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수현, 전두환·이순자 찬양 파문

'이순자 망언' 뒤 "전·이 부부에 편견 버리고 반성 많이 했다" 홈피 글

백은종 | 기사입력 2019/01/22 [01:10]

작가 김수현, 전두환·이순자 찬양 파문

'이순자 망언' 뒤 "전·이 부부에 편견 버리고 반성 많이 했다" 홈피 글

백은종 | 입력 : 2019/01/22 [01:10]
▲ 한국 방송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드라마 작가인 김수현 작가, 다수의 유명한 TV드라마들이 그가 쓴 작품들이다. 오죽하면 ‘김수현 사단’이라고 있을 정도로.     © JTBC

“최근에 문득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궁금해져서 이순자 여사 자서전과 전두환 대통령 회고록을 읽었습니다. 아주 잘 읽었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여지껏 갖고 있던 그분들에 대한 편견을 쓰레기통에 버렸고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 새엄마 > < 사랑과 야망 > < 사랑이 뭐길래 > < 청춘의 덫 > < 목욕탕집 남자들 > < 부모님 전상서 > < 엄마가 뿔났다 > < 인생은 아름다워 > < 세 번 결혼하는 여자 > < 그래, 그런거야 > 등의 안방 드라마들, 아무리 드라마를 안 보시는 분이라도 많이 들어보셨을 것이다. 공통점이 무엇일까? 한국 방송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드라마 작가라고 할 수 있는 김수현의 손에서 나온 작품들이다.

 

70년대 초부터 드라마 작가로 활동했으며, 그가 쓴 작품들은 안방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오죽하면 방송계에선 김수현 드라마에 자주 출연하는 배우들을 두고 ‘김수현 사단’이라고까지 부르곤 한다. 김수현 사단에 속한 배우들로는 이순재, 강부자, 김혜자, 김희애, 김해숙, 윤여정, 정애리, 송승환, 임예진 등 굵직굵직한 유명 배우들이 있다.

▲ 김수현 작가의 공식사이트, 이 곳에서 글을 볼 수 있다. 회원가입한 사람만이 글을 볼 수 있다.     © 김수현 작가 사이트

21일 < 서울의소리 > 는 한통의 제보를 받았다. 한 제보자는 김수현 작가의 공식 홈페이지(http://www.kshdrama.com) 에 올라온 김 작가의 글을 제보했다.

 

회원들만 볼 수 있는 글에서, 김 작가는 지난 7일 오전 < 감기가 쇠심줄이네요 > 라는 글에서 글 맨 위와 같이, 전두환과 이순자를 노골적으로 찬양하는 글을 썼다.

▲ 김수현 작가가 지난 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 전두환 회고록과 이순자 자서전을 읽었다고 밝히며, “아주 잘 읽었다. 그분들에 대한 편견을 쓰레기통에 버렸고 반성도 많이 했다”머 이들을 극찬했다. 이순자의 망언이 터진지 며칠 안 돼서다.     © 김수현 작가 사이트

“비실비실 상태로 까무라져 두세시간씩 자다 깨고 밤에도 또 자고 그나마 어지간하면 누워서 책 좀 보고 그러면서 지냅니다. 최근에 문득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궁금해져서 이순자 여사 자서전과 전두환 대통령 회고록을 읽었습니다. 아주 잘 읽었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여지껏 갖고 있던 그분들에 대한 편견을 쓰레기통에 버렸고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전두환 회고록’ 이랑 이순자의 자서전인 ‘당신은 외롭지 않다’를 보고 저렇게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 2019년 새해벽두부터 이순자의 망언, “전두환은 민주주의의 아버지” 발언으로 시끌시끌했다. 길이 남을만한 엽기적인 망언이었다.     © 채널A

새해 벽두부터 이순자의 망언이 나라를 뒤흔들었다. 이순자가 “민주주의의 아버지는 내 남편(전두환)이다”라는 망언을 하면서다. 군사반란을 일으키고 수많은 광주시민들을 학살하고, 또 온갖 독재와 부정부패를 저지르며 민주주의를 가장 말살한 자들이 민주주의에 공헌을 했다니.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자초한 선조와 인조가 국방의 기틀을 세웠다고 우기는 거랑 정말 똑같다.

