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한당 저소득 지원금 싹뚝, 미세먼지·마스크 예산 반토막

정현숙 | 기사입력 2019/08/12 [10:53]

자한당 저소득 지원금 싹뚝, 미세먼지·마스크 예산 반토막

정현숙 | 입력 : 2019/08/12 [10:53]

자한당 반대로 삭감된 추경예산은?

 

6일 오전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의 무리한 일자리·민생예산 삭감 문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겠다”며 나섰다. 윤 수석부의장은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당장 필요한 피 같은 예산과 서민·취약계층 예산이 한국당의 무차별한 삭감 칼날에 희생됐다”며 “참으로 냉혹하고 비정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는 지난 2일 밤 9시가 되어서야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99일 만으로 역대최장 기록을 세운 지난 2000년에 이어 두 번째로 늦게 처리된 것이다.

 

이렇게 추경이 늑장 처리된 원인으로는 자유한국당의 발목잡기가 지목되고 있다. 그동안 자한당은 추경 처리를 위한 온갖 요구 조건을 연달아 제시하면서 추경 처리를 막아왔고, 이로 인해 추경 처리 및 집행 시기가 늦어지면서 그 효과가 반감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는 추경 통과 하루 전날인 1일까지도 추경안 심사가 늦어지는 데 대해 “적자 국행 발행으로 인한 ‘맹탕’, 빚내기 추경안 때문”이라고 밝히며 “현재 적자 국채 규모가 3조6000억원에 달한다”며 “줄여달라는 저희 요구를 여당이, 기획재정부가 받아준다면 저희는 바로 (추경안 심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며 끝까지 발목을 잡았다. 거기다 같은날 김재원 예결위원장은 추경 심사가 한창인데 사라졌다가 새벽에 술냄새를 풍기며 나타났다.

 

▲ 자한당·바른미래당 등 야당의 끝없는 발목잡기로 추경이 이렇게 뒤늦게 통과되면서 효과마저도 사실상 대폭 줄어든데다 그마저도 대폭 깎였다. 특히 자한당 때문에 일자리와 저소득층의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추경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당초 정부안에 비해 8568억원이 줄어든 5조8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자한당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SOC(사회간접자본) 등 현금 살포용 예산을 없애겠다며 대대적인 감액 칼바람을 불러일으켰으나, 정작 2명의 자한당 의원 지역구인 포항은 포항지진 대책을 이유로 대규모 증액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월 국회에 제출된 포항지역 지진 복구 지원 예산은 1131억원이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45.2% 늘어난 셈이다.

 

정부가 지난 4월 25일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이 험난한 과정을 거쳐 겨우 국회 문턱을 통과된 가운데, 자힌당의 반대로 청년 일자리와 복지 분야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돼 아쉬움을 남겼다.

 

당초 정부는 △경기 하강 △포항 지진·강원 산불 등 재해 지역 지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에 대응하기 위해 6조 6천837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했지만, 국회 심사 과정에서 원안보다 8천568억원이 삭감된 5조 8천269억원이 의결됐다.

 

추경 심사를 담당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번 추경에서 대거 삭감된 분야는 일자리와 복지 관련 예산들이다. 여당은 경기 부양 등을 이유로 원안을 고수했지만, 자한당 등 야당은 이들 예산을 총선용 예산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번 추경 심사를 거치며 삭감된 예산은 주로 청년 구직자·중소기업·저소득층 등 ‘약자’들을 위한 지원금이었다. 재취업을 준비하는 실업자를 위한 구직급여는 최근 지원 금액이 늘었고 향후 지원 인원도 132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지만 예산은 4500억원이 깎여나갔다. 젊은 일손이 부족한 지역에서 청년 취업을 돕기 위한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도 123억5천만원이 깎였다.

 

민주당이 심사 막판까지 자한당과 줄다리기를 벌이며 지키려 노력했던 ‘고용창출장려금’ 예산마저 721억원이 삭감됐다. 고용창출장려금은 청년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중소·중견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업인데, 예상보다 인기가 좋아 지난 5월에 올해 예산 6745억원이 모두 소진됐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얻은 청년이 올해만 9만8천명이다. 정부는 3만2천명을 추가 지원하겠다며 2883억원을 추가 편성했으나 이 중 25%가 삭감되면서 8천명은 혜택을 못 받게 됐다. 한국당이 “민주당의 선거용 예산”이라며 버틴 탓이다.

