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2일 개봉 '10년', 10년 뒤 영화속 일 생기지 않게 하려면?

이경헌 기자 | 기사입력 2019/12/07 [10:39]

[영화] 12일 개봉 '10년', 10년 뒤 영화속 일 생기지 않게 하려면?

이경헌 기자 | 입력 : 2019/12/07 [10:39]

오는 12일 개봉을 앞둔 영화 <10년>은 10년 후의 일본을 그린 영화다. 그래서 영문 제목도 ‘Ten Years Japan’으로 지었다.

 

총 5편의 옴니버스로 구성된 이 영화는 7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안락사를 권하는 사회를 그린 ‘플랜 75’를 비롯해 AI(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아이들을 제어하는 세계를 그린 ‘장난꾸러기 동맹’, 디지털 카드로 유산을 남기는 사회를 그린 ‘데이터’, 방사능을 피해 지하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그린 ‘그 공기는 보이지 않는다’, 오랜 시간 전쟁을 멈추지 않는 세계를 그린 ‘아름다운 나라’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작품은 ‘플랜 75’와 ‘그 공기는 보이지 않는다’를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은 노인 인구가 우리 보다 더 많다. 일본은 이미 2015년에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 말은 어떻게 보면 경제활동을 활발히 할 젊은 층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누군가 열심히 돈을 벌어야 마트에서 쇼핑도 하고, 국민연금 보험료도 내고, 아파트도 사고 할 텐데 그럴 사람이 줄어들다 보니 소비는 위축되고, 국민연금 수급자만 많아져서 연금재정은 악화되고, 부동산 시장도 죽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경제가 안 좋아진다.

이는 몇 년 후, 우리나라가 처할 현실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플랜 75’는 발칙한 상상을 내놓았다. 일본 후생성(우리의 보건복지부)이 주도해서 7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안락사’를 권하는 것이다.

 

만약 ‘플랜 75’를 수용하기로 결심하면, 마지막 가는 길 돈이나 마음껏 써 보라며 10만 엔을 준다.

 

당연히 돈이 많은 노인들에겐 ‘플랜 75’를 권하지 않는다. 그들은 삶이 여유가 있어서 여전히 소비활동을 활발히 하기 때문이다.

 

‘플랜 75’의 주 대상자는 부랑인이나 장애인 등 세금을 내기는커녕 이른바 ‘세금을 축내는’ 이들이다. 후생성은 노골적으로 이들을 세금을 축내는 존재로 폄하하면서, 적극적으로 ‘플랜 75’를 수용하도록 설득하라고 지시한다.

 

사회복지의 철학은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는 것이다. 설령 그들이 세금을 많이 내기는커녕, 세금으로 복지혜택을 받는 수혜자라고 하더라도 그들에게 죽을 것을 권할 수는 없다.

 

당장 경제논리로만 따지면, 10만 엔을 손에 쥐어주며 특정일에 ‘죽여 줄테니’ 그때까지 이 돈으로 하고 싶은 것이나 하라고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이익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돈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신이 부여한 생명을 스스로 끊도록 정부가 나서서 권한다는 것은 국가가 할 일이 아니다.

 

모름지기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의무를 지니기 때문이다.

 

가난하고, 몸이 불편한 이들도 엄연히 국가를 이루는 국민의 한 사람인데 이들에게 국가 경제에 도움이 안 되니 일찍 죽어달라고 말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또 다른 작품은 바로 ‘그 공기는 보이지 않는다’이다.

 

방사능으로 공기가 오염돼 지상 보다 지하 세계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언제부터인지도 모를 정도로 오랫동안 지하에서 생활을 한다는 설정이다.

 

어떤 아이는 햇빛이며 나무도 본 적이 없고, 지상에는 벌레조차 전멸(全滅) 했다. 흔히 핵전쟁이 나서 지구가 멸망해도 바퀴벌레는 끝까지 살아남는다고 말하는데, 벌레조차 전멸했다니 얼마나 상황이 나쁜지 잘 보여준다.

물론 지하에서 살더라도 사과도 있고, 옥수수도 있다. 다만 신선하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일까. 지하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말로만 듣던 햇빛도 한 번 쬐여 보고, 나무도 보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어린 소녀는 ‘위쪽 세상’에 대해 동경하게 되고, 결국 자신의 엄마 눈을 피해 지하세계를 탈출한다.

 

이 작품은 후쿠시마 원전 피해 등 아직도 끝나지 않은 방사능 피해에 대한 일본인들의 불안감을 잘 보여준다.

 

우리는 흔히 환경을 잘 보전해서 미래세대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일본 정부는 지금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무감각 하다.

 

그들은 방사능 오염수를 더 이상 보관할 곳이 없다는 이유로 그냥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바닷물은 흘러서 그 어디라도 갈 수 있다. 태평양으로 그리고 우리 동해로도 그 오염수가 실려 올 것이 뻔하지만, 일본 정부는 뻔뻔하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다간 진짜로 이 영화에서와 똑같은 상황이 연출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국가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 하는데 힘써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나이가 많다고 안락사를 권하거나 방사능 오염에 대해 무감각한 국가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불 보듯 뻔하다.

 

10년 후, 이 영화에서와 같은 상황이 재연되지 않으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원본 기사 보기:디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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