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비대위원장, 감투운 어지간하다"

[이기명 칼럼] 노무현 정신 욕보이는 행동 제발 하지 말기 바란다

이기명 칼럼 | 기사입력 2018/07/25 [10:28]

"김병준 비대위원장, 감투운 어지간하다"

[이기명 칼럼] 노무현 정신 욕보이는 행동 제발 하지 말기 바란다

이기명 칼럼 | 입력 : 2018/07/25 [10:28]
회장님, 이거 좀 보십시오.”
 
청와대 정책실장 김병준 교수의 방. 김 실장이 서류 한 장을 내 민다. 받아보니 서류에 누군가 볼펜으로 까맣게 수정을 해 놨다. 노무현 대통령의 글씨다.
 
"제가 보고서 하나 올렸는데 이렇게 수정이 됐습니다. 꼼꼼히 수정하셨는데 대단하십니다. 대통령님께 정치를 열심히 배우고 있죠."
 
교수를 가르친 노무현 대통령, 김병준 비대위원장(호칭 생략)은 대통령을 존경했다. 무슨 정책이었는지 기억도 없고 알만한 식견도 없지만 한 가지 김병준이 노무현 대통령을 얼마나 존경했는지는 알 수가 있다. 그는 지금 한국당의 비대위원장이다.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심지어 배신자라고 한다. 참여정부 청와대 부속실에 근무한 전재수의원의 말이 의미 깊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사진출처 - 자유한국당)
 
전재수 “당신의 출세를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님을 입에 올리지 말아 주시길 당부드린다.”
 
김병준 “그건 노무현 정신을 왜곡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신은 여기도 대한민국, 저기도 대한민국이다”
 
무슨 소린지 아리까리하다. 두 발 달린 살아있는 짐승이 어디는 못 가겠는가. 그러나 강에 뛰어드는 것을 그냥 보고 있어야 하는가. 나름대로 김병준 교수와 가깝게 지냈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있다. 정치 스승인 노 대통령이 생존해 있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시간이 가면 자연히 대답이 나올 것이다.
 
노무현과 김병준
 
김병준 교수는 노무현 의원의 ‘지방자치실무연구소’와 인연을 맺으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무척 열심이었다. 노 의원은 후보 경선 때문에 무척 바빴다. 김 교수가 몇 번씩 독대를 마련해 달라고 했지만, 시간이 나질 않았다. 지방에 강연이 있는데 김병준이 따라 가겠다고 했다. 자동차에서 독대하겠다는 것이다. 김병준은 참 열심이었고 노무현의원도 김 교수를 믿고 평가한 것 같다. 그것이 노무현 정부에서 정책실장을 비롯한 하는 듯 마는 듯 장관도 했고 굴곡 많은 벼슬길이었다. 이제 완전히 노무현과 결별했다.
 
김병준 교수의 권력 욕구는 보통수준을 훨씬 넘어선다고 느꼈다. 그와 대화를 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대권이었다. 왜 그가 그런 꿈을 꾸는지 전혀 이해가 안 되었다. 내가 정치를 몰라서 그런 것이겠지. 그는 늘 TK를 거론했다. 그럴 때마다 ‘저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의 선택을 보면 내 생각이 틀리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질과 능력은 차치하고라도 도덕적으로도 부적합하다는 점이 여러 가지로 지적되고 있다.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논문 성과 부풀리기는 학자로서의 양심도, 스승으로서의 도리도, 장관으로서의 자격도 없는 부도덕성의 극치이다. 국무위원뿐만 아니라 대학교수직에서 즉각 사퇴하는 것만이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나경원의 말이다. 김병준의 경력을 보면 눈이 부시다.
 
참여정부 청와대의 교육부총리
친 박근혜 성향의 연구단체 가입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후보
박근혜 정부 총리 내정자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군
 
이 정도의 경력이라면 한국당 비대위원장 자격이 충분하지 않을까. 그런데도 말이 많은 걸 보면 눈들이 엄청 높은가보다. 그러나 그는 비대위원장이 됐다. 좌우간 이제 김병준은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을 입에 담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자신에게 이로울 것이 하나도 없다.
 
김병준이 해야 할 일
 
지나간 일은 아무리 말해 봤자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처럼 훌륭한 스승이 어디 있는가. 그 때문에 처신이 중요한 것이다. 오늘의 처신은 고스란히 과거라는 이름으로 남아 기억되는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판단기준이 되기도 한다. 특히 지도급 인사들에게는 말이다.
 
