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한당 전당대회, 박근혜 부역자 황교안 반쪽득표 당권잡아

정현숙 | 기사입력 2019/03/01 [10:32]

자한당 전당대회, 박근혜 부역자 황교안 반쪽득표 당권잡아

정현숙 | 입력 : 2019/03/01 [10:32]

"한국당 해체하라".. 시작부터 난장판 된 전당대회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가 27일 규탄 집회로 난장판이 됐다. 자한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일산 컨텍스 행사장에서 자한당규탄시민연대ㆍ5ㆍ18민주화운동을 기억하는 촛불대학생ㆍ민주노총ㆍ청년들 등 시민단체 소속원 수십명이 나타나 기습시위가 열렸다. 행사장 건물 입구까지 진입한 이들은 전당대회 후보들의 5·18 폄훼 소동과 탄핵 부정 발언을 규탄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전당대회장 입구를 점거하며 ‘역사왜곡정당 해체하라’ ‘괴물 자유한국당’ ‘부끄러운 역사왜곡, 온 국민이 분노한다’ ‘세월호 참사 중대 범죄혐의자 황교안’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해체하라 자유한국당”을 주장했다.

 

또 “전두환 군부 독재정권에 맞서 피 흘려 지킨 민주주의 역사를 훼손하고 이제는 촛불혁명까지 전면으로 부정한 자유한국당을 가만히 둘 수 있느냐”며 “국민들이 다시 촛불의 광장을 되찾고 자유한국당을 없애야 한다”고 소리쳤다.

 

 

자한당 당원들은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민주노총은 해체하라, 빨갱이는 물러가라"고 몸싸움을 벌이면서 1시간 가량 대치가 이어졌다. 전대는 시작 전부터 아수라장이었다.

 

전당대회가 시작하기 직전 경찰이 행사장 밖으로 집회 인원들을 내쫓았으나 자한당을 규탄하는 집회는 식을줄 몰랐다. 행사장 밖에서도 집회를 이어가자 결국 경찰은 집회자 중 수십명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해 연행했다. 연행된 인원은 약 60명 여 명으로 파악되며, 이들은 인근 지역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탄핵 총리 황교안, 자한당 당대표 선출..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의 괴리 

 

자유한국당이 오는 2020년 제21대 총선을 이끌어갈 새로운 당대표로 황교안 후보를 선택했다.  27일 오후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자한당 전당대회에서 황 신임대표는 총 득표율 50.05%(68,713표)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2위 오세훈(31.07%, 42,653표), 3위 김진태(18.88%, 25,924표) 후보 순이었다.

 

 

지난달 15일 입당하며 정치권에 첫 발을 내딛은 신인이 불과 40여일 만에 제1야당의 당권을 거머쥔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그러나 입당과 동시에 황교안 대세론에 힘입어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던 분위기를 고려하면 예상보다 저조한 득표력을 보였다는 게 중론이다.

 

황 대표는 책임당원을 대상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5만3185표로 55%를 차지했다. 반면 일반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1만5528표(37.7%)를 얻으며 2만690표(50.2%)를 획득한 오세훈 전 시장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경선 과정에서 줄곧 지적됐던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의 괴리 현상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황 대표가 얻은 절반의 득표로는 비박계 주자인 오 전 시장과 강성 친박 김 의원 중 어느 한쪽을 택하기 힘든 형국인 셈이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인적청산 과정에서 동력을 얻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이번 자한당 전당대회의 과정을 보면 보수 부흥의 기회로 삼겠다는 모토는 물 건너가고 주요 후보 간 이전투구로 난장판이었다. 그들 내부 다툼을 보면 박근혜에 오롯이 머물러 있는 세력과 한 표라도 더 얻고자 박근혜로 되돌리려는 세력 간의 무의미한 갈등으로 점철되어 있다.

