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 폴나레프의 <Qui A Tue Grand'Maman>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 두부처럼 잘려나간 어여쁜 너의 젖가슴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우리가슴에 붉은 피 솟네 <오월가> 1절
이 노래는 1980년대 초반 민주화운동 진영에서 불려지기 시작하여, <임을 위한 행진곡>과 함께 지금까지도 애창되고 있는 대표적인 노래다. 당시의 각종 민중가요 자료에는 이 노래의 작곡자와 작사가가 밝혀져 있지 않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국의 탄압 때문에 작곡자와 작사자의 실명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이 노래는 프랑스의 샹송을 번안한 것으로, 원 곡은 1971년 발표된 미셀 폴나레프((Michel Polnareff)의 <Qui A Tue Grand'Maman>이다. 할머니가 살던 시절 정원엔 꽃이 만발했어요 이제 그 시절은 지나갔고 상념만 남아있어요 그리고 두 손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요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요? 시간인가요? 아니면 더 이상 여유로운 시간조차 보낼 수 없는 사람들인가요? 라라라라라 할머니가 살던 시절에는 고요함이 있었어요 나무가지들과, 가지에 매달린 잎새들과 새들의 노래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고요함이 있었어요 불도저가 할머니를 죽였어요 굴착기는 꽃밭을 갈아엎었어요 이제 새들이 노래할 곳은 공사장뿐이네요 그 때문에 사람들이 할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는건가요? 라라라라라라라 <Qui A Tue Grand'Maman> 가사 전문 <오월가>의 원 곡 <Qui A Tue Grand'Maman>은 “누가 할머니를 죽였는가”는 뜻이다. 한 할머니가 소중하게 가꾸던 정원이 개발되면서, 나무와 꽃과 새들이 사라졌고, 그 정원 속에서 찾을 수 있었던 여유와 상념의 시간 또한 사라졌기 때문에 상심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내용이다. 광주의 참상과 비극을 노래한 <오월가>와는 그 내용이 사뭇 다르지만 굳이 의미를 따지자면 인간의 문제를 배려 않는 개발에 일침을 가하는 환경과 관련된 노래라 할 수 있다. 이 노래는 발표된 해에 미국에서 <When the love fall>(사랑이 떠나갈 때)이라는 제목으로 번안되어 불려졌고,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해에 포크가수였던 박인희가 <사랑의 추억>이란 제목으로 발표했으나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2001년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넘나들며 좋은 연주를 해온 젊은 피아니스트 이루마의 두 번째 앨범 <First>에 <When the love fall>이란 제목으로 수록되고, KBS, 드라마 '겨울연가'에 삽입되면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미셀 폴나레프의 <Qui A Tue Grand'Maman>으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겨울연가‘에 삽입된 이루마의 <When the love fall>로 알고 있다. 미셀 폴나레프의 노래들은 1970년대 초 <Love Me, Please Love Me>, <La Poupee Qui Fait Non> 등이 국내에서 잠시 인기를 얻었었지만 곧 잊혀졌다. 그러나 1999년 개봉된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주제곡인 <Holiday>를 부른 가수가 비지스냐 폴나레프냐 하는 논쟁이 인터넷 상에서 벌어지면서 폴나레프의 이름이 다시 알려지기 시작했고, 또한 신중현과 함께 한국 록음악의 신화라는 전인권이 2003년 <Ca N'arrrive Qu'aux Autres>를 <다시 이제부터>로 번안하여 자신의 세 번째 앨범의 타이틀 곡으로 부르면서 폴나레프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 항상 얼굴의 반 이상을 가리는 독특한 안경을 캐릭터로 하는 미셀 폴나레프는 프랑스 샹송의 전통에 락의 비트를 도입한 이른바 ‘프렌치 락’의 선구자로 불리는 샹송가수다. 1944년 프랑스 남부 네라크에서 프랑스인 어머니와 유태계 러시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레오 폴(Leo Poll)은 오데사 출신의 작곡가로, 우리나라에서는 <죄수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샹송 <Le Galerien>을 편곡한 사람이다. 이 노래는 원래 러시아 볼가 지방의 갈리선(船)에서 노역하는 죄수들이 부르는 민요인데, 1947년, 레오 폴(Leo Poll)이 편곡하고 모리스 드뤼옹이 프랑스어의 가사를 붙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95,60년대 이브 몽땅의 노래가가 인기를 끌었었다. 폴나레프는 1949년 부모와 함께 파리로 이주하였고, 부친의 영향으로 12살 때부터 피아니스트를 꿈꾸며 작곡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째즈와 락에 심취하였고 병역을 마친 후에 잠시 보험회사에 취직하였으나 곧 방랑생활을 시작하며 프랑스와 영국을 떠돌았다. 1966년 방랑생활중에 알게 된 작곡가 롤프 마르보의 주선으로 발표한 <La Poupee Qui Fait Non>(우리나라에서는 ‘농농인형’으로 알려짐)과 영어로 부른 <Love me, Pleas love me>이 대히트하면서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랐다. 미셀 폴나레프는 방랑과 기행 독특한, 캐릭터로 전통적인 샹송에 얽매이지 않고 민요에서 째즈까지를 넘나드는 자유분방함을 노래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인터넷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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