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동 앞바다 뜬 장흥망월, 울릉인의 거울

[한도훈의 울릉천국여행14] 정월대보름 쏟아내는 수정달빛에 소원...

한도훈 | 기사입력 2016/01/05 [12:29]

사동 앞바다 뜬 장흥망월, 울릉인의 거울

[한도훈의 울릉천국여행14] 정월대보름 쏟아내는 수정달빛에 소원...

한도훈 | 입력 : 2016/01/05 [12:29]
사동 장흥에 보물이 숨어 있다. 찬찬히 그 보물을 찾아내야 한다. 그 보물을 찾지 못하면 울릉도 여행은 시작도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장흥은 사동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옥같이 맑은 물이 흐르는 옥천천 하구에 자리잡고 있다. 옥천천의 발원지가 성인봉일까? 아닐까? 정답은 성인봉 남쪽에 우뚝 솟아 있는 두리봉 동쪽 사면이다.

이곳 장흥초등학교가 2000년도에 폐교된 뒤 울릉문화예술체험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장흥초교가 폐교된 것은 당연히 학교에 다녀야할 아이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울릉도에선 아이들 교육을 위해 포항이나 부산, 서울 등지로 보낸다.
 
옥천천 하구에서 찾은 '울릉도 보물'

이렇게 나간 울릉 출신 아이들은 그곳에서 나머지 교육을 받고 울릉도에는 되돌아오지를 않는다. 오징어잡이나 부지깽이, 더덕농사, 호박엿 만들기 대신 다른 직장을 찾은 것이다. 그러기에 해마다 울릉도에 사는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 장흥 달맞이 축제 준비현장.     © 한도훈


울릉도에서 어업이나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겨우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배를 갖고 있다고 해도 갈수록 오징어가 줄고 있어서 걱정이다. 북한쪽이 오징어잡이 조업바다를 중국에 내어준 뒤 싹쓸이 어업을 해버리는 바람에 울릉도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보고 있다.

그 걱정거리를 메워주는 것이 관광이다. 백만 이백만 오백만이 울릉도를 찾으면 그만큼 울릉도 생활은 여유가 있어진다. 하지만 이것은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사안이다. 반면에 어업이나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울릉문화예술체험장은 울릉군내 초·중·고교생의 심신단련 수련 및 문화체험, 지역단체들의 행사, 그리고 지역 축제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학교 교실을 공예회화실, 국악연습실, 전기가마를 갖춘 도자기실습실, 관광객들을 위한 노래방, 다양한 음악들을 들을 수 있는 음악감상실, 음식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가사실습실 등 문화체험 공간으로 꾸몄다.

여기에 청동기부터 시작된 울릉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울릉교육역사관이 운동되고 있고, 개척민 시대 주민들의 생활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울릉생활역사관도 마련되어 있다.
 
▲ 울릉도 장흥마을 앞바다.     © 한도훈


묻닫은 장흥초교 문화예술체험장으로...

울릉도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이 이제는 고향을 돌아보고 고향 사람들과 어울리는 행사들을 많이 벌인다. 울릉도 사랑, 울릉도 천국을 위한 일이다. 고향이 제일 좋은 것이니까. 고향하면 떠오르는 게 호롱불, 등잔불 밑에서 공부하고 놀던 시절의 그리움이다. 밤이면 온산, 온동네를 환하게 비추며 떠오르던 둥근 보름달도 그립고...

장흥에서 달을 바라보며 즐기는 밤경치가 울릉팔경 중에서 제3경이다. '장흥망월(長興望月).' 보름달, 반달, 초등달, 그믐달, 새벽달, 초저녁달, 낮달 등 다양한 달을 구경할 수 있다. 달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 모든 근심이 잠시나마 사라진다. 해를 품은 달이자 고즈넉한 사람의 마음을 품은 넉넉한 달. 그래서 울릉팔경에서 "에헤 장흥에 뜨는 달은 이 섬의 거울이요"라고 표현했다.

장흥에 보름달이 뜨면 성인봉, 두루봉 등 전체가 마치 수정처럼 밝게 빛난다. 동굴 전체가 투명한 수정으로 가득한 멕시코 수정동굴처럼 온 세상이 한 가득 수정이다. 더구나 길게 이어진 사동해안은 달빛의 교교함에 울릉의 고유 소리인 ‘차르륵’ 해조음을 더해준다. 밤바다엔 고요한 오징어잡이배의 불빛만 반짝거리고, 흑비둘기의 “뻐꿈 뻐꿈” 울음소리만 귓전을 맴돈다.

장흥 달구경은 매년 정월 대보름날 가장 멋지게 치러진다. 울릉문화예술체험장에 울릉군민들이 모여 달맞이축제를 벌인다. 농악대가 신명나는 길놀이를 펼치며 시작한다. 마을 사람 끼리 윷놀이를 하고, 동네별로 패를 갈라 줄다리기도 한다. 아이들은 모여 제기차기를 하고, 아낙네들은 ‘누가 감자를 잘 깎나’ 내기를 한다.
 
▲ 울릉도 장흥마을.     © 한도훈


밤이 깊어지면 보름달을 우러르며 각자의 소원을 적어 매단 달집태우기를 한다. 마당을 환히 밝히는 달집태우기로 축제는 최고조에 이른다. 달집은 대나무가 아닌 울릉도에 흔하디흔한 억새로 엮어 만든다. 이어 떡국도 먹고 부럼도 깨고, 귀밝이술도 마시면서 한해가 평온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축제를 즐긴다.

울릉제3경, 장흥하늘에 두둥실 뜬 달

사람들마다 울릉팔경에 나온 장흥망월을 떠올리며 어린 시절 호롱불을 키던 시절 마실 가며 마주한 달풍경 이야기를 나눈다. 집집마다 가늘게 흐늘거리던 등잔불, 그 위 투막집·너와집 창문으로 스며들던 달빛. 그 고요 속에 미래의 꿈을 그리며 아이들은 컸고, 이제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됐다.

“사동 장흥의 보물은 바로 달! 달의 몰락이 아니라 달이 펼쳐내는 성스러운 수정빛 물결! 사동 앞바다에 풍덩 빠져버린 보름달! 장흥망월(長興望月)이여, 맑고 고운 숨결로 영원하라!”


시집 '코피의 향기'를 쓴 시인 한도훈입니다. 어린이소설로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를 우리나라 최초로 집필했습니다. 부천시민신문, 미추홀신문, 잡지 사람과 사람들을 통해 언론인으로써 사명을 다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콩나문신문에 '부천이야기'를 연재하고 있고, 울릉도, 서천, 군산, 제주도 등지의 여행기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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