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앵무새 기자들 상대 일당백, 11시간 흐트러짐 없이 답변

정현숙 | 기사입력 2019/09/04 [10:29]

조국 앵무새 기자들 상대 일당백, 11시간 흐트러짐 없이 답변

정현숙 | 입력 : 2019/09/04 [10:29]

"한계 있는 금수저지만 공평한 사회·제도 개혁 꿈꿔".. 진정성 돋보여


60만 건 추측성 기사 반복된 질문에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와 답변

 

실검 1, 2위에 오른 조국 후보자 관련 언론사 기자 관전 평. 온라인 이미지

 

조국 법무부 장관의 전격적인 기자간담회는 2일 낮 3시 30분부터 3일 오전 2시 13분까지 10시간 43분 동안 100번째 질문자를 마지막으로 회견을 마친 사상 초유의 기자회견이었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빼도 500분가량, 8시간 이상을 조국 후보 한 명이 200명 가까운 기자를 상대했다.

 

조 후보자는 당초 2일 예정돼 있던 국회 인사청문회가 여야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무산되자 이를 대체한 기자간담회를 같은 날 국회에서 열었다. 국무위원 후보자가 인사청문회가 아닌 기자간담회를 생중계로 장시간 동안 연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만큼 조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셀 수 없이 많은 의혹을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지난달 8일 법무부 장관 지명 이후 3주간 조국이라는 이름으로 크고 작게 쏟아져 나온 기사만 60만 건 가까이 되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웠다.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역대 최대의 보도량이었다. 이번 기자 간담회 이후 조국 후보에 나온 세간의 평은 법무부 장관에 그치지 않는 대선 후보로서의 체급을 확인했다는 것이고 한국 언론의 기자 자질에 대한 혹평이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 이후 양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근조한국언론이 등장했다. 실시간으로 인터넷 포털 기사에 올라온 조국 후보자에 대한 평은 대체로 긍정적이었고 반면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부정적 평가들이 쇄도했다.

 

"앵무새처럼 핸드폰 보면서 중복된 질문을 하는 기자들이 대부분이다. 특종을 위해 특혜 의혹에 대한 사건을 기본 사실마저도 숙지하지 않고 그냥 막 던지고 본다"

 

"태생이 금수저인 걸 어떡해. 내가 선택해서 태어날 수도 없고 저런 것까지 사과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 조국딸⟩ 장학금⟩ 사모펀드⟩ 5촌조카⟩ 장학금 ⟩사모펀드⟩ 5촌조카 무려 11시간을 이러고 있다.. 무한매크로"

 

네티즌들은 기자회견 내내 같은 질문들이 무한 반복되어 기자들에게 짜증이 났다는 의견들이 대부분이었다. 50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비슷한 질문과 답변만 무한 반복됐다. 그 때문에 시민들의 실망과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포털 사이트 다음엔 근조한국언론과 한국기자질문수준이라는 실시간 검색어가 1위, 2위를 차지했다.

 

한 네티즌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는데요 기자들 이상합니다. 감정적이고 비아냥대고 시비 거는 식이고 기자가 사퇴를 종용 하듯 하고 앞에서 질문했는데 똑같은 질문하고요 불법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유도 질문하고요. 과거, 미래, 현재를 짜 맞추어서 불법을 의혹으로 만들어내려고 하고요. 이게 무슨 기자입니까? 반대당 정치인 같았습니다. 기자가 진실을 알기 위해 질문하고 취재하는 게 아니고 한 사람을 사퇴시키기 위해 질문하고 짜 맞추려 하고 진실을 추구해야 되는 기자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참으로 답답합니다. 저런 언론을 믿을 수 있을까요?"라며 따끔한 지적을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8시간 넘게 이어진 간담회였다. 오후에 했던 질문 저녁에 또 하고 밤에 또 하고 자정 넘어 또 했다. 그러면 최소한 후보자 답변에 반박할 증거라도 들이밀 수 있는 시간은 되지 않나? 시간이 부족해 질문을 못 해?"라고 질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조 후보자는 시종일관 흐트러짐 없이 진지하게 경청하고 답변하는 데 반해 TV조선 기자 한 사람은 반은 드러누워서 삐딱한 시선으로 질문하고 또 다른 TV조선 기자는 자녀가 영국 유학을 갔는데 왜 주소를 영국으로 이전 안 했냐고 위장전입 아니냐고 따졌다. 또 할아버지가 손녀를 왜 출생신고를 하느냐며 무슨 혜택 바란 거 아니냐고 어이없는 질문을 쏟아냈다. 네티즌들은 이구동성으로 기자들의 한심한 질문과 격이 떨어지는 태도에 반해 후보자의 논리적인 답변과 품격있게 대처하는 모습이 비교된다고 입을 모았다. 