 

전두환 회고록(전 3권) 중 1권은 판매금지 처분돼 있다. 문제가 된 내용은 이러하다. 지만원 등이 계속 읊고 있는 ‘5.18 북한 개입설’을 그대로 책에 실었다.

▲ 전두환은 회고록에서 5.18 북한 개입설을 읊었다. 지만원이 읊고 있는 그대로다.     © JTBC

“5.18사태 당시 광주 현장에 있던 군 관계자들의 증언이나 진술, 기자 등의 목격담 이외에 관련 자료나 정황 증거 등을 들어 연·고대생으로 알려졌던 600명의 시위대가 북한의 특수군이라는 주장이 몇몇 연구가들에 의해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당시는 전두환이 전국에 계엄령을 내린 상태 아닌가? 그 삼엄한 계엄령을 뚫고 수백명의 북한군이 휴전선과 수백km나 떨어진 광주까지 들어왔다는 거다. 그런 황당한 얘기를 사실로 친다고 해도 어떠할까, 이미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해놓고도 북한군 수백명이 내려오는 걸 방치했다는 것밖에 안 된다. 황당한 ‘5.18 북한 개입설’이 사실이라고 쳐도, 전두환은 안보 파탄의 책임을 물어 즉결 처형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 전두환은 회고록에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증언한 故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폄하했다. 그래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 JTBC

전두환은 특히 해당 회고록에서 광주민중항쟁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증언한 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폄하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7일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해 재판을 받아야 했으나 치매를 핑계대며 출석을 거부했다.

 

이순자도 자신의 회고록에서 “전두환의 쿠데타는 사심이 없는 쿠데타였다", “(5.18 희생자들이)우리 때문에 희생되진 않았다” "우리 부부도 5.18 사태의 희생자다"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 이순자는 지난 2017년 자서전 ‘당신은 외롭지 않다’를 냈다. 이순자는 자신과 전두환이 ‘5.18 사태의 피해자’라고 강변했다.     © TV조선

그런 불쏘시개로 당장 쓰여 할 책들을 읽고, “편견을 쓰레기통에 버렸고 반성도 많이 했다”는 사람이 한국의 대표 드라마 작가라고 한다. 그는 분명 최근 이순자가 한 망언에도 적극 찬사를 아끼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망언에 광주민중항쟁 당시 자녀를 잃은 어머니들은 또다시 강한 분노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전두환 집 앞에서 유족들이 외친 분노다.

 

“전두환아! 이 살인마야! 내 새끼 귀하니까 찾아내! 얼른! 네 이놈! 이순자 네 잡년. 네 두 년놈들 이것들 나와! 나와 이년!”

“지 주둥이로 (1980년 5월)27일 날 지들이 죽였다고 했어. 내 아들 그 때 죽여 놓고 얼굴 아무것도 없었어요. 총을 어떻게 맞았는지 얼굴이 없었어. 그리고 옷도 홀라당 벗겨놓고 신발도 다 벗겨가 버렸어! 그래서 내 새끼인줄도 모르고 (DNA 검사로)22년 만에 찾았어!”

▲ ‘치매’라면서 재판출석을 거부한 전두환은 최근까지도 열심히 골프를 치러 다녔다고 한다. 스코어 암산까지 스스로 했다고 한다.     © 한겨레TV

자신이 치매라고 우기며 재판 못 나오겠다는 전두환은 지난달에도 골프장에 가서 신나게 골프채를 휘두르고 ‘나이스샷’을 외쳤다고 한다. 90이 가까운 나이에도 정말 건강함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방금 전 일도 기억 못하는 치매라면서 골프 점수까지도 스스로 계산했단다. ‘각하’라는 측근의 아부까지 들으면서.

