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해왕·이사부 전설담긴 투구봉·사자바위[한도훈의 울릉천국여행25] 삼국사기에 실린 신라 지증왕때...남양 남서천을 가로지르는 남서교를 건너면 오른편에 우뚝 솟아있는 바위가 있다. 마치 투구를 쓴 모습의 투구봉이다. 투구봉은 투구만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몸통까지 있다. 투구 모양을 한 곳은 향나무 등 나무와 풀이 자라고 있다. 몸통은 갈하고 모래가 섞인 암석으로 되어 있어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다. 모래 사이에 크고 작은 몽돌이 촘촘히 틀어박혀 있다. 눕혀 보면 영락없이 모래사장이다. 듬성듬성 몽돌이 있는. 울릉도가 화산폭발 때 바다 밑이 솟아올라서 그대로 굳어버린 거다. 바다 밑에서 굴러다니던 모래와 자갈이 졸지에 암석으로 변해버린 거다. 현재도 남양항 앞바다 물속에는 모래와 자갈이 섞여 있다. 남양항 홀로 외로운 역암 ‘사자바위’ 역암(礫岩). 우리말로 ‘조약돌바위’. 여러 퇴적물들이 쌓여서 암석이 된 것으로 자갈이 중요 구성물질인 거칠거칠한 알갱이가 모인 쇄설암(碎屑岩)이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바위가 부서져서 자갈이 되고 모래가 된 뒤 지각변동으로 다시 암석으로 바뀐 거다.
남양항 방파제에 있는 사자바위도 역암이다. 꼭 사자처럼 생겼다. 바닷가에서 떨어져 나온 거다. 투구봉하고 연결된 바위였지만 남양항 방파제와 해안도로를 내느라 바위들을 깨부수어 지금은 독립적으로 서 있다. 투구봉과 사자바위에 대한 옛 이야기가 있다. 울릉도의 옛 나라인 우산국 우해왕(于海王) 때 이야기다. 삼국사기에 실려 있다. 서기 512년, 신라의 지증왕 13년 6월 초여름 때. 우해왕(바다왕)은 동해안을 주름잡으며 신라의 땅을 침략해서 물자를 약탈해 왔다. 우산국은 땅이 척박하고 부족해서 풍족하게 살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우해왕은 신체가 건강하고 기운도 장사여서 바다를 마치 육지처럼 주름잡고 다녔다. 우산국은 비록 작은 나라였지만 근처의 어느 나라보다 힘이 셌다. 신라의 지증왕도 영토를 더 넓히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었다. 강릉지방인 하슬라(何瑟羅) 책임자였던 박이종(朴伊宗)이라는 이름의 이사부 장군에게 우산국을 정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더 이상 우해왕의 약탈을 그냥 둘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 “이사부 장군, 우산국을 정벌하라” 이사부는 지증왕의 명령을 받들어 수십 척의 군선을 끌고 우산국으로 출병했다. 배마다 신라를 상징하는 깃발을 가득 꽂고 말이다. 이사부의 출병 소식에 우산국에선 난리가 났다. 우해왕은 남양을 중심으로 싸움 준비를 단단히 했다. 남양항 몽돌해안을 중심으로 나무를 베어다 목책을 세우고 우산국에 흩어져 있던 배들을 모아 활과 화살로 중무장을 한 채 진을 쳤다. 이사부가 이끄는 함대가 다가오자 우해왕이 직접 지휘를 했다. 남양 앞바다에서 전투가 벌여졌다. 싸움은 싱겁게 끝이 나고 말았다. 동해 바다를 주름잡던 바다왕답게 우해왕이 가볍게 이사부를 물리쳤다. 이사부가 이끄는 하슬라 지역 병사들은 수전(水戰)에 약했다. 전투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 하슬라로 돌아온 이사부는 절치부심했다. 다시 지증왕의 명령을 받아 이번에는 배 갑판마다 신라궁궐 반월성 입구에 세워진 사자상을 닮은 나무를 깎아 세웠다. 나무사자 입에는 유황을 가득 채워놓았다. 그러고는 출항해 남양 앞바다에 도착했다.
이사부가 우해왕에게 소리쳤다. “너희들이 만약 항복하지 않는다면 이 맹수를 풀어 너희들을 밟아 죽이도록 하겠다.” 우산국 우해왕이 지난 번 전투처럼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별안간 이상한 동물 입에서 유황불이 타며 시뻘건 연기를 내뿜었다. 연이어 화살이 날아오고 배들이 다가오자 우산국 병사들이 혼비백산했다. 생전 처음 보는 짐승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무사자 유황불에 놀란 우해왕 병사 우산국 병사들이 모두 무기를 버리고 도망쳐 버리자 우해왕 혼자만 남았다. 우해왕은 병사들이 모두 도망쳐 버리자 싸울 의욕을 잃고 쓰고 있던 투구를 벗어 멀리 던져 버렸다. 그러자 투구를 벗어던진 곳에서 산봉우리가 새로 생겨났다. 그게 투구봉이다. 그 다음 우해왕이 무릎을 꿇고 이사부에게 항복을 했다. 이사부 장군은 호탕하게 웃으며 그 항복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때 이사부 장군이 타고 온 배에서 나무사자 하나가 떨어져 바위로 변했다. 그 사자바위는 투구봉 앞에서 우뚝 서 있다. “투구봉, 사자바위여. 우산국 우해왕 전설이 살아있는 남양 앞바다, 당시 이사부와 우해왕의 전투 장면이라도 재현해 보면 아주 좋을 듯 한데... 나무사자 머리에 유황을 가득 채우고 불을 붙이면 무시무시한 광경이 펼쳐질 텐데...” <저작권자 ⓒ 인터넷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집 '코피의 향기'를 쓴 시인 한도훈입니다. 어린이소설로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를 우리나라 최초로 집필했습니다. 부천시민신문, 미추홀신문, 잡지 사람과 사람들을 통해 언론인으로써 사명을 다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콩나문신문에 '부천이야기'를 연재하고 있고, 울릉도, 서천, 군산, 제주도 등지의 여행기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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