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명령권' 권영진 황교안 요구 수용했다면 탄핵 불씨 될 뻔 함정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20/03/09 [10:15]

'긴급명령권' 권영진 황교안 요구 수용했다면 탄핵 불씨 될 뻔 함정

서울의소리 | 입력 : 2020/03/09 [10:15]

헌법재판소 판례 "긴급명령도 탄핵 심판대상", "긴급명령 요건 엄격히 해석돼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 긴급명령권 요구 논란은 법적 검토 부족에 따른 권영진 시장의 사과로 종결 되기는 했지만 실제로 긴급명령이 발동됐다면 대통령 탄핵의 불씨로 연결될 수 있었던 사안으로 확인됐다.

 

5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1996년 2월29일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금융실명제 긴급재정경제명령이 헌법재판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 중요한 내용을 판시했다.

 

헌재는 해당 사건(93헌마186)에서 헌법 제76조의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대통령의 통치행위로 규정하면서도 국민 기본권 가치 실현을 둘러싼 수단의 한계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헌재는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행해지는 국가작용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경우에는 당연히 심판대상이 된다"라고 판단했다.

 

대통령에게 부여된 긴급명령(긴급경제명령)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국민 기본권 침해로 이어진다면 심판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당시 박상훈 변호사는 위헌확인을 청구하면서 "국회는 위헌적 행위를 한 대통령에 대해 탄핵소추를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2일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에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병상이 부족하다며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병상 3000개를 확보해달라고 말했다. 

 

권 시장의 발언 다음 날인 3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도 코로나19의 대구·경북 확산 상황과 관련해 “대통령의 긴급 명령을 포함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긴급명령권을 촉구했다.

 

황 대표는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을 찾아 최대집 의협 회장과 공동으로 “대통령은 현 상황을 준(準) 전시상태로 규정하고 경증환자의 집중관리가 가능한 병리시설 확보와 의료인력과 장비의 집중 투입을 위해 헌법과 감염병관리법상 긴급명령을 즉각 발동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헌법 76조에는 대통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 위기 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해 법률의 효력을 갖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따라서 법을 어기면서까지 대통령에게 긴급명령을 발동할 수는 없다. 심지어 김부겸·홍의락 등 코로나 확진자가 가장 많은 대구에 지역구를 둔 여당 의원들조차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구 수성갑이 지역구인 김부겸 의원은 지난 4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모든 할 수 있는 대응을 빨리 하자는 통합당 등의 취지는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대통령에게 헌법적 근거도 뒷받침되지 않는 행위를 하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반대했다.

 

홍의락(대구 북구을) 의원도 “국회가 돌아가지 않거나 대구 행정이 마비된 상황도 아니다. 예비비도 계속 내려오고 있고 상황에 따라 대처해나가고 있다"라며 "위기상황을 부풀리기 위해 긴급명령을 띄우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5일 헌법재판소는 "긴급재정경제명령은 법률의 효력을 갖는 것이므로 마땅히 헌법에 기속돼야 한다"면서 "긴급명령이 통치행위이므로 헌법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법무부 장관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긴급재정경제명령은 평상시의 헌법 질서에 따른 권력행사방법으로서는 대처할 수 없는 중대한 위기상황에 대비해 헌법이 인정한 비상수단으로서 의회주의 및 권력분립의 원칙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되므로 요건은 엄격히 해석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헌재는 당시 금융실명제 긴급재정경제명령이 "헌법이 정한 절차와 요건에 따라 헌법의 한계 내에서 발포된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박상훈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헌재가 긴급명령, 긴급재정경제명령의 엄격성을 강조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이에 따라 권영진 시장과 황교안 미통당 대표가 코로나와 관련해 병상 확보를 위한 긴급명령을 요구한 점이나 정치권 안팎에서 긴급재정경제명령을 통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것은 사건 전개에 따라 대통령 탄핵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헌법 제76조 1항(긴급재정경제명령)은 국회의 집회(集會)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2항(긴급명령)은 국회의 집회가 불가능한 때에 한해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오영중 변호사는 "2월 국회가 열리고 있는데 (정치권 쪽 요구를 받아들여) 대통령이 긴급명령을 단행했다면 탄핵 요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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