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4탄, 전두환 장남 전재국 포함

뉴스타파 3일 4차발표, “부친 전두환 비자금 은닉 연관 가능성” 주목

최방식 기자 | 기사입력 2013/06/03 [15:49]

‘조세피난'4탄, 전두환 장남 전재국 포함

뉴스타파 3일 4차발표, “부친 전두환 비자금 은닉 연관 가능성” 주목

최방식 기자 | 입력 : 2013/06/03 [15:49]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쿡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이른바 ‘페이퍼컴퍼니’(서류 회사)를 설립한 한국인 245명 가운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Chun Jae Kook)씨가 페이퍼컴퍼니 ‘블루아도니스’(Blue Adonis Corporation)를 세운 사실이 파악됐다. 한국 주소지는 기재하지 않고, 싱가포르 소재 법률사무소가 중개한 것만 기록돼 있었다.

한진해운·한화·SK·대우 등 재벌기업 7명의 임원에 이어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과 부인 윤석화씨, 이수형 현 삼성 준법경영실 전무, 조원표 앤비아이제트 대표이사, 전성용 경동대 총장의 명단이 드러난 지난 세 차례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 조세피난 한국인 명단 공개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가 발행하는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진행하는 ‘조세피난처 프로젝트’에 참여해 공동 취재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3일 네번째 명단을 공개했다. 첫번째 명단은 지난 22일, 두번째는 지난 27일, 그리고 세 번째 명단은 30일 발표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2004년 7월 28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 ‘불루 아도니스’(Blue Adonis Corporation) 관련자료를 분석한 결과 등기이사 겸 주주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인 ‘전재국’(Chun Jae Kook)으로 파악됐다.

 


이 단체는 특히 2004년 8월 13일 ‘블루아도니스’ 이사회 자료를 조사한 결과 전재국씨(서초동 1628-1, 시공사 본사 주소와 일치)가 단독 등기이사로 선임됐으며, ‘YP08'로 시작되는 전씨의 여권번호가 정확하게 기재된 사실과 전씨의 영문 자필 서명 등이 발견된 점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씨가 만든 페이퍼컴퍼니 ‘블루 아도니스’는 자본금 5만 달러짜리 회사로 등록했지만 실제로는 1달러짜리 주식 한주만 발행한 전형적인 페어퍼 컴퍼니였다. 또한 전씨는 이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기 위해 싱가포르 썬택시티에 있는 현지 법률회사(PKWA)를 이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스타파는 덧붙였다.

이 단체는 또 전씨가 블루 아도니스를 만든 뒤, 이 회사의 이름으로 법인 계좌를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만들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이 은행은 리테일 뱅킹 즉 일반인을 상대로 한 소매금융을 하지 않는 곳이며, 특이하게 한국인 2명이 간부로 일하고 있었다. 이들은 뉴스타파 공개 2차 명단에 포함됐던 SK그룹 임원 출신 조민호씨 비밀계좌도 관리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는 페이퍼컴퍼니 설립 한 달 뒤인 2004년 8월 말 싱가포르 현지 변호사를 통해 PTN 버진아일랜드 지사에 블루아도니스 관련 공증서류를 발급받았다는 기록이 나오며, 그 서류는 법인설립 인가증, 이사 인증서 등 다섯 건인데, 페이퍼컴퍼니 명의의 은행 계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서류.

블루아도니스의 2004년 8월 13일자 이사회 의결서를 보면, 계좌정보, 자금 거래내역, 회의록 등을 앞으로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보관하기로 결정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법인이 계좌 정보 등의 기록을 특정 은행에 보관하기로 했다는 것은 그 은행에 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겠다는 의미이며 아랍은행 측도 이 점을 인정했다고 뉴스파타는 강조했다.

특히 전씨의 싱가포르 현재 법률회사와 페이퍼 컴퍼니 등록 대행업체인 PTN 본사 및 버진아일랜드 지사 직원 사이에 주고받은 이메일을 분석한 결과, 당초 전씨는 2004년 9월 22일까지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페이퍼컴퍼니 이름으로 계좌를 만들 계획이었지만, 계좌 개설에 필요한 공증서류가 버진아일랜드에서 싱가포르로 배송되는 과정에 분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당시 PTN 싱가포르 본사와 버진아일랜드 지사 사이에 긴박하게 오간 이메일 내용에는 페이퍼컴퍼니 이름의 계좌를 만들지 못한 탓에 “고객인 전씨의 은행계좌에 들어있는 돈이 모두 잠겨있다. 이 때문에 전씨가 몹시 화가 나 있다”는 언급도 나온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전씨의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 계좌가 개설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이메일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당시 전씨는 어떤 계좌에 예치해 둔 돈을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유령회사 명의의 아랍은행 계좌로 급하게 이체하려 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뉴스타파는 “전씨가 지난 2004년 동생 재용씨에 대한 검찰의 조세포탈 수사로 전두환 비자금 은닉 문제가 다시 불거진 와중에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또 “전씨가 최소한 6년 이상 이 회사를 보유했고 이와 연결된 해외은행 계좌로 자금을 움직였다는 정황도 찾아냈다”며 “이 같은 취재 결과에 대해 전씨를 직접 만나 해명을 듣고 싶었지만 전씨가 접촉을 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세번째 명단에는 한국인이 설립한 10개 페이퍼컴퍼니 이름과 이 유령회사에 이사 및 주주로 등재된 한국인 5명이 들어있다. 먼저 ‘프리미어 코퍼레이션’ 등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6개의 페이퍼컴퍼니 이사 겸 주주로 등재된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과, ‘STV아시아' 등 2개 유령회사에 주주 및 등기이사로 올라있는 김씨의 부인 윤석화씨가 그 장본인.

지난 27일 발표된 두번째 명단에는 최은영 한진해운홀딩스 현 회장과 조용민 저 대표이사, 황용득 한화역사 사장, 조민호 SK케미칼 전 대표이사 부회장과 그의 부인 김영혜씨, 이덕규 대우인터내셔널 전 이사와 유춘식 대우폴란드차 전 사장 등이 들어있다.

지난 22일 발표된 첫번째 명단에는 이수영 전 경총회장과 부인 김경자 미술관장,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 동생)의 부인 이영학씨, 조욱래 DSDL(옛 동성개발) 회장(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막내 동생)과 장남 조현강씨가 포함돼 있었다.

뉴스타파가 발표한 한국인 명단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해 주는 ‘포트컬리스 트러스트 넷(PTN)’과 ‘커먼웰스 트러스트(CTL)’ 내부자료에 담긴 13만여 명의 고객 명단과 12만 2천여 개의 페이퍼 컴퍼니에 대한 정보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고 이 언론은 전했다.

확인된 245명 가운데 조세피난처에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명목상의 회사를 설립하면서 한국 주소를 기재한 사람은 159명,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 주소를 기재한 사람은 86명이었다.

이 가운데 노미니 디렉터(Nominee Director) 즉 차명 대리인을 내세워 법인의 실소유자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 명이 1개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지만 많게는 5개 이상의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사람도 발견됐다고 뉴스타파는 언급했다.

245명의 한국인들이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한 시기는 지난 1995년부터 2009년까지. 2천년대 중반 이후 급격하게 증가 추세이고 2007년 금융위기를 전후해 설립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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