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 봉하마을 국민 애도 속 엄수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9/05/24 [10:32]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 봉하마을 국민 애도 속 엄수

서울의소리 | 입력 : 2019/05/24 [10:32]

"노무현은 전직 대통령을 뛰어 넘은 하나의 시대정신"

 

23일 고 노무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권양숙 여사 등 유족과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사진기자단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공식 추도식이 이날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엄수됐다. 유정아 전 KBS 아나운서가 10주기 추도식 사회를 맡았다.

 

추도식엔 권양숙 여사 등 유족과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문희상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바른미래당 손학규·민주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정당 대표, 민주당 이인영·바른미래당 오신환·민주평화당 유성엽·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부시 전 대통령을 접견하며 “저는 오늘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지만, 저의 아내가 저를 대신해서 추도식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제 아내는 봉하마을에서 대통령님께 인사드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지난해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해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밝혔다. 이어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다짐했다.

 

정부 측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참석했으며 정영애·윤태영·천호선·전해철 이사 등 노무현재단 임원 및 참여정부 인사,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등도 참석했다.

 

이날 아침부터 전국에서 몰려든 추도객 2만여 명도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추도식은 유정아 전 노무현시민학교 교장 사회로 국민의례, 유족 인사말과 추모 영상 상영,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문희상 국회의장 추도사, 가수 정태춘 씨 추모공연, 이낙연 국무총리 추도사, 노무현재단 정영애 이사 인사말, 노래를 찾는 사람들 추모공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참배 등 순서로 진행됐다.

 

장남 노건호 씨가 조시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게 특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고맙다”고 화답했다. 노 씨는 유족 대표로 단상에 올라 “10주기를 맞아 추도식을 찾아준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올린다. 10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많은 행사와 공연이 있었다. 노무현 재단 유시민 이사장님과 가족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멀리서 찾아준 부시 전 대통령께도 감사 말씀 올린다”고 했다.

 

그는 이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일이지만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는 부시 대통령의 전략적 능력에 대해 감탄했다. 두 분께서는 재임기간 중 많은 일을 일구어냈다. 한미관계는 새로운 단계로 발전했다”며 “우정과 추모의 뜻을 표현해주신데 대해 유족을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때 부시 전 대통령이 입 모양으로 “Thank you(고맙다)”라고 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또 “아버님은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신념으로 정치적 삶을 채우셨다. 깨어있는 시민, 조직된 힘에 대한 믿음은 고인이 정치적 신념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신조”라며 “한국은 이제 아시아 최고의 모범 민주주의 국가다. 한반도를 평화로 이끌고 아시아 사회를 포용하며 깨워나갈 것이다. 아버님은 우리 국민들이 이뤄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모든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권양숙 여사 위로하는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머니투데이

문희상 국회의장은 추도사에서 "이야, 기분 좋다 그렇게 오셨던 대통령님은 원망마라, 운명이다 이 말씀 남기고 떠나셨다"며 "이별은 너무도 비통했고 마음 둘 곳 없어 황망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우리는 대통령님과 이별을 겪으며 고통을 딛고 반드시 일어나겠다는 묵시적인 약속을 했는지도 모르겠다"며 "위대한 국민은 절망의 터널을 박차고 광장에 서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한반도 평화를 향해 걷고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총리는 "대통령님은 저희가 엄두 내지 못했던 목표에 도전하셨고, 저희가 겪어보지 못했던 좌절을 감당하셨다"며 "그런 도전과 성취와 고난이 저희에게 기쁨과 자랑, 회한과 아픔이 됐고. 그것이 저희를 산맥으로 만들었다"고 애도했다.

 

이 총리는 "대통령님은 존재만으로도 평범한 사람들의 희망이었고 대통령님의 도전은 보통 사람들의 꿈이었다"며 "사람 사는 세상을 구현하려는 대통령님의 정책은 약한 사람들의 숙원을 반영했다. 사람들은 처음으로 대통령을 마치 연인이나 친구처럼 사랑했다"고도 했다.

