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10주기, 문성근 "다듬어지지 않은 멋진 사나이" 회고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9/04/22 [10:24]

노무현 10주기, 문성근 "다듬어지지 않은 멋진 사나이" 회고

서울의소리 | 입력 : 2019/04/22 [10:24]

72세 아버지 구속한 김기춘, 기억 상기 시켜.. 사법개혁? 아직 멀어, 양승태 키즈 보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에 출연한 문성근 배우. 유튜브 영상 캡쳐

 

악역 많이 맡게 된 이유 "조선일보 보면서 배웠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가 곧 다가온다. 5월 23일로 한 달 여 남았다. 걸출한 배우이자,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영원한 노사모 문성근 씨가 노무현 대통령을 매력을 추억하면서 자신이 최근 악역을 많이 맡게 된 이유로 조선일보를 꼽았다. 조선일보는 고 노무현 대통령과도 악연이었다.

 

그는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진행자가 ‘왜 이렇게 악역을 많이 하시냐’는 물음에 “좀 하다 보니까 노무현 참여정부 초기에 조선일보를 보면서 ‘아, 이게 악이구나’ 이걸 느꼈었다. 그러니까 악역이 훨씬 쉬워지더라. ‘이 역할을 어떻게 하지?’ 그럴 때 조선일보만 생각하면 해답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문성근 씨의 부친인 고 문익환 목사가 일본을 거쳐서 북한 방문했던 것이 딱 30년 전이다. 그러니까 1989년, 문성근 씨 나이 서른 여섯때다. 서른여섯의 아들의 기억은 굉장히 걱정했다면서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문 목사가 가족하고 의논하고 같이 가자고 했으나 여권이 준비가 안 돼서 못 갔다고 했다.

 

문 씨는 "그런데 그때 여권 문제로 잘 안 됐었고. 사실은 그 당시에 왜 가려고 하시는지에 대해서 사실 잘 몰랐고요, 제가 공부가 부족했던 거죠. 그러니까 방북하고 계신 동안 안기부에 연행이 됐는데 거기 갔다가 나오면서 급히 막 공부를 해 봤어요. 왜 가신 건가?"라고 당시에는 의문이 더 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박근혜 정부 시절에 위안부 합의하는 걸 보면서 사실 굉장히 놀라서 다시 자료를 뒤져봤죠. 그러니까 그때는 이동수 군이나 학생들의 분신 투신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그래서 그걸 막겠다는 말을 늘 하셨었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보면 그건 시인의 표현이었죠"

 

"사회과학적으로는 소련이 무너지는 걸 보면서. 그러니까 소련이 흔들리고 있었지 않습니까, 89년에? 그러니까 우리에게 분단을 강제한 동서 냉전이 곧 끝나간다. 끝나면 우리는 분단돼 있을 필요 없다. 그러면 미래를 어떻게 열어갈 것이냐. 그래서 김 주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타진하겠다는 생각으로 가신 거죠."

 

문성근 씨는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1987’에서 안기부장 역할을 맡았으며, SBS 드라마 조작에서 대표 보수신문인 대한일보의 상무로 연기하며 날카로운 이미지를 남겼다. 그는 아버지 고 문익환 목사가 지난 1989년 방북으로 인해 구속된 것과 관련 “그 당시 70세 이상 된 분들은 다 불구속을 했었다. 그런데 72세 이때 돌아오셨는데 그냥 구속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다섯 번째, 여섯 번째 구속될 때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이 김기춘이었다”면서 “그래서 그때 한번 김기춘 씨가 ‘나 노령이니까 풀어주라’라는 얘기를 분명히 할 테니까 기억을 되살려 드리겠다고 제가 알려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일화들을 소개하며 “참 멋진 사나이 아니었습니까"라고 회고했다. 고인이 변호사 시절 부산 공해문제연구소 간사였던 여학생을 변호하면서 법정에서 검찰의 기만적인 행태에 분개했던 일화로 문 씨는 “법정에서 그렇게 변호사가 흥분하는 걸 처음 봤다고 하더라”며 모두한테 다듬어 가공 통조림을 만드는 우리 교육제도 안에서는 보기 힘든, 원석을 고스란히 유지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이어서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유서 열세 문장 중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압박한 이명박 정권이나 ‘조선일보’, 검찰을 원망하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느냐”며 “그러나 ‘운명이다’라는 말은 그건 역사의 산물이니 화를 내봐야 원인이 바뀌지 않는다, 근본적인 구조적 모순을 해결해야 된다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7월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부천국제영화제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옆에  배우 문성근 씨가 자리를 함께 했다.  한국일보 자료 사진

 

그러니까 이런 모순 구조 속에서 내가 그 시기에 대통령을 했을 뿐이고 나로서는 이걸 감당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이다. 그러면 우리 역사의 질곡을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된다 이런 뜻으로 이해를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문 씨는 "정권 하나 바뀐 거고. 지금 사법부 하는 짓거리 좀 보십시오. 양승태 키즈들, 사법 농단 세력. 아직도 재판을 하고 있는 이런 현실인데 검찰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니까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일단 시작했다는 것이 다행스럽고요. 우리 국민의 위대함을 다시 느끼고 그러죠."라고 덧붙였다.

 

또 방송에서 생전의 노 대통령 연설을 잠시 들은 뒤 “원고 없이 메모 몇 줄 가지고 하는 연설”이라며 “그러니까 그 흐름에 올라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서민 풍모의 격정을 배우로서 느껴보면, 연기자로서 흉내 낼 수 없는 매력을 가진 분”이라고 덧붙였다. 문 씨는 노 전 대통령을 “참 멋진 사나이”라고 이미 아득히 멀어진 그 옛날 일도 오늘처럼 생생히 느끼듯 말했다.

 

그냥 한마디로 표현하면 멋진 사나이. 그 멋진 사나이 바보 노무현이 너무나 허무하게 세상을 떠나버린 우리가 보내야만 했던 그 서거 10주기가 이제 다음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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