야기했지만, 부부만이 긍정적인 대답을 했을 뿐이다. 매 주 2~3차례 이렇게 돌아다니며, 새로운 노숙자들을 찾아내고, 어제 얘기했던 사람을 다시 설득하고, 이미 참여하기로 한 사람들과는 친분을 다지고 있단다.

노숙자들이 스스로 조직하고 센터건립부터 다양한 재활프로그램 등을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보통 다른 나라에서는 노숙자들은 센터에 ‘수용된’ 후 직업훈련을 받고, 때로는 심리 상담을 받는 등 재활교육을 받는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람’을 놓치고 ‘이슈’에만 집중하다 최근 방황하고 있는 우리네 시민운동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오후 4시. 가장 무더운 시간에 뙤약볕 아래서 한참을 걸어 다녔더니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몰랐으니 했지, 알고서는 정말 매일 아침 자신과의 싸움에 시달려야 할 듯…헐~
 
얼른 자야하는데, 아랫배 ‘싸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아시아태평양사무소(태국 방콕 소재)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 지인의 저녁 초대로, 오랜만에 한국음식으로 성찬을 즐기고, 함께 초대받은 분들과 즐거운 담소를 나눈 후 숙소로 돌아오니 새벽 2시가 다 되었다. 

 
▲ 방콕 노이쪽 짜오프라야 강변에서 지내는 노숙 가족(사진 위 및 아래 왼쪽). 강가에서 목욕도하고 빨래도 한다. 잠자리인 평상 위에는 손녀가 몸이 불편한 할머니 옆에서 손장난을 치고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가족단위의 노숙자가 있는 것이 태국의 특징이다. 이는 문화와 관련 있는데, 어떤 사람이 잘못을 하면 그 가족까지 마을에서 함께 떠나야 한다고. 치앙마이에서 만난 한 노숙자부부는 원래 부모와 함께 살았는데, 부모님과 사이가 안 좋아져 부부가 함께 집을 나와 노숙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들 거처 옆으로 무심히 지나가는 관광유람선이 대조적이다(아래 오른쪽).     © 윤경효

 
서늘한 새벽에 찬물 샤워를 하니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낮에 흘린 땀 때문에 안 씻을 수도 없고... 쩝~ 내일 아침 9시에 COPA의 활동가와 함께 온눗(On Nut) 14구역의 철거민 재정착촌을 방문하기로 했으니, 늦지 않으려면 어서 씻고 자야지… 너무 오랜만에 먹은 한국음식에 장이 놀랬나… 얼른 자야하는데, 아랫배가 ‘싸아’하다. 끙~
 


대초원에서 유라시아 환경보고서를 띄우던 경효.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해 말레이시아, 태국, 버마, 캄보디아로 1년여 장도의 동남아시아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기행문을 써온 제가 이번엔 영국 쉐필드에 왔습니다. 쉐필드대학 석사과정에서 공부하려고요. 이젠 유학일기로 관심을 좀 끌어볼게요. ^^*
 
기사입력: 2009/12/28 [00:20]  최종편집: ⓒ 인터넷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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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일기, 태국, 빈민운동단체] ‘사람’ 놓치고 ‘이슈’ 좇는 한국시민운동 윤경효 2009/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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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개
몽골 대초원에서는 유라시아 환경보고서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버마, 캄보디아에서는 현지 시민사회 자원봉사활동 보고서를. 그리고 마침내 영국 쉐필드로 날아간 그가 이번엔 유학보고서를 독자들에게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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