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참여기구가 체험 취미 동아리? 다수 의견 전달되고 반영돼야"

이영일 | 기사입력 2020/06/27 [11:56]

"청소년 참여기구가 체험 취미 동아리? 다수 의견 전달되고 반영돼야"

이영일 | 입력 : 2020/06/27 [11:56]

코로나 19 여파로 전면 중단되었던 청소년 참여활동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춘천시 청소년참여위원회가, 4일에는 경북 김천시 청소년참여위원회, 충남 아산시 청소년참여위원회가, 13일에는 경남 청소년참여위원회, 대전 서구 어린이·청소년위원회, 경기도 청소년참여위원회가, 20일에는 대구시 남구 청소년참여위원회, 울산 북구 청소년참여위원회, 속초시 청소년참여위원회가, 22일에는 천안시 청소년참여위원회가 발대식 또는 위촉식을 여는 등 가히 전국적으로 청소년 참여기구가 가동을 시작하는 양상이다.

 

▲ 청소년 참여기구 위원들이 그 지역 청소년들의 의견을 대변하기 위해 직접 선거를 통한 선발 방식 및 학교·청소년시설·지역 단위의 대표들로 구성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 교육부 블로그


청소년참여위원회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청소년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청소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정책 과정에 청소년의 주체적 참여와 자치권 보장을 위해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청소년기본법에 명시된 법적 기구다.

 

하지만 청소년 참여기구가 제대로 그 역할을 다 할수 있는 제반 시스템은 잘 되어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청소년 참여기구 위원들이 다수 청소년들의 의견을 잘 대변할 수 있게 구성되는지, 이들의 의견은 정말 정책에 반영되는지가 그 핵심이다.

 

청소년참여위원회가 동아리인가?

 

필자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구성 방법과 선발 주체의 문제다. 청소년기본법 시행령 제2조에는 청소년참여위원회를 구성할 때 성별연령지역 등을 고려하여 구성하라고만 명시되어 있지 구성의 방법이나 선발의 주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이러다보니 지방자치단체는 대부분 청소년 참여기구 위원 모집 공고를 내고 희망자를 신청 받는다. 대체적으로 서류전형과 면접의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이들을 선발하는 주체는 지방자치단체다. 청소년정책을 시정 또는 구정에 반영하기 위한 위원을 선발하는데 그 대상이 되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의적으로 그 위원을 선발하는 셈이다.

 

공무원이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선발심사위원회가 이 위원을 선발하다보니 소위 '입맛'에 맞게 청소년을 선발할 소지가 높다. 이렇게 뽑힌 청소년 위원이 해당 지역 청소년들의 의견을 대변하고 대표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는지는 선발 단계에서 검증할 장치가 없다. 이는 청소년의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청소년 참여위원을 그저 청소년기에 한번 경험해 보는 동아리 수준으로 보는 공무원들이 존재하는 것도 문제다. 서울의 구청 아동청소년 담당 부서 한 공무원은 필자와의 통화에서 "청소년 참여위원회는 아이들 동아리 성격이라서 자기소개서를 보고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모두 선발하고 지원자가 정원을 넘을 경우 면접을 거친다"며 면접은 선발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최종 선발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식으로 청소년 참여기구를 바라본다면 청소년 의견이 제대로 정책에 반영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청소년 참여 정책 문제 없나 다시 살펴야

 

지난 520,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발표한 '청소년이 행복한 지역사회 지표' 조사 결과 주관적 행복지표 9개항(주관적 웰빙 관계 건강 교육 안전 참여 활동 경제 환경) 중에서 청소년들이 각종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참여권리 보장' 영역의 만족도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청소년들이 본인들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정책에 반영되지 않아 불만이 높음을 잘 보여주는 결과다.

 

이제 청소년정책은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아젠다(Agenda)로 다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수의 청소년 의견이 청소년 참여위원이나 청소년의회 의원들을 통해 전달되고 반영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개인 성향에 따라 이러한 활동을 좋아하는 소수의 청소년이나 정보를 빨리 획득한 청소년이 지방자치단체 입맛에 맞게 선발되어 그들의 들러리가 되는 방식은 청소년 참여활동을 거꾸로 퇴보시키는 토크니즘(Tokenism)의 전형이다.

 

이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청소년 참여기구 위원들이 그 지역 청소년들의 의견을 대변하기 위해 직접 선거를 통한 선발 방식 및 학교·청소년시설·지역 단위의 대표들로 구성하는 방식을 설계하고 관련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여기에 청소년활동진흥센터나 청소년기관들도 적극 동참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

 

국회의원도 청소년이 뽑는 시대에 지방자치단체 청소년 참여기구 위원들을 공무원이 뽑는 것, 이런 넌센스는 하루빨리 없어져야 할 일이다.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은 후 한겨레전문필진, 동아일보e포터,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과 2019년 "일본의 학교는 어떻게 지역과 협력할까"를 출간했고 오마이뉴스 등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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