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경보지' 왜갔나? '젊은 군인' 잃은 프랑스 여론 싸늘

정현숙 | 기사입력 2019/05/14 [10:11]

'적색경보지' 왜갔나? '젊은 군인' 잃은 프랑스 여론 싸늘

정현숙 | 입력 : 2019/05/14 [10:11]

프랑스, 여행금지구역 위반 인질들에 비판 여론 커져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 억류 중인 프랑스인 2명과 한국인 1명 등 4명의 인질을 구출하다 전사한 프랑스 해군 특공대 세드리크 드 피에르퐁·알랭 베르통셀로 상사. JTBC

 

프랑스 정치인들 "무책임한 인질들, 비난 받아야".. 여론도 싸늘

 

아프리카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구출된 한국인 여성 등 인질 4명은 자칫 무법천지인 말리로 끌려갈 수도 있었다고 프랑스 당국이 밝혔다. 현지시간 9일 밤,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무장세력 캠프. 프랑스 정부는 카티바 마시나라는 이슬람극단주의 테러조직에 납치된 자국민 2명을 구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투입했다.

 

프랑스군 2명의 희생 속에 프랑스인 인질 2명 등 총 4명이 구출됐다. 여기엔 뜻밖에도 한국인 1명과 미국인 1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군 당국은 기습작전 돌입 때까지도 자국민 외 다른 인질 여부를 몰랐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물론 미국 정부도 40대로 알려진 한국인 여성과 미국인 여성이 프랑스군에 구출될 때까지 피랍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휴가차 베냉의 펜드자리 국립공원을 찾았던 두 명의 프랑스인이 실종된 건 지난 1일이었다. 

납치 사실을 파악한 프랑스군은 즉각 드론 등을 이용해 이들의 동선을 추적하며 구출 기회를 엿봤다. 무장괴한들이 인질들을 끌고 말리로 가기 위해 부르키나파소의 한 숙영지에서 대기하던 중 프랑스군의 전격적인 구출작전이 시작됐다. 

 

납치된 사람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군인 2명이 목숨을 잃은 것에 대해 프랑스에서는 경고를 무시하고 위험지역에 간 인질들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숨진 군인들은 인질들을 위해 총기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희생 됐기 때문에 프랑스 여론도 이들에 대한 반응이 싸늘하다.

 

구출작전 도중 숨진 군인은 33살 세드리크 드 피에르퐁 상사와 28살 알랭 베르통셀로 상사 두사람이다. 두 사람 모두 프랑스 해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위베르 특공대의 베테랑들이다. 

 

프랑스 합참은 1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지난 9일 밤과 10일 새벽 사이 벌어진 구출 작전에서 특공대 알랭 베르통셀로 상사와 세드리크 드 피에르퐁 상사가 사망한 경위를 설명했다. 두 사람은 무장단체 ‘카티바 마시나’ 근거지에 침투하다 인질이 있는 곳 10여m 앞에서 발각됐다.

 

200m 밖에서 무장세력의 위치를 미리 파악했지만 인질 안전을 우려해 총을 쏘지 않고 몸을 던져 육탄으로 막아 냈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희생에 대한 애도와 함께 인질들을 향한 비판 여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군인들은 무엇보다도 인질의 안전을 우려, 발포하지 않고 육탄전으로 진압을 시도하다 근접 사격을 받고 숨졌다. 베르통셀로의 아버지는 언론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졸업 직후 원하던 해군에 들어간 아들은 항상 우리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었다”며 “할 일을 한 것이다. (이번 작전이) 아들에겐 좋지 않게 끝났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성공적인 임무였다”고 말했다.

