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잔치 PIFF와 소외된 다수

[문화단상] 부산국제영화제에 내가 몰입하기 어려운 이유는...

플라치도 | 기사입력 2008/10/05 [23:23]

그들만의 잔치 PIFF와 소외된 다수

[문화단상] 부산국제영화제에 내가 몰입하기 어려운 이유는...

플라치도 | 입력 : 2008/10/05 [23:23]

 어제는 쉬는 날이었다. 잠에서 깨어나니 아이들은 벌써 학교에 가고 없다. 간밤에 늦게까지 책을 읽었더니 그 영향인가 보다. 아점을 먹고 아내와 남포동으로 갔다. 은행에 들러 일도 보고, 서점에 들러 책도 사고, 출출하여 우동 맛이 좋은 50년 전통의 허름한 음식점에 들러 한 그릇을 비웠다. 배도 든든하여 PIFF광장으로 나왔다.
 
부산 국제영화제가 시작하나 보다. 2일이 개막일인듯 하다. 사실 부산에 살면서도 13회나 된다는 영화제에 별 관심이 없다. 지금까지 겨우 2편의 영화를 보았을 뿐이다. 그것도 누나가 예매를 한 표 두장을 건네줘 아내와 본게 전부다.


 
영화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학시절에 소극장이 유행했었다. 수업까지 땡땡이 치고 허름한 영화관에서 2편을 상영하는 영화를 즐겨 볼 정도였으니 말이다..
 
지금도 아내는 영화를 보자고 하면 고개를 가로 젓는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수련의 시절 모처럼 짬을 내어 아내와 영화관에 가면 제대로 끝까지 영화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마 <서편제>였을까. 영화관람 도중 삐삐가 울렸다.(모토롤라 브라운이었다)
 
응급실이고 중환자실에서 환자 때문에 연락이 오는 것이었다. 그것도 두어 번 받다보면 분위기가 깨진다. 주위 관객들에게 민폐를 끼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전공의 시절 눈만 감으면 잠이 쏟아지던 때였다.
 
<터미네이터2>를 보다가 코를 골며 잠에 곯아 떨어졌고, <아마데우스>를 보다가도 되풀이를 하였다. 아내가 얼마나 황당했겠는가.ㅡㅡ;; 

 

남포동 PIFF광장에는 무대설치가 되었고, 무용수들이 예행연습을 하고 있었다. PM 4:30 에는 배우로는 안성기, 문성근, 김지수, 정선경, 장세진 감독으로는 유현목, 임권택, 하명중, 장현수, 조진규 참석예정이라고 적힌 펼침막이 걸려있다.
 
의자가 줄을 맞춰 놓여있었고, 드문드문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빨간 융단이 깔려있었다. 누군가 인사를 한다. 카메라를 들고서. 화요일 오후 구호병원에서 사진을 찍던 분이다.
 
부산 KBS에서 구호병원에 대한 촬영을 하다가 화요일 진료하러 갔다가 나도 조금 찍혔다. 오늘부터 부산국제영화제를 찍나보았다. 김지수는 보고 싶다는 아내의 말을 흘리고 자갈치 시장으로 갔다. 네 시간을 기다려야 하니까 말이다.

 

자갈치 시장에도 자갈치 축제가 10월 8일부터 열리는 모양이다. 만국기가 가을 하늘에 걸려있다. 부산은 바야흐로 축제의 바다다. 그러나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는 모르겠다. 중국인들이 단체 관광을 많이 온 것 같았다.
 
그러나 자갈치 시장의 상인들은 삶의 현장에서 영화제에 아랑곳하지 않고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다. 도선장에는 노인들이 남항 바다에 무심히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고기를 낚는 것인지 세월을 낚는 것인지.

 

 영화마니아나 젊은 세대들은 영화의 바다에 빠질 것이다. 부산에 살아도 민중들에게는 축제도 그림의 떡이다. 자갈치 도선장에 가서 통통배를 타고 영도로 가서 남항대교를 걸어 집으로 왔다.
 
오는 길에 속으로 생각했다. 여전히 나는 영화의 바다에 빠지지 못할 것 같다. 몇몇 관심이 가는 영화들도 있지만 말이다. 영화를 즐기기에는 우리사회의 현실에 마음이 너무 무겁다.
 
비정규직의 투쟁도 그렇고, 오체투지에 나선 성직자들을 생각하면 편히 영화관에 앉아 있기가 불편할 것 같기도 하다. 이건 순전히 나의 결벽증 때문일 것이다. / 플라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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