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수 석향 도동항 삼형제봉 향나무

[한도훈의 울릉천국여행4] 온세상을 향기로 가득채우는 2500살의...

한도훈 | 기사입력 2015/09/04 [11:28]

국내 최장수 석향 도동항 삼형제봉 향나무

[한도훈의 울릉천국여행4] 온세상을 향기로 가득채우는 2500살의...

한도훈 | 입력 : 2015/09/04 [11:28]
도동항 행남봉 가는 길에 세 개의 바위 봉우리가 있는 삼형제 꼭대기 옆 절벽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향나무 한그루가 서 있다. 도저히 나무들이 자랄 것 같지 않은 바윗돌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도도하게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것도 무려 2500년 이상이나 한 자리에서 도동항을 지켜보고 있는 거다. 일제강점기 울릉도 향나무를 온통 베어 가구며 목공예품으로 사용할 때도 절벽 사이에 있어 용캐 살아남은 모진 목숨이다.

하늘궁에 사는 옥황상제가 향나무 씨앗을 울릉도에 뿌린다. 그 중 한 개의 씨앗이 삼형제봉 중에서 가운데 꼭대기 옆에 떨어져 싹이 트고 조심스레 뿌리를 내린 뒤 태풍을 피하고 폭설을 이기며 조금씩 그 몸피를 키워나간 것을 상상해 본다. 몸피가 커져가면서 점점 더 진한 향기를 뿜어내 온 세상 사람들의 영혼까지 맑게 해준다. 온몸 가득 향나무 향기를 스며들게 하고, 그 향기로 하여금 세파에 찌든 온갖 악취며 더러움, 이기심 같은 낡은 것들을 모두 몰아내는 장면에선 눈물까지 나려고 한다. 향나무의 향기는 구천까지 올라가 옥황상제의 마음까지 흡족하게 할 것이다. 나무 몸통뿐만 아니라 줄기, 잎에서도 향기가 풍겨 나온다. 도동항의 수호신이자 항구 전체를 향기로 가득 차게 해주는 향기신이기도 하다.
 
▲ 도동항 삼형제봉에서 2500성상을 견뎌온 향나무.     ©한도훈
▲ 2500살 먹은 도동항 삼형제봉 향나무.     ©한도훈

도동항을 향기로 가득채우는 수호신

도동 향나무 나이는 아직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2천500살이라고 하는데, 울릉군발전연구소가 측정한 결과로는 무려 5~6천살로 추정되고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도동 향나무는 세계에 존재하는 나무 중에서 최고령으로 등극하게 된다. 현재 세계 최고령 나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시코리 소나무로 수령이 4천767살이다. 하지만 나이테를 가지고 세부까지 정확하게 측정이 되어야 세계 최고령 나무로 인정을 받지 않을까?

도동 향나무는 높이가 6m에 직경이 1·5m, 둘레가 4~5m나 된다. 이 몸피는 현재의 모습이다. 하지만 1985년 태풍 브랜다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때 그 바람이 도동 향나무에도 어김없이 몰아쳐 오른쪽 몸통 일부가 부러져 버렸다. 그 가지는 경매로 팔렸다. 독도박물관 입구 기념품 가게에 가면 용이 승천하는 모양으로 조각, 전시돼 있다. 용이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오르는 모습이다. 2,500살이나 되는 도동 향나무에서 뿜어내는 향기는 덤이다.

태풍에 한쪽 팔을 잃은 도동 향나무는 그 아픔이 너무 컸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말도 않고 그저 묵묵히 그 자리에 서 있다. 아주 위태위태하게 보여서 뿌리가 드러난 부분에는 콘크리트를 바르고 나무의 몸통은 태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쇠밧줄로 고정해 놓았다. 그 덕분인지 조금씩 잎사귀를 피우며 싱싱하게 커가고 있다.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도 천년 만년을 더 살 기세다.

울릉도 도동 향나무는 울향이라고 한다. 울향 중에서도 바위돌을 비집고 자라는 석향이라고 한다. 창덕궁 향나무, 서초역 향나무, 순천 송광사 쌍향수 같은 향나무들은 모두 옮겨 심은 거지만 도동 향나무는 원래 그 자리에서 자생한 거다.
 
▲ 도동항 삼형제봉 향나무의 부러진 가지로 만든 용모향의 조각품.     © 한도훈

▲ 용머리 부분.     © 한도훈

그러니까 울릉도는 석향의 자생지이다. 도동 향나무는 삼형제봉 암벽에서 수천년 동안 풍파를 견디며 생명을 이어온 거다. 바위언덕 누천년 기운을 받아 세상에 둘도 없는 향기를 피운다. 그 자체가 경이롭다. 그렇게 몸피를 늘리며 가지를 키우고 잎을 키워온 거다. 

암벽에 수천년 풍파 견디어온 '석향'

석향은 맵지 않고 순해 한국의 대표적인 향이다. 예부터 울릉 석향으로 사람의 피부병을 고쳤다고 한다. 정신을 맑게 해 뭔가에 집중하게 하는 향을 풍긴다. 쉽게 썩지 않아 최고의 골동품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지금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함부로 향나무를 베어낼 수 없다. 

"도동항 향나무여, 울릉도 도동 삼형제봉 향나무를 우러러 경배할지어다. 그 경이로운 생명, 세상을 온통 물들이는 진한 향기,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등극하는 날까지..."

시집 '코피의 향기'를 쓴 시인 한도훈입니다. 어린이소설로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를 우리나라 최초로 집필했습니다. 부천시민신문, 미추홀신문, 잡지 사람과 사람들을 통해 언론인으로써 사명을 다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콩나문신문에 '부천이야기'를 연재하고 있고, 울릉도, 서천, 군산, 제주도 등지의 여행기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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