 

노무현재단 정영애 이사는 "대통령님의 마지막 당부처럼 이제는 슬픔과 미안함, 원망을 내려놓고 우리에게 남긴 과제를 실천하고 실현해야 할 때"라며 "10주기를 계기로 그분의 이름이 회한과 애도의 대상이 아닌 용기를 주는 이름, 새로운 희망과 도전의 대명사로 우리 안에 뿌리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년 추도식 일인 23일 오후 경상남도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입구는 추도식에 참석하는 시민들의 긴 행렬이 줄지어 있다. 사진기자단

추도식에 앞서 권양숙 여사는 부시 전 대통령과 문희상 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 이해찬 대표를 포함해 노영민 비서실장,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 등과 환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부시 전 대통령은 직접 그린 노 전 대통령 초상화를 권 여사에게 선물했다.

 

노무현재단은 2018년 12월께 노 전 대통령 초상화를 그리고 싶다는 부시 전 대통령 측 의사를 접하고 두 정상이 함께 촬영한 장면을 포함해 사진 14장을 전달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이용섭 광주시장을 비롯해 박성호 경남도행정부지사,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등도 참석했다.

 

대한민국 헌정회 간부와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이날 드루킹 댓글조작 혐의와 관련한 항소심 속행 재판에 출석하느라 참석하지 못했고 유시민 이사장 은 모친상으로 불참했다.

 

추도식은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으로 생중계됐다. 한 때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홈페이지가 많은 접속자가 몰려 먹통이 됐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에러 메시지만 뜨고 창이 열리지 않는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하지 못한 이들이 생중계를 보려고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리는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파가 몰리면서 봉하마을 입구 도로는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승용차와 전세버스가 도로를 꽉 채웠다. 행사 시간이 가까워지자 추모객들은 차에서 내려 도보로 추도식장으로 향했다.

 

서울 일정을 마치고 부랴부랴 봉하로 온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홍익표 수석대변인, 박주민 최고위원, 이재정 대변인, 김정호·김해영 등 민주당 의원 20여명도 2㎞ 가량을 인파와 함께 걸었다.

‘시민 노무현’ 개봉 사진=콘텐츠판다, 삼백상회

 

노무현의 친구 먼저 만난 부시.. 문 대통령 "노무현·부시 때 한미동맹 발전"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년 추도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접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45분간 청와대 상춘재에서 부시 전 대통령을 접견하면서 "한미동맹의 파트너였던 노 대통령의 10주기 참석 자체만으로도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하러 방한한 조지 워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노 대통령이 함께 결정했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6자회담 등은 한미동맹을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게 하는데 큰 의미가 있었다"며 "저와 트럼프 대통령도 그 정신을 이어 한미동맹을 더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게 하려고 한다”고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노 대통령과 저는 좋은 기억이 많다. 저희 부부와 노 대통령 부부만 단독으로 가졌던 오찬 생각도 나는데, 그때는 일이 아닌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이런 것들이 우정을 더욱 돈독하게 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예전에 노 대통령께서는 부시 대통령과 대화를 나눠보면 소탈하고 진솔한 면이 많다면서 편하게 대화를 했다고 평가를 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부시 전 대통령은 “대부분의 정상들은 마음속에 있는 말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직설적으로 본인의 생각을 말하곤 했다"며 "저와 노 대통령은 편하게 이야기를 하곤 했다"면서 "이런 대화가 양국 정상 간 좋은 관계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이 기회를 빌어 (부시) 대통령님께서 최근 부모님과 장모님을 연이어 여의신 것에 대해서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며 "로라 여사님께도 위로의 말을 전해달라"고 말했다. 또 "아버지인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우리 국민으로부터 많은 존경과 사람을 받은 분이었다"고 전했다.

 

"노무현은 전직 대통령을 뛰어 넘은 하나의 시대정신"

 

이날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대표단과 최고위원들, 양정철 민주연구원 등 의원 70여명이 봉하마을에 대거 집결했다. 일부 의원들은 봉하로 향하기 전 자신의 SNS에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노웅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바보 노무현 대통령을 보낸 지 10년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보고픈 마음이 더욱 깊어진다"며 "노무현은 한 명의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 하나의 시대정신"이라고 추모했다.

 

황희 의원도 페이스북에 "90년대 초 대학생 시절 자원봉사를 하며 당시 노무현 민주당 청년위원장님으로부터 삼계탕 한 그릇을 얻어먹은 적이 있다"며 "15~16년 지나서 그 분은 나에게 담배 두 개비를 빌려가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삼계탕 얻어먹고, 담배 두 개비 빌려드리고… 이 불공정한 거래를 남기고 가신 그 분에게 나는 평생 갚지 못할 빚을 지게 됐다"며 "(봉하마을에 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한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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