 

이들의 희생은 인질들이 프랑스 정부가 적색경보를 통해 여행금지구역으로 정한 곳에서 납치됐기 때문이다. 트윗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무모한 관광객들을 구하다 영웅들이 희생됐다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구출된 인질은 51세, 46세 프랑스 남성과 40대 한국 여성 장 모씨, 미국 여성 1명 등 4명이다. 프랑스인들은 부르키나파소와 국경을 맞댄 베냉의 펜드자리 국립공원에서 사파리 투어를 하다 억류됐고, 한국 여성과 미국 여성도 일대를 여행하다 인질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같이 구조된 한국인 여성 역시 우리 정부가 여행자제 지역으로 설정한 부르키나파소 남부에서 납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부르키나파소 전역을 철수권고 지역으로 지정했다. 2015년 북부 4개 주 지역을 제외하고 여행자제 지역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위베르 특공대는 1947년 당시 프랑스의 식민지 베트남의 공산 게릴라를 상대하기 위해 해군에 설치한 부대다. 제2차 세계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전사한 오귀스탱 위베르 중위의 이름을 따왔다. 

 

프랑스 특수부대가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구출한 4명의 인질들에 대해 프랑스 정계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여행자제 권고를 무시한 이들의 "무책임함을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12일(현지시간) 프랑스 RTL에 따르면 프랑스 남부 베지에의 로베르 메나르 시장은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군 공항까지 나가 피랍 인질들과 악수를 나눈 것을 언급하며 "무책임한 관광객들이 입국할 때 대통령은 아무 행동도 취해선 안됐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소속의 피에르 샤롱 의원 역시 "무감각한 관광객들이 위험 지역을 여행한 일은 정말 망신스러운 일이다"며 비난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을 이끄는 마린 르펜은 12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향해 인질들을 영웅처럼 대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르펜은 프랑스 BFMTV과의 인터뷰에서 전날 마크롱 대통령이 군 공항에 나가 피랍 인질들과 악수를 나눈 것을 비난하며 "공화국의 대통령이라면 인질을 영웅처럼 맞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르펜은 또 "이같은 의식은 무장단체에 목숨을 잃은 두 명의 프랑스 군인에게 집중돼야 했다"고 덧붙였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두 군인이 숨졌다. 이들이 왜 그런 위험한 곳에 갔는지를 설명해야 한다”며 “정부의 권고는 지켜져야 한다. 베냉은 정부가 ‘적색경보’ 지역이라고 경고해 온 곳”이라고 말했다. 시민들 역시 온라인에서 “무모한 관광객들 때문에 영웅들이 희생됐다”, “다른 사람을 위험에 처하게 한 인질들은 사법당국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구출 한국인 인질, 프랑스 도착..정부 "사의·애도"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무장세력에 억류됐다 구출된 한국인 여성이 다른 프랑스인 인질들과 함께 파리로 12일 호송됐다. 우리 정부는 피랍자 구출에 대해 프랑스 정부에 사의를 전하고, 구출 작전 중 숨진 프랑스 특수부대원 2명에 대해 애도를 표했다.

 

프랑스 남성 두 명과 함께 한국인 여성이 비행기에서 내려오자 마중 나온 마크롱 대통령이 일일히 악수를 하며 인사를 건넸다. 바로 본국으로 이송된 미국인 여성 1명을 제외하고, 프랑스로 온 인질 3명은 구출 작전을 펼친 프랑스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파리 근교 군 비행장에서 피랍 자국민 맞이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P=연합뉴스

프랑스 해군 특공대의 살신성신으로 목숨을 구한 인질들은 "우리를 구출해준 프랑스에 감사합니다. 프랑스 군대와 정부의 투철한 정신과 인류애에 감사합니다."라고 말을 전하고는 곧장 군 병원으로 호송돼 정밀 건강 검진을 받았다.

 

한국인 여성은 도착 직후 가족과 전화 통화를 했고 검진 결과에 따라 귀국 일정 등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에 함께 마중 나온 최종문 주 프랑스 대사는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피랍자 구출에 대한 사의와 작전 도중 장병 2명이 숨진 데 애도의 뜻을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위로에 감사하다고 답했다.

 

비통함에 휩싸인 프랑스는 희생 군인들에 대한 추모식을 현지에서 열어 애도할 것으로 보이며 마크롱 대통령이 구출 작전 중 희생된 장병 두 명을 기려 오는 14일 오전 파리에서 추모식을 직접 주재할 예정이다.


원본 기사 보기:서울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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