 

‘전두환의 후예들’인 자유한국당은 대놓고 5.18 진상규명을 가로막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9월 ‘5.18 특별법’이 시행됨에 따라, 그에 따른 진상조사위원회가 출범했으나 3명을 추천해야할 자한당이 차일피일 시간을 끌었다. 5.18 북한군 개입설을 10년 넘게 읊고 있는 지만원을 추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친박들이 대놓고 읊었을 정도로 패륜의 끝을 보여줬다.

▲ 지만원은 끊임없이 5.18 북한 개입설을 읊는 당사자다. 이로 인해 5월 단체들에 의해 소송당했으며 거액의 배상판결을 받았다.     © 오마이TV

자한당은 최근에야 지만원 대신 ‘세월호 조사방해’ 전력이 있는 차기환 변호사와 ‘검증, 광주사태 관련 10대 오보·과장’을 써 물의를 빚었던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 권태오 전 한미연합군사령부 작전처장을 추천했다. 사실 지만원이란 이름이 제외됐을 뿐, 사실 다를 건 없다.

 

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가 지만원에게 `다른 사람을 내보내, 배후조종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설이 제기되며 파장이 일었는데, 역시 이걸 그대로 따른 듯하다.

 

또 제보자는 김수현 작가가 지난해 1월 올린 글에 대해서도 전해왔다. 2018년 1월 4일, < 단파라디오를 한 대 살까합니다> 라는 제목의 글의 내용에서 발췌한 부분이다. 당시는 평창올림픽이 다가오면서 남북관계에 훈풍이 몰려올 때다.

▲ 김수현 작가가 지난해 1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불어오는 훈풍 분위기를 원색 비난했다. 자신은 단파라디오를 사겠다고 하면서.     © 김수현 작가 사이트
▲ 김수현 작가가 지난해 1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 중, “단파라디오도 꼭 있어야겠구요. 그런데 모두들 어떻게 그리 태평이죠? 전쟁은 안날 거라구요? 그러다 진짜 나면 어떡할건데요. 죽으면 죽고 살면 살자구요. 아니 나는 저 바보들때문에는 절대 죽고싶지 않아요!!!!!!!”     © 김수현 작가 사이트

“김정은의 북한 선수단이 평창에 오는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그렇게까지 비두발괄 환호작약해야하는가 도무지 나라는 사람은 이해가 난망입니다. 그들이 평창에 선수단을 보내면 그것으로 바로 북한은 핵을 비핵화하고 생화학무기도 봉인하고 남한 적화통일을 포기한다는 건가요? 그리하여 가까운 어느 날 마침내 하늘문이 좌아악 열리고 꽃가루 날리고 폭죽 터지고 천상의 음악이 들리면서 그렇게 ‘우리의 소원은 통일’ 그렇게 된다는 건가요?”

 

“우리 식구들은 나를 모두 비웃지만 나는 심각합니다. 단파라디오도 꼭 있어야겠구요. 그런데 모두들 어떻게 그리 태평이죠? 전쟁은 안날 거라구요? 그러다 진짜 나면 어떡할건데요. 죽으면 죽고 살면 살자구요. 아니 나는 저 바보들때문에는 절대 죽고싶지 않아요!!!!!!!”

 

“뭘하라구요? 세금을 얼마나 바쳐야하는지 알아요? 백원 벌면 육십원이상이 세금이랍니다. 50년동안 충분히 바쳤어요. 더 이상 국가와 동업 안할래요 하하하하하”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세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한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판문점 선언’ ‘평양 공동선언’이 잇달아 이어졌다. 게다가 지난해 11월부터는 땅, 바다, 하늘에서 남북 적대행위가 중지됐다. 과거 종종 일어났던 우발적 충돌의 가능성마저 사라진 셈이다.

▲ 지난해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제3차 남북정상회담) 중, 백두산 정상에서 남북정상 부부가 기념촬영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 리설주 여사.     © KBS

다음 달에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도 열릴 예정이며, 그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져 있다. 역대 어느 때보다도 평화 분위기가 일고 있다. 연내 한반도 종전선언 가능성도 높아만 간다.

