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6일 개봉 '페인티드 버드',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경헌 기자 | 기사입력 2020/03/23 [10:04]

[영화] 26일 개봉 '페인티드 버드',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경헌 기자 | 입력 : 2020/03/23 [10:04]

2차 세계대전 동유럽 어느 국가에서 한 유대인 소년이 겪는 수난을 그린 영화 <페인티드 버드>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저작권자를 찾는데만 22개월이 걸렸고, 3년 동안 시나리오를 17번이나 고치고, 제작비를 구하는데 4년이 걸리는 등 총 11년이라는 시간을 오롯이 쏟아 부은 작품이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한 소년이 애완견을 안고 숲을 달리다가 또래 아이들에게 뺏기고, 소년의 개는 아이들에게 의해 화형(火刑)에 처해 진다.

소년과 같이 사는 아주머니는 이게 다 소년의 잘못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아주머니가 죽은 걸 알고 소년이 놀래서 램프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결국 집이 모두 불에 타 고아신세가 된다.

정처 없이 떠돌던 소년은 ‘악마의 씨앗’이라는 누명을 쓰고 사람들에게 맞아죽을 뻔하다가 올가라는 음산한 분위기의 여인에게 팔린다.

소년은 그녀와 함께 주술(呪術)로 사람들을 치료하러 다닌다. 하지만 올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소년은 위험에 처한다.

그렇게 올가와 헤어지게 된 소년은 밀러라는 사람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며 인연을 맺게 된다.

하지만 의처증이 심한 밀러의 잔혹성을 본 후 소년은 그를 떠난다.

그렇게 또 다시 정처 없이 떠돌던 그는 루크와 데드밀라라는 두 사람을 만난다. 하지만 이내 다시 떠돌이 신세가 된 소년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죽을 뻔하기도 하고, 신부(神父)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기도 한다.

영화 속 소년은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 죽음의 위기를 맞기도 하고, 동성의 어른에게 강간당하기도 하고, 인간이 얼마나 잔혹할 수 있는지 두 눈으로 목격하기도 한다.

거의 3시간에 달하는 이 영화는 흑백으로 처리 해 소년의 상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소년이 겪는 일이 실제 이 역을 맡은 아역배우에게 정신적으로 상처를 줄 수 있는 까닭에 폭력적이거나 성적인 장면 등을 찍을 때는 아역배우 없이 카메라 연출로만 촬영했고, 촬영 도중 아역배우가 혼자 방치되지 않도록 전담 관리자를 배정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 원작 소설의 서문에서 “사람들이 이상한 말로 대화하는 동유럽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밝힌 까닭에 특정한 동유럽 국가가 연상되지 않도록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영화에서 소년은 자신의 이름을 한 번도 말하지 않다가 마지막에 자신의 친부(親父)를 만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신의 이름이 ‘요스카’임을 잊지 않고 있었다는 듯이 차창에 이름을 적으며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는 다른 영화 보다 거의 1시간 가까이 더 긴데다 흑백영화고, 내용도 상당히 불편한 게 사실이다.

이에 미국에서 개봉했을 때는 영화를 보던 관객들이 도저히 불편해서 끝까지 보지 못하고 도중에 퇴장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단에서는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물론 오락적으로 영화를 보려는 관객에게는 추천하기 힘든 작품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차별과 인권에 대해 관심 있는 이라면 꽤나 영화의 내용에 집중할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영화 속 요스카는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두들겨 맞거나, 강간을 당하기도 하고, 자신의 눈앞에서 애완견이 타 죽는 걸 지켜봐야 하기도 한다.

유대인이라는 이유가 이런 차별과 학대를 당해도 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요스카에게 아무 거리낌 없이 이런 행위를 한다.

비단 이러한 행위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21세기 대한민국에도 존재한다.

여전히 특정 지역 사람들을 비하하는 글을 하루에도 수 십 건을 올리며 즐기는 커뮤니티도 있고, 고수익 알바를 미끼로 여성들을 성 노예로 삼으며 그것을 놀이처럼 즐기는 이들도 있다.

특정 지역 출신이거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러한 대접을 받아도 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런 몰지각한 행동을 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만약 “여자가∼” “○○ 지역은 말이야~” “장애인이~” “늙으면~” 등의 말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이라면 꼭 이 영화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영화 <페인티드 버드>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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