 

조국 : 해외 체류 중인 상태에서의 주민등록은 국내에 두게 되어있어서 위장전입이 아닙니다.
TV조선 기자 : 왜요? (진짜 이렇게 말함)

 

조 후보자는 마무리 발언을 하기 직전 "사실관계 확인을 하나 하겠다"라며 딸의 출생신고에 대해 언급했다. 조 후보자는 "당시 신고 의무자는 호주였고 당시 호주가 선친으로 되어 있었다. 불법은 없었다"라며 "출생신고는 부모가 아니더라도 할아버지가 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조 후보자는 “저는 통상적으로 ‘금수저’가 맞다. 세상에서 저를 ‘강남 좌파’라고 부르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 "금수저면, 강남에 살면 항상 보수로 살아야 하느냐. 금수저이고 강남에 살아도 우리 사회와 제도가 좀 더 바뀌었으면 좋겠다, 보다 공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흙수저 청년들의 분노와 관련 후보자는 무슨 수저냐는 기자 질문에 조 후보자는 이같이 답하면서 “나는 기계적 유물론자가 아니다. 제가 강남에 살면 무조건 부를 더 축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진보를 얘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금수저라고 하더라도 제도를 좋게 바꾸고 다음 세대에는 어떤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 할 수 있고 꿈도 꿀 수 있다. 저는 그렇게 해왔다”라며 “그렇지만 부족했다. 고민을 하고 공부를 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흙수저 사람들의 마음을 제가 얼마나 알겠나, 그 고통을 제가 얼마나 알겠나”라고 한계점을 내비쳤다.

조 후보자는 “10분의 1도 모를 것이다. 그게 저의 한계”라며 “그렇지만 그런 한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조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사망한 고 김용균 씨를 언급하며 “저의 아이와 비슷한 나이에 있는 김용균 씨는 산업재해로 비극을 맞이했다. 김용균 씨에 비하면 우리 아이가 얼마나 혜택을 받은 사람인가, 그것을 모를 리가 있겠는가”라며 “그 점을 알고 있고 제가 안타깝고, 송구하다. 그 점에서 제가 가진자이다. 가진 자이지만 무언가는 해보려고 한다, 한계를 직시하면서도 해보려고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 후보자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최선을 다해 답변을 드렸지만 국민 여러분께서 어떻게 판단해 주실지 모르겠다"라며 "인생을 살아오면서 제가 너무 쉽게 지나온 것들을 이번 검증 과정을 통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염치와 간절함을 항상 마음에 두겠다"라며 "저로 인해서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청년들을 보며 느낀 부끄러움을 깊이 간직하겠다. 제가 지금까지 의식하지 못한 채 받은 혜택을 어떻게 돌려드릴지 고민하고 실천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간혹 핵심을 짚는 기자나 정책 질문을 하는 기자가 보이긴 했지만, 대부분의 기자들은 핸드폰이나 메모지를 보며 본인이 준비했던가 아니면 윗선의 지시가 내려진 대본만 열심히 읽는 수준으로 보였다. 경력이 있는 고참 기자들의 모습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아무래도 전 국민에게 얼굴과 소속, 이름을 공개해야 하는 상황에 추측성 기사를 마구잡이 남발해 검증하기도 어렵고 체면을 깎이고 싶지 않았던 선배들이 후배 등을 떠밀었지 않나 하는 의견과 의구심마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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