 

누가 진짜 박근혜를 더 위하는지 내세우는 주요 후보 간 이른바 친박 충성 경쟁은 정치를 과거 최순실 국정농단 시대로 되돌리려는 모습이다. 박근혜 석방을 위해 국민저항운동을 벌이겠다는 홍준표와 황교안 그리고 김진태의 친박 경쟁은 이 사람들이 정말 촛불혁명 이후에 변화된 상황을 인정하고 있는 사람들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두 전직 대통령 이명박, 박근혜 그 핵심부역자들이 중대 범죄로 구속된 이후 보수세력이 살길은 썩어빠진 과거와 영원히 결별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권력을 사욕을 채우느라 혈안이 됐던 지난날들의 행태를 참회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자한당의 당권투쟁은 보수세력을 대표한다는 의미는 퇴색하고 거의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고 상식을 가진 국민들은 이런 정당이 계속해서 존속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절박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2월 말 북미정상회담 개최 자체를 전당대회 일정과 겹쳐 흥행이 안된다는 이유로 불온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음모론적 태도는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자신들이 과거에 저질렀던 모습을 유추하는 것을 나타낸다. 70년 한국전쟁을 종결짓고 새로운 한반도 평화체제로 이행하려는 북미 간 정상회담이 기껏 일개 정당의 당권투쟁에 비견해 날짜를 미루자는 소아적 행태가 유치하기만 하다.

 

당심만 껴안고 민심 잃은 자한당, 내년 총선도 걱정

 

자한당은 이번 전당대회 기간을 거치며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의 괴리가 극명히 드러났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은 물론 정권 탈환도 물건너 간다는 얘기가 나돈다. 이번 자한당 전당대회는 수권을 향한 미래 비전보단 ‘과거사 이슈’에만 매몰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5·18 폄훼’ 논란의 당사자인 김진태·김순례 의원은 각각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로 나서서 태극기 모독부대 등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고, ‘박근혜의 탄핵 정당성’이나 ‘태블릿PC 조작설’ 등 이미 사법 판결 결과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이런 주장들은 당내에선 환호를 받고 있지만 전체 여론과는 동떨어진 흐름이다.

 

이런 당심과 민심의 괴리는 한국갤럽이 22일 발표한 자한당 대표 후보 선호도 결과에서 잘 드러난다. 이 조사에서 전체 국민에선 오세훈 후보가 37%로 선두였고, 황교안 (22%), 김진태(7%)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자한당 지지자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황 후보가 52%로 1위를 차지했고, 오 후보는 24%, 김 후보는 15%를 얻었다. 24일 리얼미터가 자한당 지지자 700명 대상으로 한국당 대표 선호도 조사에서도 황 후보는 60.7%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김진태 후보가 17.3%로 2위, 오세훈 후보는 15.4%로 3위였다.

 

특히 향후 자한당의 외연확장을 위해 집중 공략을 해야 할 무당층(오세훈 23%, 황교안 20%, 김진태 5%)과 바른미래당 지지층(오세훈 58%, 황교안 23%, 김진태 7%)에서도 황 후보는 오 후보에게 밀렸다. 이는 설령 자한당에서 황교안 체제가 출범하더라도 중도층 흡수에 애를 먹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자한당이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방치하면 내년 총선에서 큰 난관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한다. 엄태석 서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아무리 전당대회라지만 후보들의 메시지가 각종 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국에 전달된다. 그런데 마치 특정 지역이나 특정 세력을 위한 맞춤형 메시지만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난 지방선거 때도 ‘홍준표식 막말 정치’를 방치했다가 TK 지역당으로 전락했던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도층을 모으지 못하면 전국 규모의 선거는 이길 수 없다”며 “신임 당 대표는 민심과 당심의 차이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전국정당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영남권을 기반으로 지역 정당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황 신임대표는 대검 공안1과장, 서울지검 공안2부장 등을 지낸 대표적인 공안검사 출신으로, 대구고검장·부산고검장까지 지냈다.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내며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를 주도하는 등 강경 보수 성향을 드러냈고,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을 했다.

 

 

황교안 신임 대표는 국정농단의 주역 박근혜의 부역 공범이라는 어두운 그늘을 벗어날 수 없는 상태에서 제1야당을 이끌어야 할 한계에 봉착한다. 그를 대표로 맞이한 자한당의 한계성이기도 하다. 그리고 점점 과격한 우경화로 치닫는 자한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싸늘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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