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사(慰靈詞) /임효림 시 사나운 바람은 먹구름을 몰고 와 사정없이 비를 내리고 칠흑 같은 어둠속에 나무란 나무들은 가지를 있는 대로 흔들어 젖히고 무서운 공포 머리끝이 서고 닭살이 돋는 공폭가 밀려오면서 오......! 오.......! 오.......!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어찌 저리도 많으냐. 억울하게 죽은 원귀들 집단강간을 당한 죽음들 총검에 찔려 창자를 다 쏟아낸 죽음 총알에 온몸이 벌집같이 된 죽음 살이 찢기고 뼈가 부서진 처참한 죽음들 저 비명횡사한 원귀들이 소리친다. 오......! 오......! 저 원귀들이 피멍든 한을 풀어 달라고 그대 가슴팍을 향해 손가락을 겨누고 소리친다. [詩해설] 수년전 여름날 비가 억수로 쏟아져 내리는 밤에 나는 들었습니다. 헤아릴 수도 없는 수많은 원귀들이 소리치는 것을... 근현대사를 통하여 너무나 많은 수난과 역경을 겪어 내야 했든 우리 민족, 그 수난의 역사에 희생자와 피해자는 항상 힘없는 민중이었습니다. 어제, 10월 13일 토요일 이었습니다. 고양시에 있는 금정굴의 원혼들을 위로하는 위령제가 있었습니다. 아는 바와 같이 지난 50년대 6·25전쟁 당시 고양지역의 경찰과 태극단이 일정시대의 폐광인 금정굴에서 양민을 수없이 총으로 쏘아 죽였습니다. 물론 법적 아무른 절차도 없었습니다. 오직 그들이 경찰이라는 것과 태극단이 우익이라는 것이 그들에게 양민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법적 권리였습니다. 지금도 그들은 큰소리치고 행세를 한다고 합니다. 초라한 위령제였지만 그래도 다소나마 원혼들이 조금은 위안이 되었을 것입니다. 나는 위의 시를 원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낭송했습니다. <저작권자 ⓒ 인터넷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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