 

저소득층·중소기업 예산도 삭감

 

저소득층 지원 예산도 마찬가지로 지난 1월 정부는 부양의무자 재산 소득환산율을 완화하면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턱을 낮춘 바 있다. 이에 따라 생계급여 수급 대상자가 3만4천명 이상 늘어나 정부는 예산 164억원을 추가 편성했지만 자한당은 55억원을 삭감했다. 저소득층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병원에 지원하는 의료급여 경상보조 예산도 762억원이나 감액됐으며 형편이 어려워 미세먼지 마스크도 살 수 없는 저소득층을 위한 미세먼지 마스크 보급예산도 129억원이 깎여 반 토막이 났다.

 

정부는 이번 추경안에 중소기업 금융자금으로 무역보험기금 예산 1700억원을 포함했다. 중소 규모 수출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개척할 때 자금조달이 어렵다는 점을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꼽기 때문으로 그러나 자한당은 이 역시 700억원이나 삭감했다. 우범기 민주당 예결수석전문위원은 “우리 수출이 8개월째 감소하고 있어서 수출 활력 제고를 위한 무역금융 공급이 확대되어야 하는데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정 튼튼한데 ‘포퓰리즘’ 타령

 

자한당이 추경안에 삭감의 칼날을 들이댄 명분은 “빚을 내 추경을 하면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빚까지 내면서 추경을 하려는 정부여당이 “총선용 포퓰리즘”에 빠졌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이번 추경을 위해 국채를 3조6천억원 발행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당초 예상치인 39.4%보다 0.1%포인트 늘어날 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미국(105.1%), 영국(117%), 일본(224%)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안정적인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국가채무비율은 110%(2017년 기준)에 이른다. 한국의 튼튼한 재정상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례적으로 한국 정부에 9조원 수준의 추경 편성을 주문했던 배경이기도 하다.

 

"예산 역사상 유례없는 일, 한마디로 새 역사 쓴 것".. 자화자찬한 나경원

 

자한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추경 예산이 당초 정부 원안보다 대폭 삭감되자, 쾌거를 이뤘다며 자화자찬을 늘어 놓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 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는 추경 예산이 당초 정부 원안보다 약 1조4천억원가량 삭감된 데 대해 "쾌거를 이뤘다"며 자화자찬했다.     ©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그는 지난 2일 예결특위에서 추경 심사가 거의 마무리된 가운데 열린 의원총회에서 "실질적으로는 저희가 1조 5천억원 가량을 삭감했다"며 "이것은 예산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고, 한마디로 새역사를 썼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추경이 당초 편성 취지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 누더기 추경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민생에 필요한 예산을 삭감했다며 자랑한 자한당을 향해 강하게 비판했고, 정의당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지난 3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나 원내대표의 자화자찬을 거론하며 "나 원내대표가 자유한국당이 삭감한 내용을 알고 얘기했다면, 자유한국당은 앞으로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지원을 주장할 자격이 없는 민생 민폐 정당임을 자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내용도 모르고 얘기했다면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 자질도 자격도 논할 가치조차 없을 따름"이라며 "민생, 민생하면서 추경처리를 100일간 지연시키고, 심사지연도 모자라 일자리와 중소기업 지원 예산 삭감을 성과로 주장하는 나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의 태도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정의당 박원석 정책위의장과 예결특위 위원인 여영국 의원도 같은 날 정책논평을 통해 "민생추경 중 희망근로 지원사업,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 고용창출장려금사업 등 미세먼지 추경 중 저소득층 미세먼지 마스크 보급 사업, 지역아동센터 공기청정기 지원 예산, 경비경찰활동 예산 등의 감액은 일자리·미세먼지 추경이라는 이번 추경안의 취지를 훼손하였다"며 "추경의 취지대로 제대로 심사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거둘 수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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