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 '밀운불우'(密雲不雨)

교수신문, 208명 교수대상 설문조사 결과 채택

최방식 | 기사입력 2006/12/19 [11:17]

올해의 사자성어 '밀운불우'(密雲不雨)

교수신문, 208명 교수대상 설문조사 결과 채택

최방식 | 입력 : 2006/12/19 [11:17]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가 ‘밀운불우’(密雲不雨)네요. 구름이 잔뜩 꼈는데 비는 우지 않고 있다는 말이겠지요. 조건은 다 갖추었으나 일이 이뤄지지 않는 걸 일컫는다는 군요. 위에서 내리는 은혜와 덕이 아래까지 골고루 처지지 않는 걸 뜻하기도 한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주역(周易) 소과괘(小過卦)에 나오는 구절이군요. “密雲不雨 自我西郊 公弋取彼在穴.” “짙은 구름이 가득 끼었으나 비가 내리지 않아 스스로 서쪽 교외에 간다. 공이 줄을 매어 쏘는 화살(弋, 주살 익)로 굴 안에 있(在穴)는 그(彼)를 취(取)한다.” 

중국 고대 은(殷)나라엔 마지막 왕인 주왕(紂王)이 있었답니다. 주왕은 포악한 정치로 유명했다는군요. 그의 지배를 받던 주(周)나라의 문왕(文王)이 간언했다가 박해를 받았답니다. 그 때 문왕이 한 말이 바로 위 구절이랍니다. “왕(주왕)이 나라를 잘 다스리지 못하니 자기(문왕)라도 백성을 위한 덕치(德治)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표현이랍니다. 

교수신문이 지난 5일부터 1주일간 자사 필진과 주요 일간지의 칼럼니스트인 교수 2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 한해 우리나라의 상황을 풀이할 수 있는 사자성어로 전체의 48.6%가 이 단어를 꼽았다는 군요. 

교수들은 ‘밀운불우’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으며, 그 이유로 상생정치의 실종, 대통령 리더십 위기로 인한 사회적 갈등, 치솟는 부동산 가격, 북한 핵실험 등 순탄치 않은 동북아 문제 등을 꼽았습니다. 그 결과 각계각층의 불만이 폭발직전 임계점에 도달한 상태를 ‘밀운불우’라고 했답니다. 

밀운불우에 이어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힌 단어는 ‘교각살우’(矯角殺牛). 22.1%의 지지를 받은 이 사자성어의 의미는 ‘어설픈 개혁으로 나라가 흔들렸다’는 뜻이라는군요. 애초 뜻은 “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 뿔이 뽑혀 그만 소가 죽고 말았다”는 거구요. 

3위는 11.1%의 ‘한국사회의 모순이 해결될 전망이 보이질 않는 것’을 빗댄 ‘만사휴의’(萬事休矣)군요. 당말 5대10국으로 갈라져 혼란스러웠죠. 그 중 하나가 절도사 고계흥이 다스리는 형남. 그에게는 아들 종회와 손자 보욱이 있었답니다. 종회가 보욱을 너무 싸고돌다보니, 보욱은 안하무인. 이를 보고 형남 백성들이 ‘이제 모든 게 끝났구나’라며 ‘만사휴의’라 탄식했다죠. 

4위는 9.1%를 차지한 당랑거철(螳螂拒轍). <장자>에 나온 말. 장여면(將閭勉)이 노나라 왕이 청하여 ‘이리저리 하면 나라가 잘 될 것이다’고 가르치고는 계철(季徹)에게 ‘잘 가르친 것이지’를 묻자, 계철이 한 대답입니다. 노나라 왕이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며 ‘사마귀가 수레를 막는 것, 즉 분수를 모르고 상대에 대적한다’는 뜻. ‘개혁세력이 미흡한 전략과 전술로 강고한 기득권층에 맞서는 형태를 빗댄 말이군요. 

한편, 지난해 뽑힌 ‘올해의 사자성어’는 ‘상화하택’(上火下澤)이었습니다. ‘위에는 불, 아래는 못’이라는 뜻으로 서로 이반하고 분열한다는 의미로 풀이됐다는 군요. 수도이전 등 끝없는 정쟁을 일컬었다고 그럽니다. 

2004년 ‘사자성어’는 당동벌이(黨同伐異). 옳고 그름의 여하간에 한 무리에 속한 사람들이 다른 무리의 사람을 무조건 배격하는 것을 이르는 말.. 2003년엔 ‘우왕좌왕’. 이리저리 오락가락하며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지 못한다는 뜻. 2002년엔 ‘이합집산’(정치권 행태). 2001년엔 ‘오리무중’(안개가 짙어 앞길을 분간하지 못하는 것처럼 일의 갈피를 잡기 힘들다는 풀이)이었답니다.  /최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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