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영화제] '발렌타인' 인도네시아 작품, 의지로 삶 바꾼

이경헌 기자 | 기사입력 2019/07/07 [11:06]

[부천국제영화제] '발렌타인' 인도네시아 작품, 의지로 삶 바꾼

이경헌 기자 | 입력 : 2019/07/07 [11:06]

이번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세계 최초로 선을 보인 인도네시아 영화 <발렌타인>은 우리에게 생소한 인도네시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흡인력 있고, 잘 짜여진 각본이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물론 기술력의 한계인지 일부 CG가 다소 어설퍼 보이는 부분도 있으나, 영화의 내용이 흥미로워 충분히 커버가 된다.

남편을 잃고 아들, 하나 딸 하나를 키우는 엄마는 특히 딸 스리(에스텔레 린덴 분)가 카페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것이 영 못 마땅하다.

제멋대로 대학도 중퇴하더니, 하는 일도 웨이트리스라니 앞가림이나 제대로 하려나 싶어 늘 잔소리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카페에서 한 불량한 남성을 맨손으로 순식간에 제압한다. 이 모습을 본 영화감독인 보노(매튜 세틀 분)는 자신이 기획중인 히어로 무비 <발렌타인>의 여주인공으로 적임자라고 생각해 곧바로 캐스팅 제안을 한다.

위기에 빠진 도시를 구하는 여성 히어로라는 설정에 그 어느 제작사도 흥미를 보이지 않자 그는 일단 스리가

‘실제 악당’과 싸우는 장면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려 제작자들의 관심을 끌어 보겠다고 말한다.

‘페이크 다큐’도 아니고 너무 무모한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스리는 나름대로 슈퍼 히어로에 어울리는(?) 복장도 갖추고 첫 촬영에 임한다.

그녀가 처음 악당을 물리치러 간 곳은 바로 편의점. 단숨에 악당을 제압하지만, 원래 처음엔 문제점이 발견되곤 한다. 우선 카메라 워킹이 엉망이었고(그도 그럴 것이 전문 카메라맨이 아닌 감독의 지인인 스타일리스트가 찍었다) 의상 역시 싸우는데 있어서 다소 개선점이 발견됐다.

이후 스리는 더 업그레이드 된 의상을 입고 여기저기서 활약을 하고, 보라색 옷에 가면을 쓴 여성이 경찰을 대신해 악당들을 때려 잡자 대중과 언론은 그네에게 주목한다. 자연스레 ‘발렌타인’이라는 슈퍼 히어로의 존재도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다.

이대로만 가면, ‘발렌타인’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겠다고 다시 제안하면 제작사들이 충분히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 보노는 점점 그녀에게 강도 높은 ‘리얼 액션’을 요구한다.

급기야 도시를 위험에 빠뜨리겠다며 시민들을 위협하는 ‘섀도’ 일당이 다시 대중 앞에 나타나 은행에서 인질극을 벌인다.

이에 ‘발렌타인’은 ‘섀도’를 추격하면서 목숨을 내 놓고 강한 액션으로 그 일당과 맞서 싸운다.

이건 뭐 ‘영화’도 아니고, 실제 달리는 차에서 악당과 싸우라고 하니 감독이 과연 날 생각은 하는 건가 아니면 순전히 자기 영화만 만들려고 하는 건가 싶어 스리는 더 이상 촬영에 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스리의 하차 선언을 들은 감독은 어느 날 거리를 걷다가 몇 해 전 죽은 자신의 딸 또래 되어 보이는 어린 아이를 인질로 잡은 범인과 대적하다가 허무하게 목숨을 잃고 만다.

얼핏 이 장면은 관객들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라 꼭 필요했나 싶기도 하다.

보노가 죽은 후, 섀도 일당이 한 행사장에서 왕자를 인질로 잡자 다시 나타난 발렌타인은 영화 촬영을 떠나 그와 맞서 싸운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시민들을 떨게 만든 섀도가 자신의 친오빠 움브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움브란이 ‘섀도’가 된 이유는 2010년 당시 동료 경찰들이 자신들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움브란의 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운 후, 자살로 위장했기 때문.

이에 당시 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운 현 경찰청장을 잡기 위해 자신이 직접 ‘섀도’가 된 것이다.

이러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된 스리 역시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그렇다고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다.

결국 움브란은 자신의 손으로 경찰청장을 죽이고, 자신도 총에 맞아 죽고 만다.

이 영화는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이 어떠하든지 낙심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삶을 개척해 나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남들 눈에는 아버지도 안 계시고, 대학은 중퇴하고, 카페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별 볼 일 없는’ 것 같아 보이는 스리가 ‘발렌타인’이라는 슈퍼 히어로가 되어 시민들로부터 영웅 대접을 받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처지 때문에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학자금 대출 빚에, 자신이 가고 싶은 직장은 번번히 떨어지는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슈퍼 히어로’가 될 수도 있다.

삶은 스스로가 개척해 나가는 것이기에.

/디컬쳐 이경헌 기자


원본 기사 보기:디컬쳐
  • 도배방지 이미지

부천영화제 인도네시아 영화 발렌타인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