김병준은 자기 입으로 노무현을 스승이라 했다. 그런 적이 없다면 할 수 없다. 좌우간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운 것이 있을 것이다. 결단력도 배웠는가. 노무현을 그토록 비판하던 한나라당의 정통후계인 한국당의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것이 팔을 자르는 결단의 결과라면 반드시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있어야 한다. 지금부터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그 전에 할 말이 있다. 물 한 바가지 담을 그릇이면 그만큼 담아야 한다. 그 이상 담으려고 하면 다 쏟는다. 박근혜가 그를 국무총리로 지명됐을 때 저 정도의 그릇에다 드럼통에 물을 부으면 이건 국민들 약 올리는 것이다. 총리 지명이야 대통령 한 사람 마음이니 도리가 없지만, 비대위원장이라니 감투 운이 어지간하다.
 
어쨌든 김병준은 이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조타수가 됐다. 산산조각이 되어 표류하는 한국당을 맡겠다는 용기는 가상하다. 정당이라는 말이 부끄러울 한국당이지만 한국 정치의 한 축을 감당한 한국당이기에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거의 버림받은 한국당의 선장이 된 김병준에게 국민의 소망은 얼마나 절실할까. 나 역시 같은 국민이다. 비록 한국당에 대한 애정은 없다 해도 김병준에 대한 당부는 있다.
 

지난 17일 자유한국당은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제2차 전국위원회를 열고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인했다(사진출처 - 자유한국당)
 
김병준과 한국당의 미래
 
다른 거 다 그만두고 제일 먼저 할 것이 있다. 이건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국민으로 하는 소리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이완영(경북 고령·성주·칠곡)과 그 밖에 홍문종·염동열은 반드시 정리하라. 그게 비대위원장 취임기념으로 국민에게 주는 선물이 될 것이다.
 
굳이 상식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완영의 법사위 배정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이완영을 입에 올리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지만 그래도 한국당을 뜯어고쳐 제대로 된 정당을 만들어 놓겠다고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김병준이라면 이완영의 상임위 배정문제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 긴소리 할 거 없다. 정리해야 한다.
 
골프장 접대문제만 해도 그렇다. 자신은 절대로 김영란 법을 위반할 정도의 접대를 받았다고 생각지 않는 모양이지만, 그건 자기 생각이고 국민은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구질구질한 변명이 얼마나 초라한가. 무조건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표절문제로 호된 곤욕을 치른 경험도 있다. 경험은 스승이란 말을 모르는가. 이 같은 일련의 처신은 바로 김병준이란 인간에게 정치지도자로서 박한 점수를 주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 하는 것을 봤다. 문 대통령에게 이해를 구하려고 했다는 말을 했다. 무슨 이해? 나두 대통령 한 번 해야겠으니 이해해 달라는 것으로 해석하면 되는가. 미안함을 느끼느냐는 질문에는 ‘전혀’라고 도리질을 했다. 그럴 것이다. 그릇에 더 담을 물이 없다.
 
김병준은 어디로 가는가
 
이명박·박근혜가 감옥에 간 게 국민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할 땐 저 사람이 제정신인가 했다. 변변치 못해서 도둑을 맞았으니 도둑맞은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느냐고 한다면 김병준은 뭐라고 대답을 할 것인가. 이명박이 출마할 때 그가 대통령이 된 다음에 멀쩡한 강에다 수십조 원의 국민 세금을 쏟아 불지 국민이 어찌 알겠느냔 말이다.
 
박근혜가 최순실이라는 요망녀 에게 홀려 나라를 이 꼴로 만들어 낼 줄 누가 알았겠는가. 김병준식으로 해석하면 무면허 운전자에게 교통사고를 당해도 그건 당한 사람의 책임이고 돌팔이 의사에게 의료사고를 당해도 환자의 책임이다. 이런 인식을 가진 김병준이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해 나갈지 자못 걱정이다.
 
김병준은 한국당의 비대위원장이 됐고 나름대로 계획이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한국당이 뿌리는 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원죄를 안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지금까지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청개구리처럼 반대만 하던 버릇을 고쳐야 한다.
 
정부가 하는 일이 실패를 해야 한국당이 득을 본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공정한 경쟁을 하고 그 결과로서 국민에게 신임을 물어야 한다. 한국당을 제대로 세우고 국민에게 신임을 받아 2년 후 총선에서 살아날 생각을 해야 한다. 반대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바보다. 그 점을 김병준은 명심해야 한다. 충고 한 가지 더하자. 말이 너무 많다.
 
대학교수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하고 장관도 하고 국무총리 지명도 받아보고 제일 야당의 비대위원장도 됐다. 자신이 계획했든 아니든 대권에 다가선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꿈은 깨져 버리면 허망하다.
 
김병준의 등 뒤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눈이 있다. 노 대통령을 욕보이는 행동은 제발 하지 말기를 빈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원본 기사 보기:서울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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