 

저렇게 평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에 저주를 퍼붓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6.25를 어린 시절 겪었다고 할지라도. 요즘 김수현 작가가 극찬한 전두환은 김일성에게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

 

실제 1985년 10월경 자신의 최측근인 장세동 당시 안기부장, 그리고 이후 노태우 정권 실세 노릇을 했던 박철언 당시 안기부장 특별보좌관은 평양을 비밀리에 방문해 김일성을 만난다. 박철언 전 의원의 회고록인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에 따르면, 전두환이 김일성을 향해 쓴 친서 내용들은 이러했다.

▲ 박철언 전 의원이 밝힌 회고록에 따르면, 전두환은 과거 김일성에 보낸 친서에서 노골적으로 김일성을 극찬한 바 있다.     © TV조선

“(김일성) 주석님께서 광복 후 오늘날까지 40년에 걸쳐 조국과 민족의 통일을 위하여 모든 충정을 바쳐 이 땅의 평화 정착을 위해 애쓰신 데 대해, 이념과 체제를 떠나 한민족의 동지적 차원에서 경의를 표해 마지 않는다"

 

“주석께서 말씀하신 내용을 경청해보니 내용 하나하나가 내 생각과 거의 동일합니다. 김 주석께서는 공개적으로 말씀이 계셨지만, 40년 전에는 민족해방운동으로 그리고 평생을 조국과 민족을 위해 애써 오신 충정이 넘치는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적국의 수괴’라고 지칭한 김일성을 입이 마르듯 찬양한 게 전두환이다. ‘국가보안법’으로 당장 쇠고랑을 찬 뒤, 안기부에 끌려가 ‘코렁탕’을 쉴 새 없이 먹었어야 한다. 하지만 국민들 앞에선 ‘평화의 댐’ 같은 사기극이나 치고 다니지 않았나.

 

북한이 건설 중인 금강산댐에서 물을 방류하면, 서울과 수도권이 온통 물바다가 될 것이라는 내용으로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주었다. 서울이 수십 50m이상 물에 잠긴다는 황당한 얘기를 전문가라는 사람이 방송에서 대놓고 할 정도였다.

▲ 전두환 정권 시절 쳤던 대표적인 사기극인 평화의 댐 사건, 북한이 금강산댐을 건설해 물을 방류하면 서울이 물바다에 잠길 거라는 정말 황당한 사기극을 펼쳤다. 그걸로 민주화운동의 열기를 잠재우려 했다.     © MBC

 

▲ 평화의 댐 사기극 당시엔 전국민이 ‘강제 모금 운동’에 참여했어야만 했다. 어린 아이들의 ‘코묻은 돈’까지 갈취했다.     © KTV

그러면서 북한의 수공을 방어하기 위해 ‘평화의 댐’ 건설이 필요하다며 ‘국민 성금’이라는 명목으로 어린 학생들부터 또 성인들로부터 강제로 돈을 갈취했다. 그렇게 수백억의 ‘성금’을 뜯어냈다.

 

그렇게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북한이라는 만능키로 국민에게 ‘공포’를 심어주고 ‘협박’을 일삼던 군사독재시절과, 역대 어느 때보다도 평화 분위기가 불면서 섬처럼 갇혀살던 한국이 철도 연결로 드넓은 대륙까지 진출할 날도 머지않아 보이는 현 상황. 어느 쪽이 과연 국민에게 좋을까. 전쟁 분위기로 돈을 챙길 수 있는 소수의 기득권 빼고는 다 후자를 원하지 않을까?

▲ 평화의 댐 사기극 당시엔 전국민이 ‘강제 모금 운동’에 참여했어야만 했다. 어린 아이들의 ‘코묻은 돈’까지 갈취했다.     © 광주MBC

< 서울의소리 > 는 김수현 작가 측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게시판 운영자의 핸드폰 번호로 문의했으나 “지금은 자신이 게시판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며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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